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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열세 살에 4기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열일곱살의 헤이즐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화약치료를 시도해 보았지만
종양은 줄어들었다가 다시 자라났다. 폐에는 물에 고이기 시작하여 숨쉬기가 곤란해지면서 산소통을 옆에 끼고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실험약물인 팔란키포라는 약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고 있지만 언제 죽음이 다가올지
모르는 암환자로 위태스러운 삶을 지탱하고 있다.
헤이즐의 엄마는 헤이즐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판단하고 아동암환자들의 모임인 서포트에 참여한다고 주장한다.
추우울 그룹인 서포트그룹에 할 수 없이 참여하게 된 헤이즐은 안암을 앓고 있는 아이작과 그의 친구인 어거스터스
워터스를 만나게 된다. 헤이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어거스터스에게 관심을 갖게 된 헤이즐은 골육종으로 다리
하나를 잘라낸 그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피터 반 호텐의 [장엄한 고뇌]를 가장좋아했던 헤이즐은 [새벽의 대가]라는 책을 좋아하는 어거스터스와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고 [장엄한 고뇌]의 주인공과 그녀의 어머니가 소설이후에 어떤 결말에 도달하는지 알고 싶어
작가인 반 호텐에게 메일을 보내게 된다. 미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반 호텐에게서 소설이후의 스토리는 상상에 맡긴다는
답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반 호텐에게 집요하게 연락을 하고 결국 네덜란드로 방문해달라는
초청메시지를 얻어내고 만다.
산소통을 끌고 다녀야 할 만큼 위태로운 헤이즐의 건강을 염려한 의사들 중 일부가 그녀의 여행에 반대를 했지만 다행스럽게
승낙을 얻게 되어 헤이즐은 소원인 반 호텐을 만나기 위해 어거스터스와 엄마와 함께 네덜란드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만난 반 호텐은 술주정뱅이인데다 그동안 보냈던 긍정적인 메시지들은 사실 그의 비서가 보냈던 사실만을
확인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안네의 일기로 유명해진 안네가 살았던 집을 방문하고 그 조그만
공간에서 사랑을 꿈꾸었던 안네의 삶에 큰 감동을 받고 둘은 키스를 나누게 된다.
급히 호텔로 돌아와 진짜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거스터스는 80%완치라는 확률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발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헤이즐의 소원을 위해 치료를 마다하고
비행기에 올랐음을 알게된다. 도대체 왜 어리고 선한 아이들에게 암은 잔혹하게 이들을 헤집어 놓는 것일까.
서포트 그룹에 모인 아이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점점 기도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그 명단에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급속도로 암세포에 잠식당하는 어거스터스는 자신이 지상에서 잊혀지는게 두렵다고 고백한다.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있는 두 사람은 내세에 대해, 혹은 우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언젠가 바람처럼 사라질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과연 우주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는 무엇일까..
'가끔 우주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곤 하는 것 같아'
꿈도 펴보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아이들에게 우주속 자신의 존재는 어떤 무게를 가졌을지 재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늘 죽음으로부터 위협당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죽음을 맞는 어거스터스는 미리 자신의 추도사를 헤이즐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헤이즐은 죽은자를 칭송하는 고리타분한 추도사를 버리고 어거스터스가 얼마나 멍청하고 한심했는지를 까발리는
엉뚱한 추도사를 읽어준다. 억울하게 찾아든 죽음에 대해 어퍼컷을 날리는 듯한 멋진 추도사가 고작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게되는 아이들과 그의 가족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죽음과 아픔은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그저 우주속에 티끌조차 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아파하지만 그래도 우주는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한다고 위로한다. 결국 언젠가 모두 우주속 티끌로 사라져야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불과 십 몇년의 삶을 지탱하고
떠나야 하는 어린 천사들의 투쟁이 눈물겹다.
때로는 아프지만 때론 유머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작가의 재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