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딥마인드 -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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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딥마인드, 김미경 지음, 어웨이크북스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님의 신간이 나왔다.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을 읽다가 활자로 된 실물책이 더 갖고 싶었다. 책장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한 마음이 들기에 좋은 책은 실물 책을 소지하고 싶은가 보다.

김미경님의 강의에서도 자주 나왔던 어머님은 증평에서 평생 양장점을 하며 마지막 수의도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힘들수록 눕지말고 더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라고, 열심히 살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늘 말씀 하셨다고 한다.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는 창문을 활짝 열고 찬송가를 틀고 따라 부르셨고,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일찍 일어났고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인생은 해 볼만 한 거라고 늘 말씀하셨던 어머니를 닮아 김미경강사님도 맹렬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시골 촌년이 서울 금수저의 모습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고, 엄청난 결핍과 열등감이 오히려 연료가 되어 수많은 목표와 꿈을 만들고 그걸 이루기 위해 강하게 밀어 부치며 잇마인드(it-mind)로 살았다고 한다.

김미경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니 꿈을 가지고 새벽 4시에 일어나라고 하셔서 나도 한때 새벽에 일어나 공부도 하고 새벽기도도 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려면 9-10시에는 자야하는데 11시-12시에 자면서 4시에 일어나는 건 무리였다. 나 역시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다그치며 혹독하게 살았더니 이룬 것 만큼 잃어버린 것도 생겼다.

내가 잘 살고 있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 때쯤 만나 책이 바로 '김미경의 딥마인드'이다. 이 책은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가도록 경쟁을 부축이는 잇마인드가 아니라, 나를 죽이는 말을 멈추고 나를 칭찬하고 살리는 말을 하며 매일 감사한 일을 찾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딥마인드(Deep-mind) 엔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잇마인드가 더 많은 잇을 쟁취하는 수단이라면 딥마인드는 목적 자체이다. 딥마인드 엔진이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잇마인드 볼륨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어머니가 소천하신 후 어머니의 일기장을 읽다가, 어머니가 잇마인드로 평생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았던게 아니라 사실은 딥마인드로 살아오셨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진짜 네가 누구인지 꼭 알고 살아라.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 쓰는 네가 바로 너다.

몇 번이고 지워도 되니 겁내지 말도 다시 쓰거라."

나는 올해 감사노트를 선물 받았다. 구역예배를 같이드리는 박사님이 하나씩 선물을 주신 거 였다. 본인의 감사노트를 보여주시며 매일 3~4개씩 감사한 내용을 쓰고 기도하자고 하셨다. 나는 잇마인드로 살고 있었기에 사실 나는 두어번 쓰고 더이상 감사노트를 쓰지 못했다. 감사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나를 채찍질하느라 바빴고, 않좋은 일이 많았던 터라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 어려웠다.

저자는 잠든 딥마인드를 활성화하려면 딥마인드에 최적화된 질문 '감사, 칭찬, 반성'을 활용한 질문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챗GPT도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의 마음 속 엔진이 잇마인드에서 딥마인드로 바뀌면 내가 버거 듣고 느끼는 것이 바뀌고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바뀌고, 나와 연결된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한다. 감사로 반전시키면 더 넓은 시야로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고 한다. 두번째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 살아도 나는 행복할까?"

불안과 걱정, 초조함으로 하루를 망쳐버릴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 쫒기다 보면 결코 좋은 생각과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조건과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내 기분은 내가 결정하는 거고, 내 마음의 위치 또한 내가 선택하는 거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변하지 않는 환경을 탓하고 지배받지 않도록, 저자의 말처럼 어떤 하루도 지하에서 시작하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라도 감사한 일을 찾아 나를 다시 지상으로 데려와 문제를 풀어나가야겠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나에게 많이 소홀했다. 이제는 나를 좀 들여다보며 나와 대화를 해보려고 한다. 딥마인드를 통해 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하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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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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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지상사

처음 이 책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사별하고 자식들을 다 분가시키고 홈자 살게 되었을 때 외로워하지 말고 자조적으로 본능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보라는 내용의 책이라 오해했다. 이 책의 저자인 산조 미와 님은 1925년에 태어난 분으로 99세지만 몸은 30대라 생각하는 의사이다. 98세였던 2022년까지 40년 가까이 주5일 환자를 보는 의사로 일하며 병원장으로 지냈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는 인생 모토를 가지고 사는 혼자 사는 삶을 즐기는 분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그녀를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닐 거라며 '마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단다.

혼자 사는 삶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맛보면 그만 둘 수 없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기 자신만 생가하면 되니 얼마나 편할까... 조금만 더 자고 싶고 쉬고 싶은 주말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깨서 어린 아이를 챙기고 공원, 놀이동산, 박물관, 체험학습장을 다녔다. 아이가 클 때까지 내 삶은 없었던 것 같다.

평생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살다가 혼자 남게 된 엄마는 자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만사가 귀찮아 싯사도 제대로 안챙기고 대충 먹고, 한동안은 잠만 주무셨다. 엄마가 걱정되고 불안했던 우리는 규칙적인 생활, 운동, 건강한 식사가 중요하다며 엄마를 닥달했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엄마가 8개월만에 아빠 계신 천국으로 그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지켜보며 스트레스 주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드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100년 가까이 혼자 살다보니 혼자 살기의 달인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평생 싱글로 살아왔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임ㅅ고, 전화를 하거나 만나기도 하면서 살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원래 인간은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가는 건데, 평생 같이 살다가 홀로 남게 되면 고독함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법'을 몰라 고독해 하는 것일 것이다.



저자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매일 손수 요리를 한다. 쇠고기는 더 세상 가서도 먹고 싶다며, 쇠고기 요리를 하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난단다. 좀더 자렴한 자투리 쇠고기를 사 와서 굽거나 대파,두부, 배추를 넣고 설탕과 간장을 넣고 스키야끼처럼 조려 먹는다고 한다. 채소도 좋아해서 냉장고에는 항상 채소가 가득 있고, 식탁에는 채소조림이나 샐러드가 늘 놓여있다고 한다. 흔한 영양제 한 번 안 먹으면서도 건강한 이유는 건강한 식습관 덕인 것 같다.

그녀는 카레라이스, 치킨라이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극단 운영을 도와주는 74세의 첫 제자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혼밥하는 사람은 수명이 짧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즐겁게 요리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으니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한끼는 즐겁게 요리해서 먹고, 간편함을 추구하려 시판 도시락이나 라면을 먹기도 한다. 커피나 홍차를 손수 끓이는 시간이 아까워 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만 마신단다. 홍자 티백을 우리는 시간도 아까워 홍차는 외출했을 때만 마신단다.

젊었을 때에는 의사와 연극을 병행하는라 늘 수면부족이었고, 지금은 새벽4시까지 독러릉 하거나 원고와 극본을 쓰고 5~6시간 잔다고 한다. 100년 정도 살았으니 느긋한 삶을 살며 여유롭게 살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을 쪼개어 알차게 삶을 즐기고 있다는데 놀랐다.

저자는남존여비가 심했던 시절을 살았을 때에도 시대에 맞서지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그때그때의 스트레스를 흘러버리며 살았다고 한다. 끙끙 곱씹었더라면 스크레스가 쌓여 위에 구멍이 났을 거라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잘 했다고 한다. 나는 건겅검진을 하면 늘 위궤양이 있었고 늘 예민하게 살았다. 그러니 만성 스트레스에 암에도 걸렸도 뇌가 과부하 상태가 되었겠지. 저자처럼 살아 있기에 아픔도 경험하는 거라며 쿨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녀가 운영하던 병원은 없어졌지만 의사 면허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옛 환자들의 전화 상담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연극을 하고 극단도 운영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도보 20분 거리이어서 평생 걸어다녔다고 한다. 적당히 걷고 운동하니 자연스레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잘때 입 안에 볼 안쪽으로 눈깔사탕을 집어 넣고 자는데 달달함을 맛보며 잠드는 때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단다. 모든 이가 의치가 되었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너무 건강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고수하니 스트레스 없이 오래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는 것을 평생 실천하느라 건강에 연연하며 사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멋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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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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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철학, 양현길 지음, 초록북스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때론 다이나믹하고 심장이 쫄릴 만큼 엄청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분명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허무한 생각이 들고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양현길 님은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0년 넘게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는 분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재미있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재미의 시대'가 아니고, 반복적인 자극으로 무감각함과 비참함이 이어지고 불안감과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무의미와 무기력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허함과 무기력함은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며, 인생의 의미를 고민해온 역사 속의 위인이자 철학자들인 알베르 카뮈, 윌리엄 제임스, 아르투어 쇼펜하우서, 임마누엘 칸트, 루트비히 브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각자의 시대에서 삶의 무의미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통찰력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인간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나는 삶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무기력함이 깊어지는 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고 한다. 나는 약 50년을 살면서, 사는 게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 경험이 딱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09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고 제본된 박사논문을 들고 심사를 해 주신 교수님들을 찾아 뵈었을 때였다. 코스 워크를 하는 동안에 임신을 해서 불룩한 배로 졸음을 참아가며 수업을 듣고 실험을 하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신 부심 교수님의 위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두 번째는 2015년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 야근을 하던 시절, 암에 걸렸을 때였다. 너무너무 억울해서 한 달 내내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실컷 울고, 수술을 받았고, 10년동안 재발되지 않도록 건강관리 하며 지내고 있다. 세 번째는 2024년 아빠 소천 후 8개월 후에 교통사고로 엄마가 갑자기 소천하신 사건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나와 통화를 했고, 내일 우리집에 오신다며 신나하셨고, 바로 코앞에 있는 동생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시던 길에 아파트 단지내에서 뺑소니 교통사로를 당하셨다. 범인은 지목되었고, 국과수 부검과 수사 진행 중이다.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고, 신앙의 선배이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내 편으로 나를 이해해 주시던 두 분이 갑자기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리도 가볍고 허무한 것일까? 이 책에 표현처럼 내 인생에 구멍이 난 듯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중세 유럽인들은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신에게 달려 있다고 굳게 믿었다. 부유한 귀족들은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헌신을 표현하기 위해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등의 성지순례 길에 올랐다. 내가 부자가 된 것도 신의 은총이고, 전쟁, 기아를 비롯한 대재앙이 벌어졌을 때에는 신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황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으로 인해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현대사회는 서로를 평가하고, 견제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생겨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이렇게 개인주의, 능력주의가 팽배해지면 내 책임이고, 내 잘못이라 여기게 되면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힘들다. 우리 인간이 할 일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신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감사하면 그만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죽음이 삶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무의미함을 부축이는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읽었던 99세가 된 나이에도 활발히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일본 의사분이 한 말이 떠 올랐다. 내가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니 이 또한 감사하단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존재이니, 오늘 하루를 후회없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는 돈, 결혼, 승진, 심지어 자신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르는 재판에서 조차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하다. 저자는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에 대한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나의 한마디 말이 그 사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랬구나. 내 인생에서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로 했는데, 그 사람은 나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인생을 지배하기 때문에 계속 나를 괴롭히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고소하면서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나의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바람대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과 답을 읽으며 무의미하고 무기력해지려고 하는 나의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었고,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막내딸을 마음 아프게 바라보던 부모님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다. 내가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이유는 더이상 내 모습을 보여줄 부모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들에게 돈이 삶의 목적이고, 우상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부모님의 기대가 우선순위였을지도모른다. 나를 상담하던 의사가 말했던 것처럼 내 인생에서 내가 없었던 것 같다. 윌리엄 제임스는 '삶의 의미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했다. 저자는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 보는 것, 이모든 것들에 삶의 가치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고 했다. 나의 삶에 대한 믿음과 가치각 굳건해 져서, 중세 사람들처럼 나의 삶의 목적과 의미가 신에 대한 감사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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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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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이주희 지음, 청림출판


"인생의 서사는 자신이 머무른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서의 단상들" 책 앞뒷면에 있는 이 카피문구가 딱 이 책을 잘 정의하고 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겨울은 뭔가 허전해지고 비워지는 그래서 더 허기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50을 맞이한 내 인생도 더이상 아등바등 소란스럽게 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 가볍게 편하게 카페 읽을 만한 책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보게 되었고 중간중간 자꾸 멈추며 생각하다 보니 며칠 동안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주희님은 54년 동안 세상을 경험했고, 워킹맘으로 멋지게 살았고, 현재는 일하며 살아오며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글과 강연으로 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던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주희님의 책이 나에게 더 감동적인 이유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연배, 내 언니 또래의 나이였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시대를 공유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장면들과 공간들에서 나도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아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들이 나의 노력이 아니라 선물이었음을 알게 되것이 40대였고, 50대가 되면서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살아 왔다. 목욕탕에서 세신사에게 몸을 맡길 때 힘을 빼야 세신사가 덜 힘들게 때를 밀 수 있는 것처럼, 내 인생에서 나는 너무 많은 힘을 주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이나 부모님의 기대, 가족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참고, 희생하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하고 관대하지 않았을까?


결혼식 봉투에 쓰는 축 화혼(의 '화'자가 자작나무 '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남자 결혼에는 축결혼을 쓰지만, 여자한테는 축화혼을 쓴다고 한다. 자작나무에 불이 붙듯이 부부의 인연이 더 깊어 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결혼생활이란 상대에 대한 마음을 활활 태워 자작나무처럼 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얼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서로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우리는 너무 안맞다고 그려려니 하니 포기하는 경지에 이르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 한 발짝 떨어져서 차갑게 얼리면 상대방을 조금더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러시아 속담에 '싸움터에 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니,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고가 올라온다. 나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올해 2월과 10월 소천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실감에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의사는 이런 나를 '적응장애'라고 했다. 언니는 나처럼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며 미안해했다. 이 세상에 왔으니 돌아가는게 당연한 이치인데, 내 부모님은 평생 나와 같이 있을 것만 같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할 사람이 내 곁에 없다는 게 적응이 안되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도 통화를 했던 엄마의 부고를 동생에게 들었을 때에는 '거짓말'이라는 말부터 나왔다. 인생이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엄마는 평생 하나님의 일을 하며 살다가 천국가시기를 원했는데, 진짜 그렇게 소천하였다. 결혼하고 애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문득문득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나를 위해 참 많이 희생하고 배려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장례식이 끝난 후 친정집에서 언니와 둘이 자는데 언니의 코 코는 소리에 안정감을 느꼈을까? 가끔씩 맛있는 점심을 사주는 친구, 선배가 있고, '함밥'을 해 주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저자의 말처럼 상실의 슬픔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기를 바래본다.


소설가 채만식이 1939년에 잡지 <조광>에 기고한 글에는 커피를 '힝기레 밍기레한 게 맹물 쇰직한 맛'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처음 커피를 마실 때에만 해도 설탕이나 프림이 꼭 있어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설탕, 프림없은 원두 그대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 톨 사이즈 카페라떼를 먹으며 양이 왜 이렇게 많냐며 남편과 나눠 먹곤 했었는데, 이제는 각자 그란데 사이즈를 마신다.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면서 몸살감기가 올 때면 따뜻한 카페라때 한잔 마셔주면 거뜬해졌었다. 드롱기 반자동 머신을 사서 아침마다 커피를 만들어 먹는 재미에 빠지기도 하고,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져 각양각색의 나라에서 재배된 원두와 가공방법, 로스팅 방식을 달리 할 때 달라지는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남이 만들어준 커피가 제일 맛있다. 커피가 주는 위로가 참 좋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일고 있는 지금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 편안함을 주는 이 책과 함께여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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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
이종순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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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

이 책은 무려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이종순 님이 보이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쓴 책이다.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일부 상황이 나와 공통점이 있어 더 공감하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저자처럼 암을 경험했고, 아버자와의 관계가 누구보다 애틋한 셋째딸이다. 턱선이 발달한 얼굴, 굵은 손가락, 굵은 뼈, 성격까지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내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93년 아빠가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30년을 매달 수혈 받았는데 내가 암에 걸리자 묘한 동질감을 느껴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건강하게 잘 살자 다짐했었다.

올해 2월 설날 아침, 자녀와 손자손녀를 모아놓고 한 시간 넘게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식사도 평소보다 잘 하셨고, 컨디션도 좋았었는데 다음날 갑자기 급성폐렴이 왔고 막내손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리셨다가 숨을 거두셨다. 받은 사랑이 많고 아빠가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터라 아빠의 소천이 실감이 나지 않았고, 퇴근하며 운전하다가, 슬픈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 저녁 노을이 너무 예쁘게 물들었을 때, 하늘의 구름이 너무 예쁠 때 아빠 생각에 많이 울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와 함께 나누며 슬퍼했었는데, 불과 8개월 후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소천하셨다.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디어야 할 지 감당이 안된다.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누구나 사람들은 남모를 슬픔과 고통이 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망할 겨를도 없이 슬픔이 찾아왔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미래의 나에게 자양분이 되고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깨닫을 날이 올거라고 위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빛나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느낀 사소한 것들까지도 감사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인생은 숙제의 연속이라는 밀라논나 님의 말처럼 끊임없이 내 앞에 뭔가가 계속 나타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지 않을까? 새로운 일이 펼쳐지고 또 그것 때문에 힘들어 질지라도 뭐 어떤가? 저자가 결혼 후 시집살이가 힘들어 37kg 까지 살이 빠졌을 때 친구가 한 말이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게 되어 있으니 긍정적인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하라는 거 였단다. 나도 나를 챙겨가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보려고 한다. 이 고통이 지난간 후에 저자의 나이만큼 되었을 때, 저자처럼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더라고 말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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