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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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아무르'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이야기로 언젠가 내가 겪을지도 모를 미래같아서 가슴 아팠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마비가 오고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은 끝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자살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실제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거품경제의 끝 무렵 한창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열기의 와중에 무리하게 집을 산 가쓰아키와 레이코는

소망하던 집을 가졌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내기에도 버겁다. 더구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급격히 떨어진

집값때문에 팔 수도 없다.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하던 남편 가쓰아키는 남을 잘 믿는데다 소심한 편이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아내인 레이코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부부의 큰 아들인 고스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같은 직장에서 만난 미유키와 결혼을 했고 얼마전 미유키가 임신을 했다.

대학을 다니는 둘째 아들 슌페이는 학교가 멀다는 핑계로 독립한 후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벌지만 엄마에게 손을 벌리는 철없는 아들이다.

어느 날 레이코는 건망증에 시달리게 되고 걱정이 된 남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검진을 하던 중 뇌종양이 발견된다.

원인을 대략 3가지쯤으로 어떤 원인이든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도 절망하지 않고 엄마를 치료해줄 병원과 의사를 찾아 헤매던 슌페이는 운이 좋게도 좋은 의사를 만나 한가닥 희망을 찾는다.

사실 얼렁뚱땅에 긍정모드인 슌페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희망이었다.

엄마의 발병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위기타파에 나선다.

어렵게 취직을 한 후 무심코 아버지 사업에 보증을 섰던 고스케의 ,200만엔을 포함하여 집안은 파산일보직전이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의 남은 날은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시집식구를 우습게 아는 아내를 달래면서 사건을 감당하는 고스케.

철부지로만 알았지만 정작 위기에 빛을 발하는 슌페이.

무능하게만 보이는 가장 가쓰아키.

그리고 얘기를 해주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알지는 못하지만 막연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레이코.

  

'고귀한 의무, 나 요즘 그게 굉장히 좋더라, 가족 중 누군가가 힘들다면, 역할 같은건 따지지 말고 힘 있는 누군가가 어떻게든 하는거야.

주변에 큰소리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상황은 어떻게든 굴러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에 고스케는 말한다.

지구를 구한 독수리 5형제처럼 집안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형제의 고군분투기가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인간은 강한듯 하지만 정작 불행이 닥치면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없는 힘까지 짜내고 머리를 맞대 위기를 해결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고 부러웠다.

제목처럼 엄마의 발병을 알고 7일만에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서로가 손을 잡고 위기를 헤쳐 나오면서 가족들은 성숙하고 사랑과 감사를 배운다.

과연 내가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 이 가족들처럼 헤쳐나올 수 있을까.

그저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불행한 일로 가족들에케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부부의 양가 부모 4명 중 1명은 치매가 된다는 세상이 되었다. 이 소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의 시절, 기억을 잃어가는 가족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소설이다. 특히 경쾌하게 위기를 헤쳐가는 두 아들의 활약은 정말 부럽다.

내 아이들도 이와같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알아갈 수 있게 잘 성장시켰는지 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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