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나에게
정모에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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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라고 하니 예순 중반의 나이면 중년인 셈이다.

이만하게 살았으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길들에는 돌뿌리도 있었을테고 꽃들도 있었을 것이다.

마치 잔잔한 들판에 핀 꽃들처럼 소박하지만 치열했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열 여덟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던 엄마와는 왜 불화했을까. 어린 엄마는 어린 딸을 왜 아프게 했을까.

내 몸과 혼을 내어준 엄마에 대한 미움과 아픔은 부려보지 못한 어리광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렇게 발현된 것은 아니었을까. 많이 늦어서야 나처럼 많이 아팠던 엄마를 품에 안는다.

좀 더 빨랐다면 평화가 좀 더 빠르게 찾아왔을텐데...후회란 빨라도 언제나 늦는 법이다.

 

 

첫사랑도 그렇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름답고 때론 아프고 늘 그립다.

아련했던 그 기억들은 삶이 아프고 사랑이 그리울 적마다 슬쩍 꺼내보는 진통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 그도 나이 먹지 않고 그의 기억 속 나도 나이먹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살면서 한 번이라도 마주치지 않기를..

아마 저자는 한 집 건너 살던 첫사랑과 50년 만에 해후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냥 기억속

사랑으로 남겨두었더라면 하는 후회로 막을 내린다. 거봐 안 만나는게 낫다니까.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쉬쉬할 일은 아니었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마주해도 되었던 것들이 있다.

성(性)도 그랬다. 누가 이런 것들을 좀 일찍 가르쳐주었더라면 인생이 조금은 더 즐겁지 않았을까.

내 뒤를 따르는 후배들이여 부끄러워하지는 말되 남용하지도 말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에 70%까지야 아닐지 모르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니 과감하고 능동적이기길.

이기적이고 제대로 못하는 상대는 과감하게 잘라버려!

 

 

절약정신이 강한 주부들에게 물었다.

"뭐가 제일 아까웠어요?"

정말 생각지도 않게 부티가 흐르는 여자가 그랬다.

"난 이상하게 쓰레기봉투가 제일 아까워서 있는대로 꽉꽉 채우고 테이프로 입구를 덕지덕지 붙여서야 내다 버리곤 해요".

혹시 내 인생도 찢어진 쓰레기봉투처럼 덕지덕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좀 덜 넣고 비웠으면 마지막 순간이라도 아름다울 수 있었을텐데...하는 마음으로.

아마 저자는 꽤 깔끔한 사람인 듯하다.

인간관계 역시 별 군더더기가 없었을 듯하고 그림도 시도 고스란히 성격이 담겨있다.

담백하지만 섬세한 그런 것들.

그리고 지금쯤은 슬쩍 숨겨놓았던 고인 것들을 뱉어보는 여유스러움도.

그래서 잠깐 쉬는 기분이었다. 살짝 내 지나온 시간들도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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