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우체부를 대신하여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하고 축제에는 평화의 상징으로 하늘로

날려 올리던 비둘기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자신들이 살던 자연에서 멀어져 인간 세계로 가까이 다가와 넘치는 먹이에 뚱보 비둘기가 되더니

이제 개체수가 너무 많아 골치거리가 되어버린 비둘기들의 이야기이다.

 

 

인간세계에 다가온 비둘기들은 인간들의 비열한 짓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비둘기들을 구박하는 공원관리인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똥도 정해진 곳에 싸고 크게 울어 인간을

놀라게 하는 일도 자제하는 말 잘듣는 비둘기들이 되어 버렸다.

나름 비둘기세계에도 권력과 질서가 존재한다.

검은 혹부리는 무리중에 왕초로 야생을 잃어가는 비둘기들을 통제하고 인간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뚱뚱해진 구구뒤뚱들위에서 군림한다.

하지만 초록목을 비롯한 흰줄박이와 잿빛가슴은 검은 혹부리의 권력에 대항하여 자신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임을 증명하려 한다.

 

 

"닭둘기가 아니라 비둘기로 살고 싶다면, 날아서 여길 탈출하는 거야. 머릿속으로 항상

날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우린 날개 달린 새야!" 

 

이미 편한 먹이에 길들여져 뚱뚱해진 비둘기들은 날아오르는 법을 익히기 위해 비행연습을 시작한다.

'발찌 결사대'라는 이름으로 뭉친 비둘기들이 반란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검은 혹부리에게 발견되어 사냥개에게 던져지지만 그동안 꾸준히

날아오르는 연습을 했던 비둘기들은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른다.

멀리 짙푸른 숲이 보이고 크고 작은 빌딩들이 내려다 보이는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앞으로 구구뒤뚱법을

박차고 날아오를 비둘기들이 그 길로 올 것이라 믿으면서.

 

공원을 지날 때마다 너무 많은 비둘기들을 보면서 이렇게 야생을 잃어가면서 닭둘기가 되어도 좋을까 걱정했었다.

여기저기 싸놓은 배설물은 새로운 공해가 되었고 길에 버려진 고양이만큼이나 귀찮은 존재들이 되어버린

비둘기들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것일까. '~~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모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사람은 사람처럼, 비둘기는 비둘기처럼...그렇게 살아가야 하는데 어느 새 우리들은

경계를 허물고 '~~답게 사는 것'을 잊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늘 우리를 따뜻함으로 채워주던 정채봉님의 이름을 건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멀리 하늘에서도 흐믓한 미소로 수상을 축하해주실 것만 같다.

 

-마술을 걸다-

 

늦둥이 만수는 마술사가 꿈이다.

유리겔라처럼 멋진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유건라'라는 예명도 지어 두었다.

새 학교로 전학한 첫날 한 눈에 반한 유리의 마음을 얻기위해 마술쇼를 하고 우여곡절끝에 결국 유리의 마음을 얻는다.

드디어 유리가 만수의 마술에 걸려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이지. 잘했어 만수. 축하해!

 

-탁이-

사업을 하다 감방을 간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와 떨어져 할아버지 집으로 오게된 준호는 할아버지집에서

키우는 암탉과 친구가 된다. '탁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주고 탁이가 낳은 열 일곱개의 알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면

아버지처럼 감옥에 가둘까봐 할아버지 몰래 보호해준다.

 

 

알도 못낳는 달구새끼 잡아먹든지 장에 내다 팔든지 해야겠다는 할아버지의 푸념소리에 밤잠을 못 이루고

문 앞에 나와 앉아 하늘을 보며 별을 바라다 본다.

구름에 가렸던 별이 하나 둘 엄마 아빠 얼굴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또르를 흘리는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 밤에도 혹시나 누가 볼까 싶어서 주먹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소년의 그리움에 목이 메인다.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가 발꿈치를 좇아왔다.'는 표현이 너무 좋다.

 

-운동장이 사라졌다-

운동장에 뛰어놀 시간도 없이 공부를 강요당하는 아이들...마치 한편의 SF영화를 보듯 운동장이 바다로 변하고

지하동굴이 되는가 하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재미있다.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학교 운동장은 너무 슬프다. 공부만 시키는 '유능한' 교장선생님을 혼비백산시켜

'무능한'교장선생님으로 만드는 작가의 재치가 썩 맘에 든다.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을까.

마르지 않던 할머니의 이야기 샘물에서 이 아름다운 동화도 퍼올린 것인지 맑고 시원하다.

이런 동화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도 너무 아름다울 것 같다.

섬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 맑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책을 건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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