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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이 맨 처음 읽는 책 -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신건강 안내서
히로오카 기요노부 지음, 이송희 옮김 / 리스컴 / 2025년 3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이 맨 처음 읽는 책, 히로오카 기요노부 지음, 리스컴
마음의 병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병이 흔한 질병이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인 히로오카 기유노부는 수많은 환자를 상담하고 치료하고 있지만 의사인 자신도 마음의 병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마음의 병의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 아닌, 사회나 인류적인 시스템과 환경적인 요인과도 결부되어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을 잘 딛고 일어서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음의 병으로 인해 꿈과 희망을 잠시 잃기도 하지만, 마음의 병을 계기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에 눈뜨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목표를 찾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너무 커지면 좋지 않지만 전혀 없으면 곤란하다는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불안감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형성된 생물계부터 존재했다. 위험한 곳, 무서운 것을 인식하는 불안감이 필수였던 것이었고, 경험을 통해 축적된 불안감으로 인해 위기관리능력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동료와 협력하고 다른 생물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살게 하셨을 때에는 평정심만 있었을 것이다. 뱀의 유혹에 선악과를 먹고 나서부터 하나님을 피해 숨어 있으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불안함이 생겼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불안감을 넘어 마음의 병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불안의 탑이 계속 쌓이면 불안감이 점점 커지게 되는데,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마음의 병 씨앗(우울증, 조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조현병, 다중인격장애 등)이 자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불안감이 평상심과 균형을 이루면 괜찮지만, 한계치에 다다르게 되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이 나타났다는 것은 뇌가 약해지고 자기 중심에 불안감이 있는 상태이다.
저자는 불안의 탑을 쌓게 만드는 4가지 요소를 일, 공부,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가족과의 관계, 신경쓰이는 체질적인 문제, 자신의 몸에서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해당하는 요인이 너무 많은데? 사회인으로서 회사나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열심히 적응하려고 하다가 발병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것을 '인격자의 병'이라고 설명했다. 성실하게 대응하려고 하다가 나타난 결과가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나에게만 빌런이었던 이상한 사람들도 괜찮다며 참고 견디려 했었다. 소중한 아빠가 갑자기 소천하셔도 홀로 남은 엄마를 위로하며 나의 아픔은 뒷전이었다. 그저 내 일을 묵묵히 하면 그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 불안감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인간은 상상력을 갖게 되면서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의식하면서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생길 수 있게 된다. 상상력이 긍정적이면 애정이 깊어지고 연대감이 강해지고 신뢰감도 증가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상상력은 상대방에 대한 사소한 분노가 증오, 원한으로 바뀔 수 있다. 공동체를 잘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상상력이 윤리와 도덕으로 작용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한계치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뇌의 상태인데, 뇌가 피곤해져 신경회로에 기질적인 이상이 생기거나 기능 실조가 생기면 정동중추가 이상반응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불안감이 커진다고 한다. 번아웃이 왔던 나의 뇌는 한계치에 다다랐고, 엄마가 있었기에 큰언니의 비아냥거리며 괴롭히는 말들, 협박을 견디어 왔지만 부모님의 소천하시자 더이상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다가도 불안감이 엄습해오면 '나 이제 어떻게하지?' 하는 생각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숨을 쉬기조차 어렵고, 심장이 너무 뛰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무서웠다. 단순히 쉬는 걸로는 회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아 답답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약물치료를 하면 뇌신경을 정상화시키고 약해진 뇌기능이 회복시켜 정동중추의 이상반응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약물치료 효과가 높은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은 약물 치료 효과가 높다고 한다. 약물치료의 목적은 뇌 상태를 조절해서 발병을 한계치를 높이고, 불안감의 비대화를 억제하고, 자신의 중심에 평상심이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며칠 전, 좀 좋아진 것 같아 이틀 정도 약을 안 먹었더니 바로 불안감에 잠을 못잔 적이 있다. 약을 먹으면 불안한 감정이 다스려져 마음이 안정이 되어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약을 끊으면 정서 불안정이 되어 이상행동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약물치료에는 반드시 정신치료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평상심이 강해지면 이처럼 금단반응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기분이 좀 우울하다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 정도의 수준이면 자기 불안이나 증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챙김 요법(mindfulness), 모리타요법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병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받아들이면 할 수록 더욱더 증상에 사로잡혀 불안감이 더 커지게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처럼 마음의 병의 원인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매일 마주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다. 저자는 부서를 바꾸든지, 아예 회사를 옳기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불안감이 너무 심했던 작년 가을, 언니와 같이 일 주일을 보냈다. 코골이가 심해서 절대 언니랑 같은 침대에서 안 자는데, 오히려 언니의 코고는 소리가 안심이 되어 잘 수 있었다.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안심되는 환경이라면 불안한 감정이 올라와도 억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평상심이 약해져서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믿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자기 자신을 배려하는 자기연민(self-compassion)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기 중심에 평상심이 있을 때 정신 치료법이 효과가 있지만, 불안감이 있을 때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작아져 있긴 해도 자기 중심에 평상심이 있으면 의사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고, 환자 스스로도 고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다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감기처럼 쉽게 낫는 병은 아니다. 의사는 적응장애, 우울증을 진단하면서 3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4개월이 지났고,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았다. 예전이 10이라면 지금은 5정도 되는 것 같다. 환자들 중에는 수십 년째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생 복용량의 절반의 용량을 먹고 있다. 의사는 의학적인 dosage보다 적은 양이지만 나한테는 효과가 있으니, 권장 복용량으로 늘리지 않고 현재 용량으로 약물치료를 더 해보자고 했다. 내 불안한 눈빛을 읽으셨는지, 괜찮다며 안심시켜 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불안하고 위축되어 있던 내 마음이 편해졌다. 정신과 의사의 역할은 꾸준히 지지해 주시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정말 공감한다.
평상심이 줄어들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불안감을 줄있 수는 있지만, 자기 중심에 평상심을 늘려가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또다시 부정적인 기억이 조금씩 쌓이면 불안의 탑을 높이고 마음의 병 씨앗을 만들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기억이 조금씩 쌓이면, 평상심은 더욱 크고 강해진다고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안의 대상이나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공간적으로 벗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경험치료는 초진 때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환자가 의사와 만나는 것부터 긍정적인 경험이 되고, 평상심을 강화시켜주는 출발점이 된다고 한다. 처음 정신의학과 병원을 갔을 때,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과 조근조근 조용하게 말하는 직원들의 말투와 내 얘기를 경청하고 내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던 의사도 만족스러웠다. 병원 문을 나서며 이 병원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첫 단추를 참 잘 꿰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나를 더 사랑하고 챙겨야겠다 다짐해 본다. 오늘 읽은 논문에서 근력운동이 불면증과 수면의 질을 높인다고 했다. 주말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잠도 잘 자면서 마음과 뇌의 피로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