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한 삶의 위로
이성규 지음 / 아비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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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 두툼한 설탕이 붙은 커다란 눈깔사탕을 먹는 것처럼 달콤했고 그 달콤함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아끼며 읽게 되는 책이다.

아주 오래전 분명 나도 지나왔을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고등학생정도는 되야 이해할 수 있다는 무협지에 푹빠져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몰입하는

장면에서는 부족한 책을 읽기위해 도서관을 뻔질나게 드나들던 내 모습과 겹쳐졌다.

그냥 대충 공부해도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저자의 머리는 확실히 나쁜편은 아니었던 것같다.

이미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들을 이렇게 또렷이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있다.

 

 

요즘 아이들이야 대학입시에 목을 메고 사느라 풍요한 유년의 추억을 가질 수 없지만

그 시절 우리는 가난했지만 풍요로운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행복한 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처럼 영악스럽지도 못하고 어딘지 어눌하고 순진했던 우리들.

비록 유부남을 만나 평생 고단한 결혼생활을 해야했던 어머니의 아픈 시간들이 있었지만

깔끔한 살림솜씨와 대단한 교육열이 오늘의 그가  있게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구슬치기의 달인이 되어 목표한 구슬 천 개를 얻기위해 철저히 관리하는 장면은 그가 금융권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가능성을 이미 보여준 셈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유복하게 컸던 것도, 멱감고 고기잡고 들과 산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고향에서

자란 것은 그에게 커다란 자산이다.

 

 

사냥철 동네를 찾아든 사냥꾼들을 따라다니며 용돈푼이나 벌어볼 요량을 해보다가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그냥 착한 학생으로 남아야겠다는 결심에서는 푸하하고

웃음이 터진다. 역시 순진하고 앙증맞은 소년의 모습이기에.

어머니의 바람대로 잘 자라 제 몫을 하는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는 것같다.

나보다 두어 살 정도 먼저 태어나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동무로서 이미 잊혀진

유년을 만나게 해주어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새우깡과 부라보콘을 처음 먹었을 때의 그 황홀했던 맛처럼 늙어가는 내 머리속의

어디에선가는 천진스런 내 유년이 새겨져있을 것이다.

어느 새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그리워하고 목이 메이는 그런 시간에

서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이렇게라도 추억과 만날수 있게 해준 이 책이

너무나 반갑고 소중하고 고맙다. 잊지 않고 끄집어 내줘서 고맙다. 정규야.

영원히 철들지 말고 그 시간에 머무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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