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128/pimg_7114981431574648.jpg)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지키겠습니다, 마음 김종달 지음(웨일북)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즈음 직장을 다닐 때 나를 참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퇴직서를 제출한 내 전임자로 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 이 사람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역시나 나한테도 태클을 걸기 시작하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었다. 당시만 해도 패기 만만한 20대 후반 30대초반이었기에 나에게는 잽도 안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자격지심에 나를 괴롭히는구나 싶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그런 직장이 싫다고 나와 다른 직장을 가도 늘 그런 사람은 있다. 실제로 그랬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서 도망가기를 원한다면, 다른 장소로 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 다(세네카)" (본문 61쪽)
게다가 이 일 저 일 다 가져오기를 좋아하는 상사와 일할 때에는 정말 힘들다. 그는 늘 네네 할 수 있습니다를 반복했고, 정작 가져 온 일은 그대로 나에게 토스되었다. 일을 쌓여 가고 보다 못한 보스가 네가 할 거 아니면 네네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 져 갔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가 할 게 아니고 아랫사람을 시킬 거니, 굳이 우리팀에서 해야할 일도 아닌데 막 가져오며 윗 사람에게 생색은 자기가 다 낸 것이다.
업무량도 많은데 소모성 짙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정말 만신창이가 된다. 위염을 달고 살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괴로워했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나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키겠습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사회 초년병에게나 어울리는 책인 것 같은 느낌에 책을 잘못 골랐구나 싶었다. 너무나 뻔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3분의 1쯤 읽었을 때 부터였나 뭔가 마음 한 구석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논어> 자로 편에 "군자는 화합하되 붙어 다니지 않으나, 소인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화목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상사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를 나로 삼아야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머리속에 자꾸 입력하고 판단하고 불평하기를 되풀이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바꿀 수 없다면 판단을 물론 입력조차 말아야 한다(본문 63쪽). 바꾸기 힘든 일에는 관심을 줄이고 내가 발전시킬 수 있는 일에 관심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
<지키겠습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욕심을 내지 말라,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땅에 조그만한 원을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지냈다.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은 무분별하게 욕심을 좇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고,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말은 무분별한 욕망추구 때문에 현재를 놓치지 않도록 잘 살표보라는 의미이다(본문 91쪽). 조선말에 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선사가 청양 장곡사에 머물 때의 일화를 보면 사람이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 지 알 수 있다. 선사가 곡차를 잘 만든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곡차와 파전을 비롯한 안주거리를 들도 왔는데, 선사가 만공에게 술이나 파전을 먹고 싶은데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만공은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굳이 먹으려고 하지 않지만, 생기면 또 굳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에 선사는 만공은 도력이 뛰어나서 참을성이 많지만 본인은 참을성이 없어 밭을 정성스레 갈고 좋은 거르을 주고 좋은 밀씨와 파씨와 깨씨를 구해 정성스럽게 가꾸고 알뜰히 키워서 밀로 누룩을 만들고, 깨로 기름을 짜고, 밀가루와 파를 버무려 맛있는 파전과 술을 함께 맛있게 먹겠다고 했다(본문92쪽). 그동안 자족하는 삶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었다. 어떠한 환경에도 휘둘리지 않는 평온함과 자유를 누리되, 스스로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사는 삶은 아닐 것이다.
감정노동에 시달리지 않는 방법 중 3초만 참으면 화에 휘둘리지 않고, 동료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 서기 전에 3가지만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동료에 대한 나의 판단기준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 상대에게 피치 못할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를 나와 상대, 상황을 다시 살펴보라는 것이다(본문 102쪽).
부지삶에서 마주하는 것에 아름다운 이름을 많이 붙일수록 우리의 삶은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본문 146쪽).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오늘부터는 거슬리는 언행을 일삼는 동료와 상사를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 봐야겠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를 '고장난 자판기'로 바라보며 그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성적으로 잘못된 언행을 반복하는 기계에 불과하니,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내 감정을 다스려 봐야겠다. 또한 미래를 걱정하는 버릇을 버리라고 하는 저자의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겠다.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쁜 일을 생각하며 가슴졸이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하면서 저자의 말처럼 몸은 런하고 마음은 여유가 있는 상태로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