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소멸
한동일 지음 / 그린스트로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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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사이즈의 이 작은 책에 담긴 내용이 엄청나게 무거워서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저 소설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제목부터가 무겁지 아니한가. 그 아름답고 찬란해야만 할 청춘이 소멸된다니..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던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실업이 늘어가고 겨우 구한 직장도 언제 떨려날지도 모르는데다 무엇보다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어두운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청춘을 지나고 나면 욕망도 사그러들고 평안이 찾아오는 그런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좋은 직장을 구해서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하면 월급을 모아 집도 살 수 있었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가질 수도 있었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야기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다.

소도시에서 낳고 자란 남자에게 도시는 꿈이었다. 그렇게 향한 도시에서의 삶은 그려보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다. 여전히 부모에게서 생활비를 얻어써야 했고 상황을 눈치 챈 부모가 구해준 A교수의 연구소에서 밥벌이를 했다. 대학시절 꿈이 많았던 후배는 증권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잘 벌었다. 죽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은 자주 만났고 술은 후배가 샀다.


후배가 소개한 여자와 연애도 시작했다. A교수는 대학원 진학을 권하면서 친구인 B교수를 소개했다. 계약직으로 있다가 정식 연구원으로 채용하겠단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소 생활은 사이코 B교수의 갑질을 견디지 못한 연구원들이 연이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덤덤한 성격의 남자만 견뎠다. 그걸 기특하게 여긴 B교수가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교수가 되겠다는 꿈도 없었던 남자는 리서치회사에 출근을 시작한다.

그 사이 돈을 잘 버는 줄 알았던 후배는 자신의 추천으로 돈을 번 사람들과 잃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예전처럼 후배를 잘 만나지 못했다.

그가 떠난 후 읽지 않고 쌓인 메일에서 후배가 보내온 것들을 읽었다. 마지막까지 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과 우울때문에 그의 손을 잡지 못했다.


OECD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졌다.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남자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집에서 조용히 자신의 손을 잡아준 아버지 때문에 다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구류3일'에서는 어이없이 성범죄로 몰린 화가에게 향했던 폭력성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공권력도 언론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군중심리는 어리석었다.

누구 한 사람 이렇게 벼랑에 몰아넣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후회? 자책? 그런 것들은 폭력가해자들에게는 입력이 되어 있지 않은 기능이다.

'청춘의 소멸'이 소설이 아니고 자신의 얘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은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어느 작가도 자신의 삶을 벗어나 글을 쓸 수 없다'

많이 아프지 않았었기를 바라지만 그래서 몸을 뚫고 나오는 작품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가오는 봄처럼 찬란한 꽃처럼 그런 아름다운 작품들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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