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정재인.정준일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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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바퀴 (북레시피)

2000년,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학하고 있던 큰언니네 가족을 만나러 갈 겸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남동생과 저는 보름 정도 있었고, 부모님은 2주 더 있다가 돌아오셨는데,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를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때에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했던 시절이 아니었고, 여행책자도 많이 없어서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어떤 곳을 가야하는지 알아보기도 힘들어서 현지에 살고 있는 언니와 형부가 짜 준 스케쥴대로 움직였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며 가족여행을 또 다녀오고 싶다 생각하다 16년 후 일주일동안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 안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들까지 있는 자녀들과 나이든 부모님과의 여행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거든요.

아들(정재인)은 ROTC 장교 근무를 마칠 때 쯤 아버지(정준일)로부터 세계여행을 가자는 제의를 받습니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았던 아버지가 평생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동안 꿈꿔왔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아버지와 변변한 대화조차 없었다는 부자의 여행은 그야말로 대략난감일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일 동안 40개국을 여행한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를 읽으면서 이 부자가 그저 부럽기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수고를 알아주고 배려해 주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아버지의 패션감각이 남다르다 싶었는데, 아들이 골라 준 옷으로만 가져갔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에도 멋스럽게 스카프를 매고 다니기도 하고, 포토존을 찾기위해 40도가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이리저리 다니는 아들을 말없이 기다려주는 아버지는 결국 더위를 먹어 몇일 끙끙 앓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어릴 적 엄하기만 하셨던 그래서 꼰대 아버지라고만 생각했던 아버지와 술한 잔 기울이기도 하면서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아버지를 이해하고 더 존경하게 됩니다. 낯선 곳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의지하고 존중해 주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잘 챙겨 주었고, 배려했습니다. 오랫동안 여행하면서도 싸우지 않고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은 여행하면서 하루하루 일기를 썼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아들이 쓴 부분, 아버지가 쓴 부분이 절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같은 곳을 여행하면서도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르니 아들의 시각과 아버지의 시각에서 여행을 정리하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절로 미소가 머금어 집니다. 웃고 있는 부자의 모습이 참으로 다정해 보입니다.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파리의 에펠탑, 모스크바의 성바실리 성당과 붉은 광장 등등 나도 저 곳에 가보았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인물을 찍은 것도 배경을 찍은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사진이었습니다. 저런 구도로 사진을 찍으면 좋겠구나 생각하다 보니, 다음에 아들이 조금 더 컸을 때 이들 부자처럼 우리 모자의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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