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ㅣ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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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논쟁 중 하나로, 단연코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간의 인식 사이의 경계와 구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소피스트들부터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 독일의 철학자 칸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주장을 펼쳐 왔다.


몇몇을 예로 들자면, 가장 오래전 고대 그리스에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의 지각의 중요성을 그 무엇보다도 크게 보았던 프로타고라스가 있다.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인간들이 지각하는 한에서는 동물들의 지각과 인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그 무엇도 인지 능력을 지니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관점으로는 데카르트가 주장한 심신이원론 사상을 떠올릴 수 있는데, 영혼이 있는 존재만이 정신을 가지고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는 등의 지각적 능력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의 입장 또한 여럿 존재하는데, 프린스턴대 교수인 피터 싱어의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톰 레건과 함께 대표적인 동물권 보호 사상가로 우리나라 중등 교육과정에서도 자주 언급되는데, 이들의 주장은 동물들 또한 고통을 느끼고, 기쁨 또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고통을 인간의 것과 다르게 다루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 속에는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이 지닌 지각 능력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지각 능력을 지녔다면, 이들 또한 인간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인간과 어느 정도는 유사한 감정과 사고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 또한 인식과 지각에 대한 큰 의문의 흐름에 녹여내어 해답을 모색해 나가고,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토대로 동물과 인간의 인식 차이, 그리고 현상적 자아가 동물에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인간의 자아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찾아나가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그 흐름의 중심이 되는 것이 저자의 반려견 버니로, 저자는 한 앵무새가 여행이 끝난 후 여행 중 있었던 일에 대해 나름의 수다를 떠는 것과 비교해 버니가 산책 전 밥을 다 먹고 갔는지를 상당히 명확히 기억한다는 점을 들어 동물들에게 각각 차이는 존재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최소한 그것과 관련된 인식이 있다는 추론을 하였다.

또한 저자가 힘들어할 때 버니가 와 위로를 하는 것만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점을 떠올리며 다른 여러 사례들과 연결 지어 동물들이 가질지 모르는 연민과 관련된 인식의 존재를 고민하면서도, 버니가 울부짖는 사슴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던 것을 비롯해 다른 동물들 또한 심할 경우 자신의 집단 내의 개체들에게도 잔혹하다 할 수 있는 대우를 하는 점을 비추어 보아 그 연민과도 같은 인식의 확장 범위를 재고해 보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저자는 조금 열린 결말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저자가 보조를 해 주는, 일종의 배려와 같다고도 생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니컬러스 험프리는 이 책에서 과학과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물들의 지각에 대한 연구를 고찰하여 의식과 지각을 분석하고 정의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어떠한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가 저자가 질서정연하게 제시한 사례들이며 여러 요소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지각과 의식에 대해 이해하고, 아직도 많은 동물학자와 인류학자, 철학자, 생명과학자 등의 논쟁거리로 존재하는 의식의 본질과 동물에서의 존재 여부와 같은 논점들에 슬그머니 한 발을 직접 올려보게 하고 있다.


그가 말한 현상적 자아와 지각에 대한 논의 과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보는 새로운 개념과 진화적 가치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이 인식과 지각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자신의 자아의 근원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몇 가지의 가능성과 해답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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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환상의 손 그리는 법 - 한눈에 압도하는 독보적 작화법 ㅣ 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손 그리는 법
가가미 다카히로 지음, 김종완 옮김 / 이아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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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취미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전 코로나19 사태 때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요.

따로 배우지 않아 기본기는 없고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인데요, 인체는 흉내 내어 스케치를 하는 것조차 정~말 어렵더라구요. 가끔 인체 중 제 손을 보고 그리기도 했는데 결과물은 거의 항상 목각 피노키오의 손 같아서 결국엔 손을 포함한 인체 그리기는 포기한 상태였어요. 강습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었죠. 😥


그런데 정말 대박 아이템(?)을 만났습니다.

바로 『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환상의 손 그리는 법』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유명 애니메이션 《유희왕》, 《데스노트》 등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총작화감독을 맡은 가가미 다카히로가 '손 그리기'를 주제로 저술한 책인데요, 1편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나온 2편이랍니다.


1편이 손 그리기 기본에 관한 책이었다면, 2편은 다양한 상황에 맞는 감정이 담긴 손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거기다가 손만이 아닌 손과 연결된 '팔' 그리는 법과 입체감을 주는 '그림자' 그리는 법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 정말 유용해요.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1장에서는 손과 팔의 작화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손과 팔의 기본부터 남녀·연령·체격별 구분에 따른 손과 팔 작화법, 그림체별 구분에 따른 차이에 이르기까지 정말 자세하고도 쉽게 손과 팔을 그리는 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저도 책을 보면서 여기에 나온 설명에 따라 그려봤는데 완전 대박 생동감 있는 인간의 손이 완성되었답니다.



2장에서는 정성껏 그린 손이나 팔에 생생한 입체감을 주기 위한 비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바로 그림자 그리는 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광원을 의식한 그림자의 기본부터 다양한 광원에 대한 설명, 사진에서처럼 그림자를 간략화하여 실전 그림자를 그리는 방법, 다양한 손 포즈에 따른 그림자 연출 등 손이 비로소 실제와 같아 보이게 되는 단계랍니다.



마지막 3장에 이르러서는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환상의 손 그리기가 나옵니다.

작가는 환상의 손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손, 연출한 손, 박력 있는 손, 구도로 강조한 손' 이렇게 4가지 표현법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 하나의 동작을 나타내는 손 모양에 셀 수 없이 다양한 감정을 넣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멋진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책에 나온 손들을 따라 그려 보았답니다.

제 실력을 알기에 은근 겁을 먹었는데 그리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어? 진짜 손처럼 그려지는데? 대~박! 이게 되는 거였어?'하구요. 😆


물론 그림 배우신 분들이 보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겠지만 초보자인 저에게는 완전 신세계를 경험한 수준이랍니다.

또한 손그림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가 그린 손은 이제 더 이상 목각인형의 손이 아니에요~. 😉



책의 마지막에는 114점에 이르는 '손 포즈 사진 자료'가 나와 있어 다양한 손 그리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QR코드가 있어 '도구 소개와 선화 과정', '그림자 그리기 과정', '애니메이션 작화 연출' 등의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해 생생한 그리기 과정과 해설을 볼 수 있어요.

이 책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하면 앞으로 더욱더 멋진 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그런데 독자는 행복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비법을 전부 공개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


인체, 특히 손과 팔 그리기에 자신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초보자, 아니 생초보자들에게조차 확실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확언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가가미 다카히로 같은 멋진 애니메이터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나올지도….

우리 이 책으로 손과 팔 그리기를 열심히 연습해서 청출어람이 되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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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ㅣ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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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는 석 달 전 우연히 찾은 모지항에서 들렀던 텐더니스 편의점의 점장을 잊지 못하고 소꿉친구 마키오와 함께 다시 모지항을 찾았다.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에서 점장 시바 씨를 다시 보고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며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절감했다.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고1인 시노는 중3 봄 무렵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다이스케의 고백으로 그와 교제 중이었으나, 시노가 식중독으로 이틀간 결석한 동안 2학년 선배의 고백을 받았다는 다이스케에게 무례한 이별 선언을 듣는다. 시노는 다이스케와 그의 현여친의 행태에 오만 정이 떨어져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지만, 배려심 없는 다이스케의 태도와 자신의 이별을 구경거리로 삼는 친구들의 태도에 상처를 입는다.

학교를 조퇴하고 무작정 찾은 모지항에서 시간을 때우던 시노는 핑크 베이지색의 솜사탕처럼 머리를 염색하고 곱게 화장을 한 채 화려한 옷을 입은 자신의 할머니가 수줍어하며 편의점 점장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는데….


<히로세 다로의 우울>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의 아르바이트생인 다로는 고교 시절 야구부 주전으로 뛸 때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스스로가 잘난 남자라는 착각에 빠진 적도 있었으나, 대학 진학 후 개성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며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쓰바키는 그런 다로에게 고교 시절 먼저 교제를 제안했고 다로가 대학교에 진학한 후엔 시모노세키까지 따라와 동거까지 하지만 얼마 후 다로에게 더 이상 고교 때의 반짝임이 없다며 이별을 고하며 떠난다. 하지만 그 후 쓰바키는 새로운 남친을 사귈 때마다 다로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언급하는 말을 하는데….


<여왕의 실각>

중학교 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트 여왕 같았던 미즈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자신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배척했기에 결국은 절친조차 곁을 떠나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그래도 미즈키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잔소리에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미즈키는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 기분전환을 하려 했지만, 친구들은 약속이 있다거나 바쁘다는 대답들을 했고 몇몇은 아예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만남을 포기했으나 우연히 간 모지항역 앞에서 만날 수 없다는 친구들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 따지고 드는데….



소설은 크게 보면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는 각각 독립적인 듯 보이지만, 각 이야기에서 편의점 직원들 이외에 다른 이야기에 나왔던 인물들이 언급되며 독자에게 모종의 반가운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는 전편이 워낙 히트를 쳤던 데다가 개인적으로 작가의 다른 소설 『52헤르츠 고래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역시 소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단 소설의 소재가 일상적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미사여구가 없는 글은 가벼우면서도 읽기가 편한 데다 적절하게 나오는 위트 있는 문장은 글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독성 최고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시바 씨의 활약은 크게 나오지 않았다. 물론 상처받은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우연히 모여들지만, 그곳에서 등장인물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지 시바 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다.

시바 씨는 단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상징적인 존재라고나 할까.

읽다가 가끔은 점장 시바 씨가 인외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다른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존재라고 느끼는 것은 전부 똑같지만 연령층에 따라 반응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엔 다로가 시바 씨를 페로몬 샘의 정령 같은 남자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진짜…. 이렇게 되면 3편이 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그러한 실수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와 상처를 방관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닫고 반성하고 치유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긍정적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과 힐링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쉽고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어느 무엇보다 일상을 풍요롭게 할 따뜻한 감정을 선물할 보석 같은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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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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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아들 주토가 열네 살이었던 2018년 12월부터 열여덟 살 대학입시를 끝낸 2022년 초까지의 아들과의 소중한 일상의 삶과 생각을 적은 일기를 출간한 에세이집이다.

책을 접하기 전엔 막연하게 작가가 이혼을 하며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잠시 동안 머나먼 프랑스로 건너가 아이를 키우며 쓴 글일 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작가의 아들은 원래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라고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프랑스에서 살아갈 아이였다.


아들이 열 살이 되던 해에 이혼을 한 작가는 이혼 후 절망감에 사로잡혀 힘들어했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들이 밤마다 혼자 눈물을 흘린 사실을 알고는 자신을 추스르고 아이를 보살폈다고 한다. 그것의 시도가 요리를 통해서였다. 아들에게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해 먹이며 그날 그날을 버텨냈고 마침내 아들을 일상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혼 후 아빠와 엄마 노릇을 동시에 하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진 부성만이 아닌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모성적 사랑을 일깨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아들을 향한 작가의 사랑과 신뢰는 모든 이야기들에서 은근하면서도 절절하게 묻어 나오고 있다.


내용 중에 작가는 아들 주토가 정체성이 확고하다고 했지만, 책에서 받은 느낌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해 생각하고 교육을 받으며 쭉 산 아들의 행동이나 사고, 즉 본질이 일본인보다는 프랑스인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자신이 관련된 중요한 일에 실패할 요인이 보이더라도 자신이 결정권을 가진 일이 아니면 '그건 내 탓이 아니다'라며 전혀 개입할 의지가 없는 전형적인 프랑스인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단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작가도 그 모습을 알기에 인정을 하면서도 아들이 일본인으로서의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유명 뮤지션이자 유명 작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글 중간중간에 아닌 듯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프라이드를 보여 주고 있다. 글 중간중간 자국민을 추켜세우는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이든 전부 똑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런데 정(情)이란 단어와 개념을 사전적 의미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사용하나?


또한 작가는 항상 아들을 다소 서툴지만 멋지기만 한 아들처럼 표현하다가 한 번쯤 욱해서 아들의 실체(?)를 밝히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좋았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이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논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작가는 프랑스에서 싱글 파파로 청소년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생각이나 자신만의 교육 철학과 방법, 아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밖에도 가족에 대한 고민이나 아들이 부모의 이혼 후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의미, 작가가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생각, 아들이 뿌리는 일본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느끼는 생각, 사춘기에 대한 고민, 코로나19 봉쇄령 때의 생활, 이웃들과 부대끼는 매일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동안 작가에게 아들 주토는 더 이상 보호와 양육의 대상이 아닌 작가를 진실되게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반자적 존재가 된다.


그 모습들에 나도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나와 나의 아이와의 모습은 어떤지 되새겨 보았다. 그리하여 지금껏 지극히 수직적인 관계였던 것 같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나와 아이가 수평적이자 동반자적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자신과 아이, 더 나아가 가족의 의미와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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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뒤집혀 있어도 세상은 돌아갈 테니까
쓰보우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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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가 한참 지났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진심으로 무언가에 공감해서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쏟아지는 뉴스들은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들뿐이고, 좋아하는 소설 장르는 죽느냐 사느냐 심각한 이야기들이니 웃음 포인트가 없는 게 당연할지도. 코미디라는 이름을 가지고 나온 프로그램이나 글들 중에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져 보다 보면 어이없을 때도 많다.


그런데 '맞아 나도 그랬어', '대박 이거 완전 내 얘긴데'라며 공감을 이끌어내며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양말이 뒤집혀 있어도 세상은 돌아갈 테니까』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레터스 클럽과 트위터에 연재되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사랑을 받은 만화로 작가의 평범한 일상을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 만화는 저자 쓰보우치와 남편, 태어나서 크리스마스를 두 번 맞은 아들 다보, 이렇게 세 식구의 왁자지껄 현생 라이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전개되는 공감 백배 이야기에 '나는 어땠더라' 하며 나의 경험을 소환하여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다.


어느 나라든 똑같이 여자들은 결혼 후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나 보다. 생활 속에서 그저 결혼이라는 행사를 한번 치렀을 뿐인데.


쓰보우치 씨는 결혼 후 혼자 집안 살림을 도맡아 아등바등 치우고 살지만 결혼 전과 전혀 변화 없는 아들 내지는 손님 모드의 남편과 트러블을 겪기도 한다. 쓰보우치 씨가 치우지 않으면 배수구는 머리카락 등으로 막히고 쓰레기는 휴지통에서 넘쳐나며, 남편이 도와준답시고 설거지한 그릇은 기름기로 미끄덩거리는 데다 기껏 정성껏 해준 음식에 남편은 칭찬보다는 사소한 것 하나에 불평을 하는…. 게다가 같이 사는 공간인데 혼자서만 주야장천 치우는 모습.


원래 살림이란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나지만,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엄청 안한 티가 난다는 것을 누구나 다들 겪고 나서야 깨닫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초기에 나도 내 살림을 처음 가져본 초보자였으면서 뭘 그렇게 처음부터 살림에 도가 튼 베테랑인 것 마냥 행동했었던지. 집이 어지러운 꼴을 못 보고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으면 즉시 치워대고, 뭐든지 혼자 척척 알아서 하고, 음식도 요리학원에 다니며 매일매일 끼니때마다 새로운 메뉴들을 해댔다. 그런데 남편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나중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안 그러면 불평했다. 나중에 몸살로 드러누우니 "누가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 없는데?"라는 말을 해서 얼마나 서러웠던지….

우리 집에는 영원히 내 편이 아닌 남편이 있다. 😑



쓰보우치 씨의 옷장을 보고 내 옷장이 생각나 엄청 웃었다.

'뭔가에 홀린 듯 비슷비슷한 옷만 구매'했다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결혼 전에는 다양한 종류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을 구매하고 입었는데, 결혼 후 언젠가부터 무난한 색상에 실용성 위주로 옷을 구매하고 있었다.

한동안은 나도 모르게 사계절 옷들을 전부 검정 내지는 남색의 줄무늬로만 구매한 적도 있었다. 하루는 우리 집에 놀러 온 동생이 내 옷장을 보더니 "언니는 빠삐용이야?"라고 말해서 정신 차리고 옷장을 둘러보며 배꼽 잡고 웃었던 적이 있다.


또한 옷장은 터져나갈 것 같은데 막상 입고 나가려면 입을 옷이 없다는 쓰보우치 씨. 이것도 아마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나도 예전에 옷장 속에 한두 번 밖에 입지 않아 아까워서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던 옷들이 꽤 있었다. 목표는 '살 빼고 다시 입어야지'였다.

그러던 중 아이가 우연히 내 옷장에 걸린 옷들을 보더니 "자리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옷을 작게 만들어 보관하세요?"라고 말해서 웃으며 등짝 스매싱을 가볍게 날린 적이 있다. 물론 그 이후 아까워서 정리하지 못했던 옷들을 과감히 버렸다는 사실.



그리고 책에는 식사 준비할 때 보채는 아이를 아빠와 산책 내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쓰보우치 씨처럼 아이가 어릴 때 집안일이나 요리할 때 남편과 아이를 산책 보냈던 적이 있다. 하루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생각으로 식사 준비를 안 하고 같이 산책을 나가려고 하니 아이가 "엄마는 산책하는 거 아닌데, 산책은 아빠랑 하는 건데."라고 말해서 충격받았던 적이 있다. 어느새 아이에겐 산책은 아빠와 둘이 나가는 것이고 엄마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입력된 모양이었다.

우리 집에는 앞으로 나라의 아들이나 사돈의 아들이 될 현재만 나의 아들인 아이가 있다. 😑



여자의 변신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일본과 한국의 여성 화장룰이 이렇게나 똑같을 수가. 😂

나도 쓰보우치 씨처럼 결혼하기 전에는 풀 메이크업이 아니면 집 앞 슈퍼도 나가지 않을 정도였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쓰보우치 씨처럼 화장품 개수가 줄며 점점 간소화되더니, 이제는 세수도 안 하고 눈곱만 떼고 나갈 때도 있다. 누가 날 본다고….

그러다 어쩌다 하는 화장은 너무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옷차림이나 얼굴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단다. 남들이 자신을 쳐다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책은 단순히 재미와 힐링만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쓰보우치 씨가 일본의 심플 라이프 연구가 마키 씨에게서 들은 살림 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세탁 후 빨래를 개고 싶지 않아 뒤집어진 채로 옷장에 넣었던 일화, 꼭 필요할 것 같아 산 가전제품들이 전시용으로 기능을 다하는 일화, 어린 아들 다보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 등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과 웃음과 힐링을 주고 있다.

내가 경험했을 때에는 분명 다큐이자 전투였는데 쓰보우치 씨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훈훈한 힐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실전을 치르고 있던 나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양말이 뒤집혀 있다고 아니, 양말을 한 짝 뒤집어 신고 나간다고 해서 큰일 나지는 않다는 것을 살면서 절실히 느낀다. 자고 일어나서 각 잡고 침대 정리를 한다고 해서 행복하고 침대 위에 이불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고 해서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깨닫는다. 음식이 짜면 물을 조금 더 붓거나 정 안되면 건강을 위해 그냥 쿨하게 버리면 되지 않을까?


사소한 것에 연연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의 삶 자체를 소중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산다는 게 전부 그런 거지 않을까?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나의 일상을 돌아보며 행복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을 희망하며 진심으로 웃고 싶은 모두에게 유쾌한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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