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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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죽음 리허설, 이클립스 지음,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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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님의 신간이 또 나왔다. <세계척학전집>이 벌써 8번째 책이 나왔다. 척하기 좋도록,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게 되는 책이다. 이클립스님의 척학 시리즈는 일단 독특한 소재,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 전개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매우 인상적이 책인데, 이번에는 <죽음 리허설>이라니!! 너무 신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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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음은 리허설이 없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겪을 일이지만, 아무도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알 수 없다. 아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알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죽을 날이 너무 가깝다면, 구태여 열심히 살 것 같지도 았을 것 같고, 살아 있는 동안 너무 허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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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초등학생 아들과 메멘토 모리(Momento Mori)라는 체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암 치료 중이었고, 막연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라 아들과 나에게 중요한 체험이었다. 유서도 작성하고, 내 묘비에 새길 문장도 만들고, 내 장례식장에 꼭 초대할 사람들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에게 간단한 메모도 남겼다. 마지막은 직접 관에 들어가는 거 였다. 관 뚜껑을 닫고 망치질 하는 것처럼 소리도 내고, 3분 정도 컴컴한 관 안에 나왔는데, 죽음이 두렵다기 보다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죽음을 단순히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돌아보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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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은 철학, 심리학, 과학, 종교적인 내용까지 더해져서 우리의 생각 범위를 넓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엇다.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의 목적은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더 멋지게 살기 위한 것이다. 프로이드, 에피쿠로스, 몽테뉴, 파스칼, 예수님까지 등장하며, 죽음의 두려움, 사후세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삶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찾아왔을 때는 이미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에피쿠로의 죽음에 대한 관점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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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소멸이 아니다. 부모님이 소천하셨을 때 나는 뇌의 과부화, 번아웃, 부적응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관계의 변화, 그리움을 담고 있기에, 죽음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이상의 아픔으로 다가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에 대한 느낌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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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의도는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오히려 삶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인 메멘토 모리(Mememto Mori)를 기억하며, 살아 있는 지금 더욱 충실히 살아갸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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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사 도감 -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Mayu.Forrest Baker 지음, nankaiine 일러스트 / 더북에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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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공부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어 동사 도감, Mayu, Forrest Baker, 더북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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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동사의 쓰임에 대해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심지어 get, take, make, put 같은 동사들은 아주 쉬운 동사인데도, 어떤 전치사가 붙느냐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비슷한 표현이라도 상황에 따라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어 어렵게 느껴진다. 문장에서 유추해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막상 원어민과 대화를 하거나, 영어로 말하려고 하면 머릿솟에서만 맴돌 뿐 내가 하고자 하는 표편이 쉽게 떠 오르지 않는다. 동사를 잘 활용하면 영어를 더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영어 동사 도감>은 이런 나의 니즈를 잘 반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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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핵심 동사 50개가 담겨 있다. 먼저 동사의 기본 의미를 제시한 후에, 구동사와 관용 표현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624개의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요즘에 나는 영어 표현을 익힐 때 chatGPT로 이미지화해서 인포그래픽 스타일로 만들어서 공부한다. 아무래도 그림이 있으면 연상작용을 일으켜 더 기억하기 쉽다. 기존의 VOCA 책은 단어와 뜻, 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림을 통해 동사의 의미를 핵심 이미지로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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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처음 배울 때 무작정 외우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언어라는 건 규칙이 있고, 어원이 있을 터인데, 무작정 외우라니... 암튼 그때는 선생님 말대로 무작정 외웠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단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다 잊어 버렸다. 하나의 동사가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는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데, 이 책은 매우 유용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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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표현이 너무 교과서 적이라, 실제 원어민들은 잘 안쓰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실제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못알아 들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비슷한 표현의 차이, 실제 원어민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설명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교과서에서 배운 표현과 일상회화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고, 다양한 예문을 통해 실제 활용 상황까지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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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QR을 찍으면, 무료 음원이 제공되니 활용도가 점점 올라간다. 내가 원하는 것은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니, 단순히 눈으로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습문제를 풀면서 한번 더 체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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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쉽게 편하게 말하려면, 무작정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익숙한 동사를 잘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통역사가 되려는 것이 아닌 이상, 회화가 목표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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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 - 2천 년 전 고전에서 배우는 70가지 인생 수업
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리텍콘텐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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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 사마천, 김태현, 리텍콘텐츠


사마천 <사기>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것이었는데, 드디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의 저자 김태현 님은 동서양 인문고전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인문학자이다. <삼국지 인생 공부>, <초한지 인생 공부>, <군주론 인생 공부>, <파스칼 인생 공부>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신간 <사기열전>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사마천은 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하여 다섯 체계로 나누어 전체 130편, 52만 글자의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중 <열전>은 70편으로 사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저자는 <열전>이 <사기>의 핵심에 해당되며, 역사를 움직이는 것이 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있음을 담은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사기열전은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동양 인문고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지만, 인간의 욕망, 갈등, 성공에 대한 갈망, 실패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이와 진여의 관계에서 권력과 자존심 앞에서 우정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았고, 범저와 채택을 통해 성공했을 때 오히려 물러날 줄 알는 지혜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인가 보다.


특히 일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 전문지식이나 능력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히 우리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사람을 구분하는데, 사마천은 사람을 영웅이나 악인으로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마천은 그들의 선택과 결과를 함께 보여주면서, 겉으로 드러난 행동 뿐 아니라 그 이면의 욕망과 상황까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원'은 전국시대 초나라의 춘신군의 2인자로 춘신군이 계속 권력을 쥘 수 있도록 계책을 내놓으며 신임을 얻었지만, 왕권이 바뀌자 춘신군을 암살하게 한 인물이다. 내가 쓸모 있을 때에는 내 편인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돕는 척하며 자신의 이익을 키웠고,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유형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원칙주의자 '상앙'은 법을 엄격하게 바꾸어 나라의 발전을 꾀하고, 부정부패를 없애려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인간적인 정서와 도리를 배제한 법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 반역죄로 몰려 처형당하게 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상앙의 이야기는 원칙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잘 보여 준다. 법이나 규칙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규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법이나 규칙을 만든 이유나 취지는 잊히기 쉽다. 규칙을 앞세워 개개인의 사정이나 상황을 봐주지 않게 되어버린다면, 지나치게 엄격하고 가혹한 잣대가 결국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칙이 무엇을 위해, 왜 존재하는지 잊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인문학자 김태현 님이 <사기>의 핵심에 해당하는 <열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뛰어난 능력과 지략을 갖추고도 사람을 잘못 판단해 실패하기도 하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한다. 겉으로 좋아 보이던 사람이 나에게는 빌런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은 2천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니,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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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빼고 주문하신 회계 나왔습니다 - 어려운 용어도 단숨에 깨치는 기적의 회계상식사전
정소라.홍지연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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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숫자 빼고 주문하신 회계 나왔습니다, 정소라 • 홍지연 지음, 현대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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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관련하여 우리회사 재무재표를 들여다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 줄 모르고, 매출액이 얼마고 당기순익이 얼마니 마이너스이냐 아니냐 정도만 안다. 주식투자를 하려고 해도 그 회사의 재무재표만 들여다 봐도 보인다던데,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잊혀질만하면 회계공부 좀 해야지 다짐하다가고 막상 책을 들여다 보면 통 무슨 소리인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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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회계라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와 복잡한 숫자들이 빼곡히 써있어 막연한 부담부터 느끼게 된다. 그런데 <숫자 빼고 주문하신 회계 나왔습니다>는 책 제목처럼 복잡한 숫자를 걷어 냈다. 대신 회계 용어들을 한자의 뜻으로 설명한다. 회계 용어들이 거의 한자로 이루어져있다 보니 한자를 풀어설명해주니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차변과 대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자산과 부채,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미수금과 미수수익처럼 헷갈리던 용어와 개념들을 뜻 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니 개념 정리가 확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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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단순히 돈의 출입을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현재 상태, 경영성과를 이해하는 중요한 언어이다. 매출이 늘었다고 이익이 많아졌다고 볼 수 없고, 장부상 이익이 생겼다고 해서 현금이 충분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회계적 관점에서 들여다 보면 기업의 상태를 제대로 바라보는 첫 단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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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및 기획업무를 하면서 제품의 원가 계산, 수익성 검토, 연말에는 사업계획서 작성을 한다. 당연히 효과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제품이 실제 회사에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손익 분기점은 언제인지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회계팀이 아니어도 경영진이나 기획 혹은 개발자 역시 기본적인 회계를 알아야 한다. 나처럼 회계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지만 회계는 늘 어렵게 느껴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려운 숫자에 앞서 용어의 의미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며 무슨 말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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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김에 교토 - 조각난 자존감을 모으는 시간
노푸름 지음 / 상록의서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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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김에 교토, 노푸름 지음, 상록의서가


교토는 언젠가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다. 아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오사카에서 교토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둘러보고 조금만 옆길로 걸어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조용한 골목과 작은 공원이 나왔다. 오래된 건물과 아기자기한 노포가 있고, 놀이터가 있는 작은 공원들과 이어지는 길은, 비록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천천히 걷기 좋은 길로 기억된다. 유명 관광지를 둘어보는 것도 좋지만, 교토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대로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고된 김에 교토>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해고된 김에(?) 교토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교토의 매력을 조금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가 왜 교토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20대 때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되어서 사업부가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고 된 적이 있었다. 팀장은 그날로 회사를 안나왔고, 나는 총무팀 직원에게 이직할 때까지 한 두달 더 있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이력서를 쓰다가 이직에 성공하면서 퇴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황당스러운 일이었다. 노푸름 작가가 갑작스러운 해고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데로 이직하는 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안 믿는데, 구태연하게 이직이 아니라 잘린 거라 얘기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저자 역시 '해고'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게 힘든 일이겠지만, 해고된 김에 여행을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마침 같이 갈 사람도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예상치 못한 불행을 조금은 쿨하게 받아들이려는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의 제목에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20대 때 해외여행은 관광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여행은, 꼭 가야할 유명한 관광지도 가 봐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낯선 풍경을 마주하며, 팍팍했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설레인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처음 가보는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바쁘게 살 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낯선 도시의 골목길이나 풍경에서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가 간 곳에 나도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교토처럼, 저자의 흔들리던 자존감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상으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잠깐 쉬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드리더라도 삶은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는 책이었다. 지난번 당일 여행으로 교토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는데, 다시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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