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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김에 교토 - 조각난 자존감을 모으는 시간
노푸름 지음 / 상록의서가 / 2026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해고된 김에 교토, 노푸름 지음, 상록의서가
교토는 언젠가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다. 아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오사카에서 교토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둘러보고 조금만 옆길로 걸어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조용한 골목과 작은 공원이 나왔다. 오래된 건물과 아기자기한 노포가 있고, 놀이터가 있는 작은 공원들과 이어지는 길은, 비록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천천히 걷기 좋은 길로 기억된다. 유명 관광지를 둘어보는 것도 좋지만, 교토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대로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고된 김에 교토>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해고된 김에(?) 교토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교토의 매력을 조금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가 왜 교토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20대 때 입사한 지 두 달도 안 되어서 사업부가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고 된 적이 있었다. 팀장은 그날로 회사를 안나왔고, 나는 총무팀 직원에게 이직할 때까지 한 두달 더 있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이력서를 쓰다가 이직에 성공하면서 퇴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황당스러운 일이었다. 노푸름 작가가 갑작스러운 해고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데로 이직하는 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안 믿는데, 구태연하게 이직이 아니라 잘린 거라 얘기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저자 역시 '해고'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게 힘든 일이겠지만, 해고된 김에 여행을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마침 같이 갈 사람도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예상치 못한 불행을 조금은 쿨하게 받아들이려는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의 제목에 고스란이 담겨져 있다.
20대 때 해외여행은 관광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여행은, 꼭 가야할 유명한 관광지도 가 봐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낯선 풍경을 마주하며, 팍팍했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설레인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처음 가보는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바쁘게 살 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낯선 도시의 골목길이나 풍경에서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가 간 곳에 나도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교토처럼, 저자의 흔들리던 자존감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상으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잠깐 쉬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드리더라도 삶은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는 책이었다. 지난번 당일 여행으로 교토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는데, 다시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