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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시인 천상병은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그저 잠깐 이승에 다니온 소풍같은 삶.
아버지와 같은 불치병에 걸린 중학교 2학년 건수역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 시간들이
'방학'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이혼하고 새엄마와 재혼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온 건수.
자식을 그저 잘 아는 이웃정도라고 여기는 아버지에 대해 건수는 그다지 서운한 기색도 없다.
보름 후 새엄마는 돈 몇푼을 쥐어주고 아버지의 시신을 데리고 떠난다.
이제 건수 역시 새로운 약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은 소녀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강희.
병원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다르지만 절망의 모습을 비슷하다.
병원 옆 성당에서 환자들을 위해 매주 성당에 오면 6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돈 보다 아직 뭔가 할 일이 있다는게 의미있다.

그러던 중 한 알에 6만원이나 한다는 신약이 개발되고 건수는 임상실험에 뽑혀 약을 복용하게 된다. 뽑히지 못한 강희를 위해 약을 숨기기도 하고 나눠먹기도 한다.
어쩌면 건수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더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같은 병을 앓다가 떠난 작가의 책을 읽는 것으로 소일했던 아버지는 그들에게서 어떤 위안을 느꼈던 것일까. 이런 병을 가진 환자임에도 대작가가 될 수도 있다는 존재감 같은거.
김유정은 목숨이 꺼져가는 절박함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돈을 벌어 닭도 고아먹고 기운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아 생명에 대한 그 갈급함이라니.
건수는 불치병 환자임에도 의외로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병을 고쳐 언젠가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어딘가에 매달려 희망을 놓치 않는 사람들. 더구나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소년과 소녀의 삶.
작가의 실제 상황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소설을 보면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 등단작품이 그에게 불치를 치유하는 신약이 되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