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라비니야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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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누군가 물었었다. '왜 글을 쓰냐고'. 작가가 글을 쓰는건 당연한데. 재능이 있으니까 쓰는거겠지.

아니 그걸 넘어서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뭔가가 있는게 아니냐고 묻는 것 같았다.

'무병을 앓는 것처럼, 마치 옆구리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글이 나온다'라고 작가는 답했다. 쓰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신을 받듯이 그렇게 글을 쓴다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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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건, 누가 봐도 잘 쓴다 싶은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나 써야하는 것이 아닐까.

학교를 다니던 시절 글쓰기 시간이 있었고 백일장도 있었다. 소소하게 장려상 정도를 받은 정도로는 글쓰기로 밥을 벌어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꼭 밥을 벌기 위한 글이 아니어도, 글은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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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 시절이라고 하니 한 때 베스트셀러 작가로 왕성했던 작가들은 지금 뭐하고 살고 있으려나.

글은 쓰는데 출판은 못하는 건가. 내가 아는 작가 몇은 사실 밥벌이를 못한지 꽤 되었다.

과거에 써둔 글로 인세를 받기도 하겠지만 생활은 안되는. 하지만 아마도 글은 쓰고 있을 것이다. 너는 평생 글을 쓰도록 하여라..하는 천형을 지닌 죄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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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 쓰면 된다. 잘쓰는지 못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 쓰다보면 잘 써지는 날도 오지 않겠는가.

저자는 바로 이런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다.

숙제를 위해 안써지는 글이라도 짜내서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존을 위한 도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도피가 약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도 한다. 도피해서 숨는 곳이 바로 자신의 집이 되기도 한다면서. 

글을 통해 내가 살고 싶은 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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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자신이 없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해보라고 권한다.

좋은 생각이다. 나도 눈으로 훑은 문장보다 직접 종이에 쓴 문장들이 기억에 훨씬 오래 남았다.

자연스럽게 자기 글안으로 스며들어 좋은 문장이 탄생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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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싶은 문장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세상에 어떻게 이런 표현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하면서 내 무능에 대해 탄식한 적이 여러번이었다

그런 글들을 읽고 필사하고 그러다보면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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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고 쌓였던 뭔가를 덜어내는 일이다.

고통일 수도 있고 지워지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고 건네기 싶지 않은 사랑일 수도 있다.

꺼내야만 살아있는 것이 된다. 그러면서 어두웠던 마음이 걷히고 아기살처럼 연약했던 결들이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진정한 어른이 되어갈 수도 있다. 숫자의 크기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미 걸어온 길위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 발자욱을 보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주는 것...그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쓰다 보면 나도 이런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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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ㅣ 시대철학 1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 비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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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는 것은, 세상이 궁금해진다는 것은 호기심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이탈리아의 배우와 성악가 사이에서 태어나 파도바 대학에 진학해서 라틴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와 신학, 법학, 춤과 펜싱, 승마까지 익힌 카사노바는 엘리트를 능가할 정도의 재주를 가진 인물이다.

이 능력을 세상의 발전을 위해 썼더라면 좋았을텐데 천성적으로 사기꾼 기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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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로 살아 갈 수도 있었지만 기질 상 어울리지 않았다. 바람끼가 다분했던 카사노바는 이후 많은 여자와 염문을 뿌리게 되는데 화가인 그의 동생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엄청난 미남은 아니었지 싶다. 하지만 슬쩍 뭔가를 흘리면서 다 주지 않는 듯한 처세가 상대를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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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저 도시를 옮겨다니면서 여러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실제 그의 거짓말은 통했다.

그러다가 자신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해독되기 전에, 말하자면 진짜 모습을 들키지 전에 그 곳을 떠난다. 매력에도 유통기한이 있음을 그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다 쏟아내지 않고 어딘가로 다시 떠나갈 것같은 초조함이 그의 전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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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것 같은 납을 씌운 감옥에서도 그는 끈기를 가지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치밀한 두뇌와 인내심이 있는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탈출일화를 가는 곳마다 각색을 해서 떠든다. 아주 조금씩만 꺼내놓으면 되었다.

그 이야기에 살이 붙고 신화가 더해져 그의 존재는 신격화되기에 이른다. 그것조차 전술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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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배울 점은 거짓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자기 인생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자기 손으로 다시 살려내는 법이었다. 모든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잊혀진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도록 잘 살려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깊어지고 신화가 된다.

평생 갇힐 수도 있었던 감옥의 이야기를 카사노바는 그렇게 살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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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에다 사기꾼이란 오명을 쓰고도 당당히 살아갔던 카사노바는 악인이었을까.

아니면 재인이었을까. 어떤 인물이었던 간에 그가 유머가 가득한 자유인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거짓과 방종, 불륜이 죄악이 되었던 엄중한 종교가 삶의 모든 것이었던 시대에 그는 부조리한 계급사회와 타락한 종교를 향해 조롱을 던지는 삐에로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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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꾸며진 관습보다 자신의 자유를 더 사랑했던 카사노바의 삶에서 뭔가 통쾌함을 느꼈다면 나도 바람끼가 있는 사기꾼인 것일까.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놀줄 알았던 카사노바의 처세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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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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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인체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은 무엇일까? 심장도, 폐도, 위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뇌가 없다면 산다고 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실제 뇌사상태에도 숨은 끊어지지 않고 삶을 연명할 수도 있다. 진정한 삶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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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고 있었는데 깨어나서 거리를 걸어다닌다거나 평소처럼 대화를 한다거나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면? 하지만 그 걸 기억하지 못한다면 믿어지는가.

이런 일들은 실제하고 심지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도대체 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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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했던 여자는 범인을 단죄하기 위해 그 순간에도 똑똑히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후일 경찰이 여러사람을 세워놓고 범인을 지목해달라고 했을 때 그녀는 정확히 그 얼굴을 떠올렸고 당연히 그 얼굴을 지목한다. 몇 번의 시도에도 결과는 같았다.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는 11년을 감옥에 갇혀있다가 진범이 잡히는 바람에 풀려난다.

하지만 여자는 진짜 범인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도대체 그녀의 기억은 어디에서 오류가 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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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의 비밀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짓된 기억을 저장하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잊혀지기도 한다. 

뇌는 마치 나와는 따로 살아가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선택하고 오류를 범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그런 경우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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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다고 믿는다. 내 의지라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절망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믿음은 생각보다 약했다.

도대체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왜 어울리는지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읽어야 한다. 위험한 지식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나마 완벽을 향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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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 돌봄을 살아낸 우리에게 쉼이 되는 그림들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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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림자체만 보다가 화가의 삶과 상황을 알고 들여다보면 마음 깊숙히 그림이 들어오게 된다.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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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 돌봄을 살아낸 우리에게 쉼이 되는 그림들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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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부러 미술관에 간 적은 많지 않았다. 책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그림은 먼 나라의 일처럼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꾸준하게 출간되는 그림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 출장길에 들렀던 루브르 미술관을 지금 다시 간다면 그 때보다 그림이 내 마음에 더 들어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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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전공한 저자였기에 남들보다 그림을 보는 시각이나 안목을 틀림없이 다를 것이다.

일단 화가들의 생을 알았을 것이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상황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는 그림은 확실히 더 마음에 닿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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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몸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을까. 불편한 몸으로 아이를 키우고 버텨내는 얘기들이 등장한다.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본 모네의 그림도 물과 꽃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모네처럼 우울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아지기 힘든 병을 겪으면서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림들은 화사한 풍경보다는 엄마와 아이, 아직 덜 성숙한 사춘기의 소녀,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지나는 것같은 요염한 여인의 나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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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요트의 그림에서 나는 강한 터치의 강렬함과 삶의 의지같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역시 울퉁불퉁한 수면 위에 우뚝 솟은 흰 돛들을 보면서 경쾌함과 시원함을 느꼈다고 한다.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그런 강렬함이 아니었을까.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힘찬 돛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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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결코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아름다운 나신을 보니 가슴이 살짝 저려온다. 저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나도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물 셋의 어느 날 충무로를 걷던 나는 '아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빛나는 시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완벽한 나신이 아니라 가장 자신있고 젊다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그런 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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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싶을 때 나는 책을 읽는다.

저자처럼 미술관을 가도 좋다.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나의 삶을 붙들어주고 가만히 안아주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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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을 넘어서 화가의 인생이, 그 시간들이 겹쳐져 마음 깊숙히 파고드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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