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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바라본 세상 -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반 고흐의 아포리즘 ㅣ 세계적인 명사들이 바라본 세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석필 편역 / 창해 / 2024년 10월
평점 :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를 꼽을라고 하면 아마도 빈센트 반 고흐를 꽂을 것이다. 고흐의 작품은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고흐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계속 묵묵히 걸어갔기 때문이리라. 빈센트 반 고흐는 몸이 병들었을 때에도 작업에 몰두했고, 10년 동안 무려 2,1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당시의 화가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려 하였는데, 고흐는 세류를 따라가지 않고 오직 자신의 철학대로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작품을 그려나갔다. 아마도 고흐는 현실과 자신의 철학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가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의 심정을 어땠을까? 고흐가 바라본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 <고흐가 바라본 세상>은 고흐의 초년시절, 에텐, 드렌터와 헤이그에서의 생활, 뉘넌과 앤트워프 시절, 파리에서의 생활을 거쳐,예술적 혁신의 돌파구가 되었던 아를 거주 시절, 고갱과 만났던 시절, 아를에서의 입원, 생레미 정신병원 시절, 오베르쉬르우아스 시절,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 까지 고흐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고흐의 시선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데, 고흐의 일대기, 전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매력은 고흐의 작품을 고흐에 생애를 이해하며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대에 고흐와 교류했던 화가들의 작품을 같이 비교해서 나란히 싣기도 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흑백이다 보니 고흐의 그림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흐는 빛을 사랑한 화가이었기에 고흐 그림은 고흐가 그린 그 색 그대로 보았을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흐는 테오에게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언덕을 배경으로 한 섬세하게 노란색의 광활한 평원에 깊이 빠져들었다면서 격렬한 하늘 아래의 광활한 밑밭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고흐가 매료되었던 5월의 푸르른 밀밭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며,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 <먹구름 아래 밀밭>을 감상했다. 홀스커는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우울함과 극도의 외로움과 관련 있다고 해석했다고 한다. 고흐의 감정과 느낌대로 바라보고 그림을 그렸으니, 당시 외롭고 우울했던 고흐의 마음이 그대로 그림이 녹아졌을 것이다.
고흐는 가난한 화가였고, 테오의 도움없이는 생계가 어려웠다. 영양실조, 과로, 불면증, 술로 인해 건강은 더 악화되었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반복하게 하는 병을 앓았다고 한다. 매독을 앓고 있었던 테오는 형의 죽음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엇고, 형이 없는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고흐가 사망한지 6개월 후에 사망했다고 한다. 후에 테오의 부인이 고흐의 옆에 시신을 이장하여 묻었다고 한다. 끔찍한 형제애를 자랑했던 고흐와 테오는 죽어서도 나란히 있게 된다.
이 책의 2부에는 반 고흐의 아포리즘이라는 주제하에 인생, 자연, 서우치, 사랑, 예술과 창의성이라는 소주제하에 고흐의 말, 시선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인터넷이 들어와 대중화 대던 시절에는 이메일을 많이 보냈지만, 지금은 공적인 업무외에는 대부분 카톡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한다. 고흐가 살았던 시대는 전화도 인터넷도 없었던 1800년대 후반기였는데, 고흐는 정말 많은 편지를 썼다. 그가 보낸 약 900여통의 편지 중에 650-800여통은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만 묶은 책을 읽은 적도 있다. 고흐는 사교적이지도 않았고, 혼자 사색하고, 자연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하면서 자신의 인생, 작품, 예술관, 자신의 앞날을 생각했다. 그래서 고흐가 남긴 말들은 곱씹을 수록 더 가치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흐의 작품을 한층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고흐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을 사랑했던, 고독하게 생활했던 고흐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