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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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아들 주토가 열네 살이었던 2018년 12월부터 열여덟 살 대학입시를 끝낸 2022년 초까지의 아들과의 소중한 일상의 삶과 생각을 적은 일기를 출간한 에세이집이다.

책을 접하기 전엔 막연하게 작가가 이혼을 하며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잠시 동안 머나먼 프랑스로 건너가 아이를 키우며 쓴 글일 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작가의 아들은 원래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라고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프랑스에서 살아갈 아이였다.


아들이 열 살이 되던 해에 이혼을 한 작가는 이혼 후 절망감에 사로잡혀 힘들어했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들이 밤마다 혼자 눈물을 흘린 사실을 알고는 자신을 추스르고 아이를 보살폈다고 한다. 그것의 시도가 요리를 통해서였다. 아들에게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해 먹이며 그날 그날을 버텨냈고 마침내 아들을 일상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혼 후 아빠와 엄마 노릇을 동시에 하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진 부성만이 아닌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모성적 사랑을 일깨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아들을 향한 작가의 사랑과 신뢰는 모든 이야기들에서 은근하면서도 절절하게 묻어 나오고 있다.


내용 중에 작가는 아들 주토가 정체성이 확고하다고 했지만, 책에서 받은 느낌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해 생각하고 교육을 받으며 쭉 산 아들의 행동이나 사고, 즉 본질이 일본인보다는 프랑스인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자신이 관련된 중요한 일에 실패할 요인이 보이더라도 자신이 결정권을 가진 일이 아니면 '그건 내 탓이 아니다'라며 전혀 개입할 의지가 없는 전형적인 프랑스인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단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작가도 그 모습을 알기에 인정을 하면서도 아들이 일본인으로서의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유명 뮤지션이자 유명 작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글 중간중간에 아닌 듯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프라이드를 보여 주고 있다. 글 중간중간 자국민을 추켜세우는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이든 전부 똑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런데 정(情)이란 단어와 개념을 사전적 의미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사용하나?


또한 작가는 항상 아들을 다소 서툴지만 멋지기만 한 아들처럼 표현하다가 한 번쯤 욱해서 아들의 실체(?)를 밝히는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좋았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이 프랑스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논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작가는 프랑스에서 싱글 파파로 청소년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생각이나 자신만의 교육 철학과 방법, 아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밖에도 가족에 대한 고민이나 아들이 부모의 이혼 후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의미, 작가가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생각, 아들이 뿌리는 일본인이지만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느끼는 생각, 사춘기에 대한 고민, 코로나19 봉쇄령 때의 생활, 이웃들과 부대끼는 매일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동안 작가에게 아들 주토는 더 이상 보호와 양육의 대상이 아닌 작가를 진실되게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반자적 존재가 된다.


그 모습들에 나도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나와 나의 아이와의 모습은 어떤지 되새겨 보았다. 그리하여 지금껏 지극히 수직적인 관계였던 것 같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나와 아이가 수평적이자 동반자적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자신과 아이, 더 나아가 가족의 의미와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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