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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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주인공 오모리 리카는 아버지가 큰 회사에 근무하시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시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기 위해 출판업계에서는 대기업인 출판유통회사 다이한에 입사한다.

책이나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던 오모리는 취업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는 다이한이라는 회사가 있는 줄도 몰랐고 출판유통이라는 단어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신념도 야망도 없던 오모리는 그저 대기업이면 어디든 상관없었고, 금융업계 면접에서는 다 떨어져 유일하게 기회가 남았던 다이한에 시험 보고 합격했다.


그렇게 입사가 결정되고 한 달간의 연수가 끝난 후 오모리는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발령받았다.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라 모든 것을 집 근처에서 해결했으며 시내인 시부야에 나가는 것조차 피곤해하며 여행도 즐기지 않던 오모리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오사카로 간 오모리는 처음 이틀 동안은 오사카 지사 근처의 대형서점 체인점인 분에츠도 서점 도지마점에서 서점 연수를 하게 되었다. 오모리를 지도해 준 사람은 아르바이트 경력 10년 차의 마사미 씨였고, 그녀에게서 서점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우는 동안 서점 일이 무척 힘들며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할 줄도 모르는 자신이 무척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TV에서 한 여배우가 자신의 애독서라고 밝혀 인기를 끌게 된 소설책을 서점 측에서 요구한 물량대로 보내주지 않은 다이한 담당자에게 마사미 씨가 불만을 표했고, 이를 옆에서 듣던 오모리가 담당자 나카가와 계장이 말했던 특별한 방법으로 책을 구하는 바람에 오사카 지사로 클레임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상사인 시이나 부장으로부터 질책을 듣던 오모리는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불만과 생각을 내뱉으며 눈물을 쏟았고, 시이나 부장은 나카가와 계장에게 오모리를 고바야시 서점으로 데리고 가라고 지시했다.

나약해 빠진 자신의 정신을 교육시키기 위해 무서운 서점주에게 데려가는 것이라고 겁을 먹었던 오모리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만났고, 그녀로부터 고바야시 서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이 소설은 일본 아마가사키시에 있는 고바야시 서점의 실제 이야기와 픽션을 결합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고바야시 유미코 씨와 그녀의 남편 마사히로 씨 이외의 인물이나 회사는 실재하는 인물, 회사, 단체 등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소설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주인공 오모리 리카는 출판유통업에 근무하는 것이 자신이 하고자 갈망했던 일이 아니라 그냥 부모님을 위해서 선택한 직장이었기에 일에 대한 열정이나 열의는 물론 회사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 더군다나 직장으로 인해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억지로 떠나야 했으니 그런 생각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게 자신이 낯선 곳에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만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오모리에게 힐링이 되는 동시에 오모리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다.


유미코 씨가 자신이 좋아하는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이야기를 들으며 오모리는 그 열정을 부러워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러한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느낀다. 하지만 유미코 씨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일이나 회사, 주변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보라고 조언했고, 그렇게 조금씩 일이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달리하면서 오모리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며 성장을 해나가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을 거듭한 오모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도전하는 날들을 보내게 된다.


소설이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좋지만, 특히 유미코 씨의 구어체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마치 내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서툴기만 하던 오모리의 성장을 보면서 가슴 뿌듯하며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처음인데 일에 미숙하고 열정과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단념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좋아지면 되는 것이다.

일이나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이 힘들고 마음이 헛헛하거나 위로와 격려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이야기를 가지고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는 고바야시 서점으로 떠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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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도 잘 살아 - 뜻밖에 생기발랄 가족 에세이
한소리 지음 / 어떤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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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각각의 독특한 특색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20여 년 만에 이혼한 50대 엄마 추수자, 일찍 독립한 레즈비언 첫째 딸 한소리, 엄마와 함께 살다가 자취를 시작한 바이섹슈얼 둘째 딸 윤희, 윤희가 중학생 시절 길에서 데려온 암컷 고양이 라이, 역시 윤희가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 디디, 디디의 분리불안을 없애기 위해 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 딩딩.


작가 한소리는 레즈비언으로 쇼트커트에 무난하고 펑퍼짐한 검정 옷을 입고 다니며 화장을 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레즈비언은 아니었다고 한다. 스물두 살 때까지는 남자와만 교제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술집 여자 종업원에게 눈길이 가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한 첫 반응이 당황이나 충격이 아닌 완전한 자신의 발견에 대한 기쁨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한두 명도 아닌 서른 명이 넘는 남자와 교제를 했으면 상당히 이성을 좋아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한데 갑자기 바뀐 자신의 성적 취향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니 작가는 정말 독특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인 수자 씨는 이혼 전 남편과 그렇게 살가운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수자 씨 부부는 이혼에 대해 꽤 오래 깊이 고민했고, 그 고민들은 부모 사이에서 매개체이자 중재자이자 카운슬러 역할을 한 작가의 몫이 되었다.

수자 씨 부부는 이미 그들의 결혼이 끝에 이르렀음을 알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함과 동시에 더 이상은 가족이란 울타리가 세워지지 않을 그들의 위치와 미래에 불안해하며 이혼이라는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작가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수자 씨에게 알리지 않고 수자 씨 없이 장례를 치렀다. 수자 씨는 암 진단을 받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남편 없이 수술을 했다.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더 이상 작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로에게 연락을 취해 이혼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 작가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떠 보지 않고 자신들의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즐거워한다.


작가와 여섯 살 터울인 동생 윤희는 배우를 시키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고 한다. 실제 작가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수자 씨와 작가는 어린 윤희의 손을 잡고 배우 아카데미에 갔지만, 아카데미로 올라가는 비상구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무리를 만나 그대로 윤희의 배우 시키기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고 한다.

작가와 윤희는 꽤 나이 차이가 있어도 친구처럼 지내며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서로를 믿고 응원하는 돈독한 관계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서로 이해하며 돈독하고 의지가 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작가와 윤희는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 상처를 주고, 작가는 먼저 태어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권위적이고 무서운 존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지워버리고 '친구'로 대하면서 수자 씨, 작가, 윤희 간의 관계는 어떠한 권위가 존재하지 않고 서로 고하를 논하지 않는 사랑하고 의지가 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에세이가 '세상이 비정상이라고 단정 짓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그런 프레임에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비정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누구에 의한 것일까?

비정상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개성과 독특한 특색을 가진 가족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다채로운 주제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우리의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어서 스토리의 시작과 끝이 모호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다르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민망한 빨간 팬티 사건, 작가가 스스로 여는 자신의 장례식, 작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찰에 부모를 신고한 사건 등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에세이가 끝나갈 무렵에는 세상에서 가장 불확실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과는 다르게 가장 확실하고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끼리'가 아닌 이 사회와 더불어 멋지게 살아가는 작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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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1~2 세트 - 전2권 (미공개 일러스트 엽서 4종 + 스페셜 노트 포함)
스튜디오 장삐쭈 외 지음 / 북캣(BOOKCAT)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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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보다 더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말들 한다. 하지만 난 여자인데도 주변에 군대 다녀온 사람들의 군대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펙터클하고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보다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방위가 군인이면 파리는 새다'라는 비웃음을 사던 방위를 나왔는데, 풀어놓는 군대 이야기는 웬만한 특수부대 군인들 군 생활 이야기 같다. 예를 들어 자신은 방위임에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고, 레펠 훈련은 기본, 하계훈련이나 동계훈련을 나가면 2주간 밤에 땅에 구덩이를 파고 취침을 했다고 한다. 방위라며~ 🤣

뭐, 내가 군대를 가본 적이 없어서 본인이 진실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방위가 팀스피리트에 구덩이 취침이라니… 그 외에도 군대 이야기가 완전 인생 역경을 헤쳐나가는 한편의 드라마이다. 군대 이야기 들을 때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물론 당사자들은 힘들었겠지만 나로서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를 해주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니까.

그렇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군대 이야기를 적당한 유머와 함께 장삐쭈의 『신병』이 보여주고 있다.



2018년 한 군대 생활관에 신병 박민석이 새로 오면서 만화는 시작된다.

이때 상꺽이라는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있는 선임이 이병 박민석을 데리고 나름 혹독한 신병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 형이라 불러보래서 불렀더니 선임을 형이라 불렀다며 당사자가 아닌 옆에 있는 최일구라는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있는 후임을 엎드려뻗쳐 시킨다. 거기다가 누나 있냐고 물어서 누나 있다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후임 누나 관리 똑바로 안 하냐며 최일구를 또다시 엎드려뻗쳐 시킨다.

아니 오늘 처음 보는 후임 누나를 군대 선임이 어떻게, 왜 관리하냐고~😂

이래저래 신병을 열심히 갈궜는데 알고 봤더니 금수저보다 무서운 군수저.


그런데 군수저인 것을 알면서도 위병 근무 서면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는 차가 들어오면 검문하는 것을 박민석에게 시킨다. 하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니 박민석 아버지 계급이 아무리 높아도 일개 사병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으려나.

그런데 아버지만 계급이 높을쏘냐~ ㅋㅋ

위병소를 통과한 여단장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김상훈의 모습이 완전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인데? 🤣



불침번을 서는 다음 근무자 이름을 착각하는 큰 실수를 하고야 마는 박민석.

곤히 잠자는 사자, 아니 저승사자를 깨웠으니 어쩌려나.🤣



그리고 읽으면서 완전 카이저 소제급 병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모아이 석상을 닮은 이병 임다혜.

이 에피소드는 말년 병장 심진우가 남겨둔 트윅스 반 개를 배고픈 박민석이 먹어치우는 바람에 발생한 사건으로 트윅스 반 개에 목숨 건 말년 병장의 집착과 행패로 생겨난 이야기이다.

트윅스를 새로 사줘도 '이 트윅스는 내 트윅스가 아니오'라며 오직 자기가 남겨둔 트윅스에 집착하는 말년 병자 심진우가 집요하게 범인을 쫓으며 드러나는 반전 이야기에 배꼽이 실종될 뻔했다. 🤣🤣🤣




무시무시한 군수저지만 어리바리하고 눈치 없고 둔한 박민석은 군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만화를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각각의 개성 있고 매력 넘치는 인물들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완전 시간 순삭.



각 권의 뒷부분에는 <극비문서>라고 해서 스튜디오 장삐쭈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신병』의 탄생 배경과 에피소드를 구성할 때 재미와 현실 고증 사이의 고민, 『신병』 캐릭터 분석과 제작 프로세스 등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전부 속시원히 알려주고 있다.

더군다나 『신병』 1, 2 세트에는 미공개 일러스트 엽서 4종과 스페셜 노트까지 같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 같이 『신병』의 매력에 흠뻑 빠져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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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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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노 마사키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독서에 빠져 지내다가 대학생이 되어 점점 읽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자신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옮겨 적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학 4학년이 되었을 때 그럴듯한 작품이 나왔고, 자신의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 응모했던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의도치 않게 소설가가 되었다.


원래부터 사교적이지 못했던 성격의 가가노는 소설가가 된 이후로는 거의 집밖에 나가지 않으며 사람들과 만나지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째 되던 해,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인 소네무라가 집 안에만 있지 말고 가끔은 나와서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한다며 자신의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에 가가노를 불러냈다.

소네무라가 데리고 나온 사람 가운데 나가하라 미쓰키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가가노는 처음엔 그녀의 예쁜 외모에 눈길이 갔으나 금세 그녀가 외모만 예쁜 속이 텅 빈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가노는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술자리가 끝난 뒤 미쓰키는 가가노의 집을 구경하고 싶다며 가가노의 집으로 따라왔고, 둘은 가가노의 집에서 한잔 더 마시며 그날 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다음 날 아침 둘 다 실수라는 생각에 서둘러 헤어졌고 가가노는 한동안 그날 밤 일을 후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그런데 석 달쯤 지나 갑작스럽게 미쓰키로부터 임신했으니 아기를 낳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했지만 미쓰키도 같은 생각이라며 둘은 몇 차례 대화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대화를 할수록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미쓰키는 아기를 낳아 기르고 가가노는 양육비를 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 후 합의에 의해 가가노가 매달 양육비로 10만 엔을 보내면 미쓰키는 '10만 엔 받았습니다'라는 쪽지와 아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것은 아들이 스무 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4개월 후 자신이 아들이라며 나가하라 도모가 불쑥 가가노의 집에 쳐들어와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편의점이 가가노의 집에서 가까우니 얼마 뒤에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생기는 새 점포로 옮길 때까지 가가노의 집에서 다니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25년간 생물학적으로만 아들이었던 청년이 가가노의 삶으로 들어오는데….



『걸작은 아직』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관계의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한 달 남짓 같이 생활하며 진짜 아버지와 아들 더 나아가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처음 1장에서는 합의에 의해 결론난 도모의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항을 마치 가가노가 도리를 다 하지 않은 못된 인간으로 몰고 가는 것처럼 그려져 '아니, 웬 구시대 유물 같은 사고방식?'하며 읽으면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평온한 가가노의 일상에 아무런 양해 없이 뻔뻔하고 제멋대로 불쑥 쳐들어와 가가노의 생활 리듬을 깨는 아들 도모에 대해서도 어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생물학적으로는 아버지지만 태어나서 처음 만났는데 반말을 하는 것과 가가노의 개인적인 공간인 서재에 벌컥 들어가며 안부 인사랍시고 "죽지 않았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예의를 밥 말아 먹어버린 듯한 도모의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2장에 넘어가면서부터 도모가 그렇게 격의 없는 행동으로 평범한 아버지를 대하듯 가가노를 대하고 약간 제멋대로인 듯하면서 자연스럽게 히키코모리인 가가노를 밖으로 이끌어내기 시작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가가노가 점차 자신만의 고립된 공간 밖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1장에서 가졌던 생각이 희석되었다.

그리고 뒷장에서 도모가 가가노를 불쑥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에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잠시나마 어이없어하며 욕하며 읽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앞부분만 읽고 소설책을 덮었더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또 다른 형태의 큰 사랑과 도모의 이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벅찬 감동으로 눈물이 계속 나왔다.

25년이라는 세월을 자연스레 메워가며 진정한 부자로 거듭나는 모습과 이제 시작하고 앞으로 영원히 계속될 가가노의 평범한 행복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꼭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걸작은 아직』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소설 속에 나오는 가가노의 최고의 걸작의 이름을 소설을 통해 꼭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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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2 : SF편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2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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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1권이 재미있다고 워낙 소문난 책이어서 2권도 기대됩니다. 이 책을 통해 유머스럽게 고전 SF 명작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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