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요? 분명 내 몸인데 나도 모르는 몸의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그동안 나는 내 몸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가 싶어 미안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내밀한 곳에서 뜨거운 기운들이 후끈거린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 도드라지는 그런 몸의 이야기들.
첫키스의 기억과 첫 관계의 쑥스러움들...그리고 아침에 잠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깃든 평화로움.

너는 살만 빼면 참 버릴데가 없는데...라는 말에 심정이 상하다가도 서른 무렵 이젠 바지위로 드러나는 캘빈클라인 팬티도 부푼 배 때문에
소용이 없게되고 누워서 책보는 일도 포기할만큼 자꾸 살이 쪄가는 일들은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 저자의 푸념에 나 역시 속이
뜨끔해진다. 우리 같이 빼자. 몸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구.
암으로 엄마를 잃고 화장장에서 배가 고파 밥을 먹는 일은 참 야속한 일이지.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뱃속은 정직해서 때가 되면 먹을 것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이고. 그런 엄마를 닮아 같은 자리에 눈물점이 있어 제삿날만 되면 자꾸 눈물이 나는데 '눈물도 상속이 되나요?'할 때는 가슴이
저릿해진다. 그런 감성까지 대물림 되다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들어도 센스있고 세대차이같은 건 남의 이야기라고 자신했지만 토요일 오후 집에서 함께 영화보고 치맥을 즐기고픈 중년이 되었다. 나이차
나는 연인은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경리단 길로 넘어가 멕시칸 요리를 먹는 일이 쉬는 거라는 걸 이 책을 보기전까지 몰랐다. 참 이런
시선들 때문에 이 책이 좋아진다.
요즘처럼 열 몇살 차이의 결혼이 늘어나는 시대에 이런 책을 같이 읽다보면 서로의 간격이 좀더 좁혀지지 않을까.
과학적인 몸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아주 사소한 것들로 하여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마음에 깃드는지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해주자. 읽다보니 아쉽다. 너무 금방 끝나서.
너무 강한척 하지 말고 나이먹어가는 내 몸과 마음을 내가 사랑해주지 않음 누가 사랑하랴.
시원한 맥주 한잔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