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이야기
이재숙 지음 / 연인(연인M&B)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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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디에선가 마주친적이 있는 또래의 아줌마가 틈틈이 써 놓은 글들을 묶어 책을 만들었단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들이 서러워 밤잠을 설치던 내게는 부러움을 넘어 질투심이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적은 글들을 보니 내 모습이 겹쳐 오는 것 같아 정겹기도 하다.

 

 

어린시절을 보낸 신길동의 무궁화나무집 추억은 내가 어린 시절 셋집을 전전하며 보내던 추억과 닮아있었으며 마당가 구석에 놓여있던

마늘담은 함지박이며 뜨거운 여름 밤 우물가에 모여 목욕을 하던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살며시 떠오르는 것만 같다.

'나는 됐다'하시면서도 은근히 당신에게만 없던 휴대폰을 해줬으면 하는 어머니의 모습 역시 내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그러고 작가의 나이를 보니 나와 비슷하게 늙어가고 있어 그랬을까...그녀가 걸어온 흔적에 내가 있었다.

 

무뚝뚝하고 애정표현이 없던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모습에서는 은근하지만 넘치는 사랑이 엿보이고

온몸이 아픈 이유를 모른 채 슬금 슬금 삶이 힘들어지던 갱년기의 모습또한 서글프게 늙어가는 내 모습이었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던 모양이다. 식품회사의 모니터며 주부기자까지...아마도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열정이 이렇게 표출되었을 것이다.

나역시 그러했으므로..

 

음식타박을 하는 가족들 때문에 조리사자격증까지 취득하다니...글 쓰는 노력 못지 않게 재능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다.

어느새 사위를 둔 장모의 모습답지 않게 젊고 어여쁜 모습에서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건강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책을 엮을 만큼 글을 쓰고 모아놓은 부지런함이 기특하다.

이런 아내와 엄마를 둔 가족들은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기성작가의 날렵한 글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수줍지만 싱싱하고 살아가는 내음이 팍팍 느껴져 나도 행복했다.

늘 욕망만 주고 재능을 주지 않은 신께 불만만 하는 내게 '나는 해냈어요'하며 부추기는 것만 같다.

멀리서 그녀를 응원한다. 그녀의 긍정과 밝음을 보고 많은 아줌마들이 힘을 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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