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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일, 말, 삶 - 알다가도 모르겠는 90년대생과 똑똑하게 소통하기
김미라 지음 / 좋은땅 / 2020년 11월
평점 :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나 참 이렇게 억울한 세대가 또 있을까.
가난한 부모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가난한 나라좀 구해보려고 또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모으로 아이들 기르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더니 이제 아이들하고 소통하려면
공부좀 하란다. 공부라도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꼰대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억울하다.
늦둥이 아들녀석과는 중2때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 서로 상처를 입었다.
내가 자랄 때에는 사춘기까지는 그렇다치고 중2병 같은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10 여년 전
그 병으로 인해 나는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싶어질까봐 베란다 문도 열기 겁이 났었다.
덩치는 산만해져서 이제 매를 들 엄두도 안나고 속은 상하고 그래서 도망치듯 섬으로 내려왔다.
도대체 아들녀석과 나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강은 왜 생겼고 같은 모국어로 소통은 왜 안되는 것일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늙은 어미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녀석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문제지? 이 책을 보니 내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들의 삶을 이해못하니 말이 통할리가 없고 이해는 더욱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자아존중감 높게 키워놓고 내 앞에서는 자존감 내려놓으라고 한 격이었다.
그러니 충돌이고 상처만 깊었던 것이다.
중반쯤 읽을 때 까지는 내가 그동안 놓친 것들에 대해 깊은 공감이 일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과의 눈을 맞추고 싶다면 해야할 일에 들어서자 내 자존감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자기는 이런 공부를 했고 자신도 있으니 연봉은 얼마나 맞춰줄 수 있냐는 사원면접 풍경에
다다르자 어이가 없었다.
이제 밀레니얼 세대와 호흡하려면 비위를 맞추라는 소린가?
칭찬은 물론이고 맞장구도 잘 쳐주어야 한단다. 아 힘들다.
'라떼는 말이야'가 절로 나오려다가 마음을 다 잡아본다.
자유롭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간결하고 정확하고 솔직한 것을
좋아한단다. 그러니 속터져서 죽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자 그럼 성질난다고 내가 때려치고 유배를 가야할지 서로 소통하면서 어울려 살지는
내 선택이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나는 꼰대라는 이름을 달고 유유히 시간의 뒤안길로 향할 것이고
후자를 선택한다면 남은 시간, 그나마 멋진 어른이라는 대접을 받으면서 어울려 살아갈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라떼는 말이야 윗상사 눈치 보느라 회식에서 먹기 싫은 술도 얼마나 먹고 제일 늦게
택시까지 잡아서 보내드리고...할말이 많다.
시집살이에 벗어나 이제 좀 대접좀 받으려나 싶었는데 며느리 시집살이 시작한 느낌이다.
그래도 어쩌랴. 세대가 그렇고 시대가 그런 것을. 그러니 뒷방 늙은이 소리 안 들으려면
이 책 읽고 열심히 공부해서 살아남을 밖에. 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