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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결혼하다 - 카오산에서 만나 라오스에서 결혼하고 샹그릴라까지 걷다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참 멋진 커플이 아닐 수 없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고 했던가. 남성우월주의자이던 마흔이 넘은 남자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서른 여섯의 여자가 낯선 땅 방콕에서 만나 '짝'이 되었다.
도대체 '내가 너 책임질게'라는 말 한마디에 어떤 힘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독신의 벽이 그토록
허무하게 허물어 질 수 있다니 '운명'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사랑이 있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였더라면 도저히 만날 확률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태국에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기적처럼 만나 코미디같은 결혼이란걸 할 수도 있다는걸..
알았다.
한때는 문학소녀였고 방송작가였으며 몇 번의 연애경험이 있었던 미노를 한 순간에 쓰러뜨린 남자는
'시티맨'이다. 반듯반듯한 도시가 좋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편하다는 그가 깡총깡총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여자가 좋아 졸지에 미노의 동반자가 되어 씨티보다 오지를 더 많이 쏘다니는 배낭족이 되다니.
사랑은 이런 것이다. 기적을 만드는 일.
나는 이 책을 읽는내내 이 커플과 함께 그들이 다닌 낯선 곳을 배낭하나 얹지도 않고 묻어 다녔다.
툭툭을 타고 혹은 낡은 버스를 얻어타며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투닥거리며 싸워대는 그들의 시끄러운
소음을 견디면서도 도저히 먼저 돌아올수는 없었다.
왜냐고? 싸움도 많이 하면 정이 든다더니...나와바리의 선구자 '시티맨'의 우격다짐도 미노의 투덜거림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여행처럼 결혼도 낯선 길위에 서있는 일이라는 것을 미노는 알고 있다.
그런데 여행도 결혼도 한꺼번에 해치워버린 그녀의 용기가 부럽기만 하다.
낯선 길위에 평생의 짝을 만나고 더불어 인생의 지혜도 찾은 그녀가 어찌 부럽지 않을 것인가.
이과와 문과가 전혀 다른 색깔인 것처럼...거친 노가다일에 자주 욱하는 남자와 잘 나가고 싶은 여성작가의
만남이 어떻게 이어질지 1년에 한번 미노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했으니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울퉁남 '시티맨'처럼 오지의 불편함을 견딜낼 만큼 '여행'을 사랑하고 평생 책임지고 싶은 여자를 위해
유리주전자를 챙길만큼 다정다감한 남자가 높은 산을 넘으면서 내 등을 밀어주는 상상을 하며
결혼도 여행도 멋지게 해내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