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에도 이유가 있던가. 제목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속이 답답해서, 오래 일만하다 힐링하고 싶어서, 그냥 무작정 다른 풍경이 그리워서...

그러고보면 이유가 참 다양했다. 누군가는 아이를 잘 기르고 싶거든 여행을 보내라고 했다.  여행은 인생이라는 또 다른 여행에서 참고서같은 역할이 아닌가 싶다.

 

 

나는 김영하란 작가를 책에서보다 TV에서던가 라디오에서던가에서 먼저 알았던 것 같다.  그가 썼던 원작의 영화에서도 잠깐 만났고. 나중에 책을 보니 글을 썩, 맛깔나게 쓰는 작가였다.

그의 입담이 그저 입담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글을 잘쓰면서 입담은 약한 작가도 있긴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책이라면 일단 기대치가 높았다.

 

 

첫 해외여행이 당시 중공이라 불렸던 중국이었다는 것도 놀랍다.

공산국가로의 여행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한 때 으쌰으쌰 운동권학생이었던 그가 공산주의에 대한 상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난 중국은 이미 예전의 중공이 아니었고 광신교도가 정신차리고 다른 종교에 관심을 보이는 그런 시기였던 것이다.

같이 동행했던 정보부소속 형사와의 에피소드가 그의 말처럼 그의 운명을 바꾼 한 수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여정과 형사의 여정에 예정되어 있던 그 은밀한 인연의 결과가 해피앤딩이라 다행스럽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이루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시기, 베트남 여행을 예약했던 우리 가족들은 결국 여행을 포기했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가서 느끼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가기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고 생각한다. 숙소를 정하고 뭘 먹을지 누굴 만날지 상상하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인생도 막상 살아보니 경험하지 못한 그 어떤 일들에 대한 상상이 더 나았던 것 같다.

물론 걱정인형처럼 마구 걱정만하다 시작도 못해본 일이 더 많지만.

 

 

여행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걸 저자는 이 한마디로 정리한 것 같았다.

'남의 땅에서 우리의 힘은 약해진다'.

그 약함이 겸손을 배우고 동화를 배우고 커다란 가르침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빈 것이기에 무엇을 채워 돌아오느냐는 순전히 여행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꽤 많은 여행을 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한 이동을 포함하여 그가

걸었던 길은 꽤 길었다.

그의 모든 길이 작품의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양분을 그렇게도 쓰고

저축도 하고 나누어도 준다. 그래서 여행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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