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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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벚꽃이 그려진 표지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데 제목은 '불편한'이

붙었다. 얼마나 불편하길래 그럴까. 그렇게 호기심으로 선택한 소설이다.

일단 이 편의점이 있다는 장소가 편하게 다가왔다. 오래전 어린 내가 많이

걸었던 동네여서. 남영동, 갈월동, 서울역, 동자동, 그리고 푸른 언덕이라는

뜻의 청파동이 등장해서.

 


 

교직에 있다가 퇴직하고 편의점을 차린 염여사는 부산에 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가 지갑과 신분증등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잃어버리고 만다. 기차에 타고서야 그 사실을 알고 당황했지만 누군가 그걸 갖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서울역으로 향한다.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는 도시락 하나 값을 파우치안의 돈으로 치뤄도 되냐고 미리

양해를 구했고 도시락을 먹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역한 냄새와 떡진 몰골로 파우치를 돌려준 남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려온 염여사는 배가 고프면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말한다. 남자는 자신을 '독고'라고 했다.

오전에는 아들하나와 살고 있는 오여사가 일하고 오후에는 시연이 일한다. 야간을 맡아주던 성필씨가 다른 일을 찾아 떠나자 그 자리에 독고씨로 대체한다.

말도 더듬고 추레했던 독고씨는 말끔하게 변해 편의점 야간 근무를 시작한다.

 


 

염여사는 교직연금으로 굳이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돕기위해 유지될 정도로만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현의 도움으로 편의점 일을 배운 독고씨는 의외로 빨리 일을 익혔고 아주 성실하게 일을 해나간다.

시현은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편의점 점장으로 나가고 그 시간대는 오여사와 독고씨가 나누어 맡는다.

 


 

염여사의 아들 민식은 돈만 쫓다가 사기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여전히 일확천금의

꿈을 놓지 못하고 엄마가 하는 편의점을 팔아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조른다.

오여사 역시 대기업을 다니다가 뛰쳐나와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때문에 속을

썩는다. 그런 오여사의 하소연을 듣던 독고는 게임에 빠진 아들에게 삼각김밥과 함께

편지를 전하라고 한다. 그리고 아들 얘기를 들어주라고 한다.

 

낡은 동네에 이벤트도 별로 없는 작은 편의점에 독고씨가 오면서 작은 희망의 불씨들이 일어난다. 정작 본인은 알콜성 치매로 과거의 기억이 없는데 편의점에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처방전 하나씩을 꺼내놓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씩 희망을 찾아 가고 독고씨 역시 자신의 과거를 찾게 된다.

 

왜 이 책이 오래 독자들에게 사랑들 받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청파동 지도를 검색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정말 그 곳 어딘가에

'ALWAYS'란 편의점이 있을 것만 같아서. 독고씨는 떠났을지 모르지만 누군가 아직

불편한 편의점을 지키고 있을 것만 같아서.

 

독고씨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여전히 부조리하고 비겁한 인간 군상이 지겨워졌다.

하필 그 무렵 코로나가 극성을 떨게 되고 독고씨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보겠다고

길을 떠난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왜 그가 서울역에 남아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자 그 곳에서 마주쳤던 노숙자들의 사연들이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

독고씨처럼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었겠지. 어쩌면 누군가는 독고씨처럼 희망을 찾아 그 곳을 떠날 수도 있지 않을까. 불편한 편의점의 염여사같은 사람을 만나.

참 아름답고 가슴먹먹한 감동을 주는 멋진 소설이었다. 2편에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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