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논쟁 중 하나로, 단연코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간의 인식 사이의 경계와 구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소피스트들부터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 독일의 철학자 칸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주장을 펼쳐 왔다.


몇몇을 예로 들자면, 가장 오래전 고대 그리스에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의 지각의 중요성을 그 무엇보다도 크게 보았던 프로타고라스가 있다.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인간들이 지각하는 한에서는 동물들의 지각과 인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그 무엇도 인지 능력을 지니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관점으로는 데카르트가 주장한 심신이원론 사상을 떠올릴 수 있는데, 영혼이 있는 존재만이 정신을 가지고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는 등의 지각적 능력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의 입장 또한 여럿 존재하는데, 프린스턴대 교수인 피터 싱어의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톰 레건과 함께 대표적인 동물권 보호 사상가로 우리나라 중등 교육과정에서도 자주 언급되는데, 이들의 주장은 동물들 또한 고통을 느끼고, 기쁨 또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고통을 인간의 것과 다르게 다루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 속에는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이 지닌 지각 능력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지각 능력을 지녔다면, 이들 또한 인간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인간과 어느 정도는 유사한 감정과 사고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 또한 인식과 지각에 대한 큰 의문의 흐름에 녹여내어 해답을 모색해 나가고,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토대로 동물과 인간의 인식 차이, 그리고 현상적 자아가 동물에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인간의 자아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찾아나가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그 흐름의 중심이 되는 것이 저자의 반려견 버니로, 저자는 한 앵무새가 여행이 끝난 후 여행 중 있었던 일에 대해 나름의 수다를 떠는 것과 비교해 버니가 산책 전 밥을 다 먹고 갔는지를 상당히 명확히 기억한다는 점을 들어 동물들에게 각각 차이는 존재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최소한 그것과 관련된 인식이 있다는 추론을 하였다.

또한 저자가 힘들어할 때 버니가 와 위로를 하는 것만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점을 떠올리며 다른 여러 사례들과 연결 지어 동물들이 가질지 모르는 연민과 관련된 인식의 존재를 고민하면서도, 버니가 울부짖는 사슴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던 것을 비롯해 다른 동물들 또한 심할 경우 자신의 집단 내의 개체들에게도 잔혹하다 할 수 있는 대우를 하는 점을 비추어 보아 그 연민과도 같은 인식의 확장 범위를 재고해 보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저자는 조금 열린 결말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저자가 보조를 해 주는, 일종의 배려와 같다고도 생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니컬러스 험프리는 이 책에서 과학과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물들의 지각에 대한 연구를 고찰하여 의식과 지각을 분석하고 정의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어떠한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가 저자가 질서정연하게 제시한 사례들이며 여러 요소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지각과 의식에 대해 이해하고, 아직도 많은 동물학자와 인류학자, 철학자, 생명과학자 등의 논쟁거리로 존재하는 의식의 본질과 동물에서의 존재 여부와 같은 논점들에 슬그머니 한 발을 직접 올려보게 하고 있다.


그가 말한 현상적 자아와 지각에 대한 논의 과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보는 새로운 개념과 진화적 가치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이 인식과 지각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자신의 자아의 근원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몇 가지의 가능성과 해답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