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걸었네
송언 지음 / 엘도라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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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버킷리스트에는 딸, 아들과 함께 배낭여행하기가 들어있다.

아직 무릎이 짱짱할 때 배낭여행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환갑 언저리가 되어 친구들과 함께 도보여행을 계획했으나 여의치 않아 아내와 함께

도보여행을 시작한 남자의 이야기다.

동해안 해안도로를 도보로 여행한다는 것은 참 멋지다.

7번국도를 따라 차로 여행을 한 적이 있지만 도보여행을 생각지 못했었다.

더 늦기 전데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도란도란 떠난 여행이야기가 참 달콤하다.

 

 

  

               

첫 여정은 울산에서 시작하여 울진에서 닻을 내렸다.

총 4부의 도보여행으로 이루어진 짬짬이 여행기인 셈이다.

글을 읽으면서 네이버 지도를 켜놓고 여정을 함께 했다. 아 여기쯤이겠구나. 묵었던 모텔이나

펜션이 지도에서 나오면 나도 이 여정에 함께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작년 친정엄마의 팔순여행으로 동해안을 돌면서 해파랑길을 알게되었다.

이 부부는 동해안 해안길로 이어진 해파랑길을 따라 올라오는 여정을 선택했는데 이 길이

7번국도와 만났다가 갈라지고 했던 모양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에도 곁에 화물차가

붙으면 긴장하게 되는데 좁은 국도에서 엄청난 크기를 가진 화물차가 다가오면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이왕이면 걷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속도를 줄이거나 해주면 좋으련만

시간에 쫓기는 것인지 저렇게 쌩하니 인정머리 없게 겁을 줬던 모양이다.

 

 

                    

 

그래도 참 아내가 무던하다. 길을 잘못들어도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려도 투덜거리지 않고

함께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국도 한 가운데에서 해는 지고 갈길은 멀어 낙담하고 있을 때

용기있게 경찰차를 세우다니.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여자들이 더 현명하다는 말이 맞는다.

의외로 남자들이 이것 저것 재느라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다.

여자들의 현실감각이 더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줬다. 속으로 좀 민망하지 않았을까. 남편이.

 

 

                            

 

오래전 살다간 인물들이 다녀간 곳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도 보고 멋진 나무들을 보면서

나무보다 짧은 인간의 삶에 회한도 느낀다.

하지만 왜 그 해파랑길 식당들은 고기 2인분을 주지 않았을까.

1인분을 안주는 식당은 봤어도 2인분은 안된다고 3인분을 파는 식당들을 보면서 참 야박하다

싶다. 그래도 싸우지 않고 그냥 타협하는 자세가 여행자의 여유처럼 다가온다.

나라면 싸우든지 안먹든지 했을텐데.

 

 

내 오랜 추억이 깃든 해운대길을 같이 걸어도 보고 달맞이고개길도 함께 넘었다.

기장을 지나 칠암에서 아나고를 관으로 시켜 먹었던 추억도 함께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도보여행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나도 꼭 한번 해파랑길을 걸어봐야겠다.

아마 요즘은 고기 2인분 주문도 반갑게 받아주지 않을까...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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