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아직 - ‘처음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 프로젝트
세오 마이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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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노 마사키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독서에 빠져 지내다가 대학생이 되어 점점 읽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자신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옮겨 적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학 4학년이 되었을 때 그럴듯한 작품이 나왔고, 자신의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 응모했던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의도치 않게 소설가가 되었다.


원래부터 사교적이지 못했던 성격의 가가노는 소설가가 된 이후로는 거의 집밖에 나가지 않으며 사람들과 만나지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째 되던 해,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인 소네무라가 집 안에만 있지 말고 가끔은 나와서 사람들과도 어울려야 한다며 자신의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에 가가노를 불러냈다.

소네무라가 데리고 나온 사람 가운데 나가하라 미쓰키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가가노는 처음엔 그녀의 예쁜 외모에 눈길이 갔으나 금세 그녀가 외모만 예쁜 속이 텅 빈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가노는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술자리가 끝난 뒤 미쓰키는 가가노의 집을 구경하고 싶다며 가가노의 집으로 따라왔고, 둘은 가가노의 집에서 한잔 더 마시며 그날 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다음 날 아침 둘 다 실수라는 생각에 서둘러 헤어졌고 가가노는 한동안 그날 밤 일을 후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그런데 석 달쯤 지나 갑작스럽게 미쓰키로부터 임신했으니 아기를 낳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했지만 미쓰키도 같은 생각이라며 둘은 몇 차례 대화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대화를 할수록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미쓰키는 아기를 낳아 기르고 가가노는 양육비를 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 후 합의에 의해 가가노가 매달 양육비로 10만 엔을 보내면 미쓰키는 '10만 엔 받았습니다'라는 쪽지와 아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것은 아들이 스무 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4개월 후 자신이 아들이라며 나가하라 도모가 불쑥 가가노의 집에 쳐들어와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편의점이 가가노의 집에서 가까우니 얼마 뒤에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생기는 새 점포로 옮길 때까지 가가노의 집에서 다니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25년간 생물학적으로만 아들이었던 청년이 가가노의 삶으로 들어오는데….



『걸작은 아직』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관계의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한 달 남짓 같이 생활하며 진짜 아버지와 아들 더 나아가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처음 1장에서는 합의에 의해 결론난 도모의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항을 마치 가가노가 도리를 다 하지 않은 못된 인간으로 몰고 가는 것처럼 그려져 '아니, 웬 구시대 유물 같은 사고방식?'하며 읽으면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평온한 가가노의 일상에 아무런 양해 없이 뻔뻔하고 제멋대로 불쑥 쳐들어와 가가노의 생활 리듬을 깨는 아들 도모에 대해서도 어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생물학적으로는 아버지지만 태어나서 처음 만났는데 반말을 하는 것과 가가노의 개인적인 공간인 서재에 벌컥 들어가며 안부 인사랍시고 "죽지 않았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예의를 밥 말아 먹어버린 듯한 도모의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2장에 넘어가면서부터 도모가 그렇게 격의 없는 행동으로 평범한 아버지를 대하듯 가가노를 대하고 약간 제멋대로인 듯하면서 자연스럽게 히키코모리인 가가노를 밖으로 이끌어내기 시작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가가노가 점차 자신만의 고립된 공간 밖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1장에서 가졌던 생각이 희석되었다.

그리고 뒷장에서 도모가 가가노를 불쑥 찾아온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에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잠시나마 어이없어하며 욕하며 읽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앞부분만 읽고 소설책을 덮었더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또 다른 형태의 큰 사랑과 도모의 이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벅찬 감동으로 눈물이 계속 나왔다.

25년이라는 세월을 자연스레 메워가며 진정한 부자로 거듭나는 모습과 이제 시작하고 앞으로 영원히 계속될 가가노의 평범한 행복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꼭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걸작은 아직』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소설 속에 나오는 가가노의 최고의 걸작의 이름을 소설을 통해 꼭 알아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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