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도 잘 살아 - 뜻밖에 생기발랄 가족 에세이
한소리 지음 / 어떤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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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각각의 독특한 특색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20여 년 만에 이혼한 50대 엄마 추수자, 일찍 독립한 레즈비언 첫째 딸 한소리, 엄마와 함께 살다가 자취를 시작한 바이섹슈얼 둘째 딸 윤희, 윤희가 중학생 시절 길에서 데려온 암컷 고양이 라이, 역시 윤희가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 디디, 디디의 분리불안을 없애기 위해 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 딩딩.


작가 한소리는 레즈비언으로 쇼트커트에 무난하고 펑퍼짐한 검정 옷을 입고 다니며 화장을 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레즈비언은 아니었다고 한다. 스물두 살 때까지는 남자와만 교제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술집 여자 종업원에게 눈길이 가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한 첫 반응이 당황이나 충격이 아닌 완전한 자신의 발견에 대한 기쁨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한두 명도 아닌 서른 명이 넘는 남자와 교제를 했으면 상당히 이성을 좋아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한데 갑자기 바뀐 자신의 성적 취향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니 작가는 정말 독특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인 수자 씨는 이혼 전 남편과 그렇게 살가운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수자 씨 부부는 이혼에 대해 꽤 오래 깊이 고민했고, 그 고민들은 부모 사이에서 매개체이자 중재자이자 카운슬러 역할을 한 작가의 몫이 되었다.

수자 씨 부부는 이미 그들의 결혼이 끝에 이르렀음을 알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함과 동시에 더 이상은 가족이란 울타리가 세워지지 않을 그들의 위치와 미래에 불안해하며 이혼이라는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작가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수자 씨에게 알리지 않고 수자 씨 없이 장례를 치렀다. 수자 씨는 암 진단을 받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남편 없이 수술을 했다.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더 이상 작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로에게 연락을 취해 이혼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 작가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떠 보지 않고 자신들의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즐거워한다.


작가와 여섯 살 터울인 동생 윤희는 배우를 시키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고 한다. 실제 작가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수자 씨와 작가는 어린 윤희의 손을 잡고 배우 아카데미에 갔지만, 아카데미로 올라가는 비상구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무리를 만나 그대로 윤희의 배우 시키기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고 한다.

작가와 윤희는 꽤 나이 차이가 있어도 친구처럼 지내며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서로에게 털어놓으며 서로를 믿고 응원하는 돈독한 관계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서로 이해하며 돈독하고 의지가 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작가와 윤희는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 상처를 주고, 작가는 먼저 태어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권위적이고 무서운 존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지워버리고 '친구'로 대하면서 수자 씨, 작가, 윤희 간의 관계는 어떠한 권위가 존재하지 않고 서로 고하를 논하지 않는 사랑하고 의지가 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에세이가 '세상이 비정상이라고 단정 짓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그런 프레임에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비정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누구에 의한 것일까?

비정상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개성과 독특한 특색을 가진 가족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다채로운 주제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우리의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어서 스토리의 시작과 끝이 모호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다르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민망한 빨간 팬티 사건, 작가가 스스로 여는 자신의 장례식, 작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찰에 부모를 신고한 사건 등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에세이가 끝나갈 무렵에는 세상에서 가장 불확실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과는 다르게 가장 확실하고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끼리'가 아닌 이 사회와 더불어 멋지게 살아가는 작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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