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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미술관 - 서양미술, 숨은 이야기 찾기
최연욱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준다면 내가 낯선 미술관에 갈일이 많아질 것만 같다.
그저 심심한 풍경화나 인물화도 그렇지만 인상파니 추상파니 하는 그림을 보면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했었다. 몇 년전부터 미술에 관해 알기 쉽게 이해하는 책들이 나오면서 그림을 보는 문외한의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림속에 숨은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독자들의 손을 붙잡고 미술관으로 이끌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위대한 미술가들의 짜릿한 뒷이야기들을 훔쳐보기로 하자!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3대천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산치오, 그리고 미켈란제로 부에나로티가 있다고 한다.
모두 15~16세기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미켈란제로가 의외로 소심하고 사람 만나는 걸 싫어했으며 목욕은 연중행사였고, 잘 때도 신발을 신고 자서 가끔 벗으면 살 껍데리가 벗겨졌다고 한다. 이런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이었다니...
몸에서 엄청난 냄새가 났을텐데 유화물감냄새에 묻혀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못 느꼈던 것일까.
그 시대에는 교황의 권력이 대단해서 당시 교황 율리오 2세의 주문을 받아 시스티나 성당 벽화 작업을 시작했다.
한 번 거절하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릴 수 밖에 없었고 미켈란제로는 짜증이 날대로 나서 그 작품안에 소심한 복수를 담는다. 바로 위대한 선지자로 묘사된 교황의 모습 뒤에 있는 두 아기천사의 손이 가리키는 것은 당시에 엄청난 욕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선지자를 향한 천사의 손으로 교묘하게 복수를 한 셈이다.
요걸 알아챈 사람이 있기는 했을까?
난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라는 전혀 생소한 이름의 화가 작품이라는데 마치 사진을 보는 듯 특히 여인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접힌 부분까지 섬세히 묘사된 것을 보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바로 그림밖으로 껴내 입어도 좋을 것처럼 생생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그림은 자신의 남편이 있는 여인을 사랑했던 화가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친구의 아내였던 에피를 향한 사랑을 이 그림으로 표현했고 결국 훗날 존 러스킨은 이 여인과 결혼하여 8남매를 두고 행복하게 살았다니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랑이라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에 그려진 여인의 요염한 모습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몸의 비율이 뭔가 어설픈 것 같은 것도 그렇고 허리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선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당연히 당신 미술평론가들에게 혹독한 비판만 받았던 이 작품은 후일 '엄청나게 관능적인 기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사실적인 묘사를 비튼 것은 앵그르의 정신상태를 표현했던 방법이라고 한다.
모델이었던 라카미 부인과 그녀의 집안사, 그리고 나폴레옹 황제의 숨겨진 관계에 그 비밀이 있을 것 같다는데 꼭 밝혀져서 내 궁금증이 해소되었으면 싶다.
지금은 현대 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페기 구겐하임이 못생긴 코 때문에 천 명의 남자와 잤다는 이야기며 스페인 출신의 두 거장 피카소와 살라도르 달리의 이야기, '풀밭위의 점심식사'로 유명한 마네의 엽기적인 사랑놀음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하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영혼은 자유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네는 좀 심하지 싶다.
콩가루집안같은 마네집안의 추문이 궁금하시다면 바로 책을 펼쳐보시길..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스런 이야기부터 화가들의 잡다한 이야기까지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이 따로없다.
인류의 역사에 미술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하니 분명 다음 편이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