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홍신 세계문학 1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성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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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세익스피어가 쓴 희곡작품으로 이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기가막힌 판결부분을 알고 있을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아주 어려서 읽은데다가 마지막 결말부분까지 알고 있는터라 쉽게 다시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읽은 '베니스의 상인'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친구사이인 바사니오와 안토니오의 관계역시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신의 배를 담보로 당시에 악명높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유대인이라는 꼬리표때문에 천시받던 샤일록이 요구한 이상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세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쓰던 당시 영국은 유대인을 멸시하는 풍조가 있었다고 한다.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를 유대인으로 설정한 것은 그 시대의 한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턱수염에 가래침을 뱉고, 낯선 개 쫓아내듯 나를 문밖으로 내치던 당신이 이제와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시는군요...." -25p

 

샤일록은 모욕을 주었던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도 받지 않고 다만 상환하지 못할시에는

살 1 파운드를 달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탈무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낫을 빌려주지 않았던 이웃이 호미를 빌리러오자 순순히 내어주던 유대인의 호의가 사실은 복수와

증오라는 얘기 말이다. 아마도 샤일록의 호의(?)는 바로 복수와 증오심이었을 것이다.

 

기한내에 배가 들어올것이라는 확신을 했던 안토니오는 결국 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자신의 살을

떼어줘야 할 위기에 몰린다.

친구에게 보증을 세우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을 하려했던 바사니오는 연인 포샤가

내어놓은 세 가지 상자중에 납상자를 선택하여 구혼에 성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을 떼일 곤경에 처한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포샤는 재판관으로 변장을 하고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바로 이 장면에서 불후의 재판으로 회자되는 '살 1 파운드는 떼어내되 그 이상도 이하도 베어내면

안되고 피를 흘려서도 안된다'고 판결한다.

샤일록은 그제서야 원금만 주면 가겠다고 사정하지만 재판관으로 위장한 포샤는 차용증서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것과 외국인이 시민의 생명을 빼앗으려했기 때문에 재산까지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장면에서 영국인 세익스피어의 유대인에 대한 차별성이 드러난다.

결국 포샤의 판결은 영국인의 차별성을 증명하는 셈이다.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기독교인 안토니오를

궁지에 몰려고 했던 샤일록이 거꾸로 궁지에 몰리는 장면이 호쾌하긴 하지만 뒤집어보면 영국인들의

지독한 아집을 볼 수 있다.

 

어려서 읽었던 이 작품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나는 순수한 눈을 잃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멋지게 복수하는 포샤에게 더 이상 열광하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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