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 아프리카 종단여행 260일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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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안정훈 지음, 에이블북

아프리카 하면 킬리만자의 표범과 만년설, 원두커피가 먼저 떠 오른다. 동남아나 일본처럼 갑자기 떠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도 흔하게 있는 곳이 아닌지라 아프리카 여행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그런데 70대의 젊은 할아버지가 혼자가 260일간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아프리카를 다시 다녀와야지 하던 찰나에 코로나팬데믹이 왔고, 와이프가 생을 마감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 때문에 힘들어 하던 저자는 남은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프리카 11개국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그 전에도 여행을 즐겨했고, 65세에는 2년 동안 49개 나라를 돌며 유랑을 했었는데, 아프리카 여행이 마지막 위시리스트였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이집트가 있는 북쪽이 제일 안전하고, 여행하기 좋은 편이고, 그 다음은 에티오피아, 케냐 , 우간다, 탄자니아가 있는 동쪽이고, 그 다음은 잠비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는 남쪽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치안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하기 어려운 서쪽은 다녀오지 않았다.


코로나가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여행관련 서적들이 더 많이 출판된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일까? 


이 책은 젊은 사람들이 악착같이 돈을 모아 돈을 아껴가며 여행을 다녀온는 여행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70년을 살았고, 이 여행이 마지막 버킷리스트이어서 그런지, 저자는 조금 더 여유러운 여행을 한 것 같다. 발품을 팔아 최저가를 찾는 수고로움 보다는 돈이나 시간을 손해를 보더라도 내 몸이 편하면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여름 4박 5일간 갑자기 일본여행을 다녀왔는데, 북상한 태풍 때문에 3일째에는 호텔에 갇혀 있었다. 계획이 다 틀어져서 호텔방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계획을 다시 짜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들은 편안하게 유투브와 TV를 보면서 쉬었다. 그렇게 가 버린 하루가 너무 안타깝고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었다. 만약에 내가 저자처럼 장기간의 여행을 다녀왔다면 그런 초조함과 스트레스가 덜 했을까? 어쩌면 길어진 시간만큼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이고, 나에게 쉼과 여유를 주는 것인데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일이나 상황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여행하는 이유와 목적에 맞지 않는 것이리라.


저자는 혼자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친구가 된다. 심지어 딸 벌 되는 친구가 흰머리 때문에 나이들어 보인다며 염색을 해주기도 한다. 여행 유투버로 유명한 빠니보틀에게도 나이차이가 2배는 족히 나는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고, 공군 대위로 전역한 여행 유투버 캡틴따거와도 엄청난 대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형아우가 되었다니 할 말 다했다. 나이들어서 젊은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아마도 저자가 가진 마음의 여유와 긍정적인 마음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지에서 중간에 딸이 합류해서 보름정도 같이 여행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나이드신 아버지와의 마지막 아프리카여행이 될 도 있기에 더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에티오피아 길거리에서 갓볶은 원두커피를 매일 세잔씩 마셨다는 내용이 특히 더 부러웠다. 아무리 공군 출신이라지만 70대 노인이 1만 2천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영상은 감동 그 자체였다.


2022년 1월 20일부터 10월 6일까지 260일간의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10월 8일부터 2023년 4월 20일까지 6개월반 동안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15개국을 더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023년 6월 7일 몽골로 향했다. 다닐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에 부러움을 한껏 담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나도 은퇴한 후에, 여유로운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저자를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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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처 빈이엄마의 학생부 ONE PICK 전략 - 명문대 입학 학생부의 비밀, 독서로 쌓는 과제탐구 활동, 맛깔나는 학교생활
안혜숙.빈이엄마 지음 / 쌤에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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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처 빈이엄마의 학생부 ONE PICK 전략,

안혜숙, 빈이엄마 지음, 쌤에듀


너무 많이 바뀌어 버린 입시 탓에 용어도 낯설지만, 대학에 가는 방법도 다양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대학입시에 대한 책을 읽어 보고, 학교에서 하는 입시설명회에도 가 보긴 하지만 개론적인 것만 이야기할 뿐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확실하게 말해 주지 않는다. 입시전문가 혹은 코디네이터와 상의해보는 것도 좋다는 주변의 말도 들었다. 공부를 정말 잘하는 아이들도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과를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더 잘 공략하면 내신이나 수능성적보다 훨씬 좋은 곳을 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교외활동을 생기부에 자랑스럽게 기재하고, 그걸로 추가 점수를 받기도 했었다.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느라 이것저것 해보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다 없어졌다. 담임선생님이나 과목별 선생님이 학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매우 중요해 졌다. 작년에 우리 아이 담임은 학생들에게 1도 관심없는 분 같아 보였는데, 생기부도 정말 막 적어놓고 다른 학교로 가 버렸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저러면 안되는데 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나중에야 들었다. 그런가 싶었는데, 우리 아들 생기부를 들여다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 비정제된 언어로 막 작성할 수 있을까? 우리 애만 그런게 아니라 단어 선택에 있어서 생기부 작성요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학교 입시설명회에서는 선생님들이 한 마디라도 더 잘 써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최근 학부모 진로상담에서도 생기부에 과목과 연계된 독서활동을 잘 녹여서 쓰면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책에서도 동일 맥락에서 그 부분을 상세하게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요즈음 아들이 수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수행평가라며 독후감을 많이 쓰는 이유가 있었구나. 선생님들이 저렇게 과목별로 몇 줄 안되는 칸에 학생의 우수함을 드러내기 위해 고생이 참 많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잘 작성된 예시만 보여주었겠지만, 읽어보면 딱히 대단한 내용이 아니었는데, 뭐가 특별함이 느껴지도록 작성되어 있었다. 과연 아이들이 저렇게 발표하고, 저렇게 표현했을까 싶기도 했다. 몇몇 예시들은 관련 지식이 있는 내가 보기에는 잘 못 쓰여진 내용도 있었다. 만약에 선생님이 편협된 짧은 지식으로 잘 못 기재했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생기부를 들여다 보며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학교수들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학생, 선생님, 그걸 평가하는 교수들까지 참 고생스러운 작업이구나.


의대 입시정원이 늘고, 새로운 학과가 생겨 나고 있다. 이 책은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일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은 부모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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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김진국 의사부부의 행복한 걷기예찬
김진국 지음 / 북앤에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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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김진국 의사부부의 행복한 걷기예찬, 김진국 지음 북앤에듀


이 책의 제목처럼 걷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안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동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거의 다 소진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냥 소파에 누워서 드라마나 토크쇼를 보는게 낙이었다. 아니 어떤 때에는 밥 해 먹기도 싫고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 정도로 몸이 지쳐 있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러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들은 늘 '운동하세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라고 말하곤 했었다.


걷기 예찬론자인 저자부부는 순천향대학병원 의사이다. 2010년부터 순천향 통합의료원보에 걷기 칼럼을 썼고, 걸으면서 찍은 사진들을 캘린더로 만들어 환우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무려 120개 코스를 만들었는데, 그 걸 정리해서 책으로 펴 내야지 하다가 70개 코스를 엄선하여 드디어 숙원사업을 이룬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지금 어디로 가면 좋을지 지역별, 계절별 추천명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내가 가 본 곳도 있고, 내가 아는 곳도 있어 반가웠다. 각 코스별로 출발 지점은 어디가 좋은지, 난이도는 어떤지, 주차장은 어디에 있는지 뿐만 아니라 심플하게 표현된 알아보기 쉬운 각 코스별 지도까지 친절하게 그려져 있다. 심지어 이 코스지도는 저자가 직접 그림판으로 그린 것이라고 하니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내가 유방암에 걸리면서 더 걷기 예찬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1530요법'을 강조하고 있는데, 1주일에 5일 30분 이상 걷는 것을 말한다. 나 역시 하루 30분이상 걸으려고 한 계기가 된 것이 유방암이었다. 딱히 할 줄 아는 운동도 없고, 마침 직장 바로 뒤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점심시간에 동네뒷산을 걸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살기위해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일년에 한번씩은 제주도에 학회를 가거나 여행을 가서 올렛길을 걸었다. 살기 위해 걸었지만, 지금은 걷는 게 좋아서 걷는다.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여유가 생기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걷는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이와 것는다는 것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여행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우리집 근처에는 30~40분 걷기 좋은 호수공원이 있다. 우리집 남자들은 이 좋은 곳을 함께 걸어주는게 일년에 몇 번,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기 소개된 70개 코스들을 도장깨기 하듯이 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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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헤이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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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헤이란 지음, 사유와공감

나이들어 겪는 질환들이 예후가 좋지 않거나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힘든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치매는 치료제가 없는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더라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인거고 대부분은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된다. 나이들어 건강하게 잘 살다가 치매 걸리지 않고 깨끗하게 죽는 것이 복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책은 치매에 걸려버린 저자의 외할머니로 인해 가족이 겪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외할머니의 치매를 알고 난 이후로 저자는 엄마와 통화기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증상이 복잡하고 심각해지자 용건만 간단히 끝내던 전화가 하소연과 한숨이 섞인 채 길어졌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로 바뀌어 갔다고 한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 가족들 모두에게 걱정, 불안, 공포였으리라.

내가 알던 사람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게 치매이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해도 편안히 계시던 외할머니가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눈빛이 돌변하며 어떤 사람도 밀쳐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분으로 변해버리거나, 평생 들은 적도 입에 담아본 적도 없을 '신박하고 자극적인 욕'을 삽시간에 출력해 내는 '신통한 어휘력'을 보였다고 했다. 저자의 표현이 어떤 상황인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다. 더군나다 외할머니게게 욕 먹는 사람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평소 원한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근거 없고 출처 없는 천하의 몸쓸 놈이라니 당황스러움 보다 무섭게 느껴졌을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장모님이 감정을 많이 숨기며 살아서 그런 것 같아 안쓰러워 하셨단다. 어느날 외할머니는 아빠에게 욕을 뿜어내셨는데, 서운해 하는 아빠의 모습과 당황해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로 감정을 삭히고 살아서 내재되어 있던 속내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표출된 걸까? 저자의 말처럼 출처를 알 수 있다면 퍼즐 맞추듯 풀어나면 좋으려만 알 수 없는 속내와 망상이 묘하게 어우러져 가족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은 외할머니이지만, 외할머니와 4대가 함께 살며 지나온 삶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다. 치매 걸리지 않아야 한다며 부지런히 일을 끝내놓고 의무감처럼 민화투를 치시던 모습, 정남향 집에서 가만히 햇빛 쬐며 화초처럼 앉아 계시던 모습,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고 무심한 듯 무뚝뚝한 듯 계시던 어르신의 모습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가 오버랩되었다. 정정하게 살아계시다가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까운 미래의 우리 부모님 혹은 나의 노년기는 치매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하게 들었다.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그래도 저자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외할머니의 따슷한 추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훗날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하다고 말하는 딸도 외증조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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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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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이예은 지음, 세나북스


이 책은 여행 전문가나 도쿄 여행을 잠시 다녀온 사람이 쓴 도쿄 여행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 초반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다녀온 것을 기점으로, 도쿄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코로나 때 일본여행사를 다녔고, 도쿄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했으며, 2015부터 도쿄에 거주 중인 도쿄 현지인이 쓴 책이다. 제목 처럼 도쿄 근교를 산책하듯 다녀온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에세이처럼 도쿄 근교를 다녀온 저자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고, 거기에 문화, 역사,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적절히 녹아져 있다. 저자가 방문했거나 추천하는 장소와 식당, 카페들은 사진과 함께 주소와 홈페이지가 기재되어 있어 더 생생함이 느껴진다. 현지에서 찾아갈 때 도움이 되도록 주소는 일본어로 적어 놓은 배려도 엿볼 수 있다.

돈부리를 "섞이지 않을 자유, 그리고 외로움'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읽고 감탄했다. 이런 감성적이면서도 담백한 카피 문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과적 사고로 똘똘뭉친 나는 그저 감탄만 나온다. 원래 나는 돈부리를 먹을 때 열심히 비벼서 먹었었는데, 이자카야 식당 사장님이 비벼먹지 말고 따로 먹어 보면 본연의 맛을 각각 느낄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이제는 나도 돈부리를 먹을 때 비비지 않고 먹는다. 일본사람들은 같은 팀에서 일하더라도 휴대폰 번호도 모른다고 한다. 밥도 혼자 먹고,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일본 여행갔을 때, 회사근처 식당인데도 혼밥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 신기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혼밥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1인 식사가 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식탁문화라는 게 있어서 한솥밥을 먹어야 한 식구라 생각하니 가까운 나라, 같은 동양권인데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자처럼 카레를 엄청 좋아한다. 짙은 갈색의 일본식 카레를 특히 좋아한다. 일본 여행가서도 카레집을 찾아다니며 먹었고, 현지 마트에서 카레도 사 왔다. 일본 여행가면 바리바리 많이들 사오지만, 내가 산 거라고는 조각 카레 하나 커피 한 봉지 뿐이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카레가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전투력을 위해 도입되었으며, 욱일기라 불리는 군함까지 계승한 일본 해상 자위대에서 지금도 병사들에게 매주 금요일마다 카레를 배급한다는 내용을 읽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살라 양념을 사용하는 인도식커리, 인도 식민지배를 하면서 서양식 비프스튜에 마살라 향신료를 넣은 영국식 커리도 있으니 카레는 일본의 전쟁 음식만은 아니니 다행이다. 아무튼 메이지 시대에 영국 해군과 접촉하게 되면서 카레에 쇠고기를 넣게 되었는데, 당시 비타민B1 부족으로 각기병을 앓았던 병사들 건강에 도움을 주었고 색다른 풍미로 입맛을 사로 잡았다는 꽤 흥미로운 카레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오롯이 도니치현 닛코의 특산품인 유바를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는, 저자의 섬세하고 상세하게 기술한 문체 덕분에 나도 같이 유바 공장을 견학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에 불린 대두를 갈아 끓인 뒤 비지를 걸러낸 깨끗한 콩물을 가열하면 표면에 단백질이 응고하면서 막이 생기는데 이것을 그대로 먹거나 가공한 것이 유바라고 한단다. 유바의 맛을 모른 채, 닛코를 논하지 말라고 할 정도니 꼭 한 번 먹어 보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은 외부의 풍경과 환경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몰랐던 내 표정도 볼 수 있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처음 해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여름 아들과 다녀온 오사카, 교토여행이 오버랩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조만간에 도쿄 근교를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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