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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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술 작품에는 그 작품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공공연한 이야기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이야기든지 간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듯 우리는 작품을 통해 보이는 이야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드러난 것이 전부일까라는 의심을 가지며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크게 8가지 주제로 작품들을 분류해서 작품과 함께 그 작품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주제가 1장 '물감 속을 꿰뚫어보다'와 2장 '표면 아래'와 6장 '비밀스러운 상징'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요소들로 작품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개인적 취향이나 느낌, 그림의 형태, 화풍 등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으로 작품 감상이 끝날 수 있지만 그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을 품고 있을 수가 있다.

그것은 영원한 비밀로 묻힐 것 같았지만 미술 전문가들이 작품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외부를 연결하는 증거들을 연구하면서 서서히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가나 제작 시기를 모를 때 미술학자들은 편지나 문학작품 등으로 작품의 시기나 장소를 유추해 내고 작가를 밝혀냈다. 심지어 작품이 제작된 정확한 연도나 작가를 모르더라도 세심한 연구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냈다.

이들의 연구는 20세기에 엑스선과 자외선 분석으로 박차가 가해졌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다중 스펙트럼 스캐닝과 영상 장비 같은 새로운 기술의 사용으로 전례 없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푸른 옷의 소년>이 재활용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1939년 엑스선 분석으로 푸른 옷의 소년 밑에 흰 띠를 두른 나이 든 남자의 머리를 발견하면서 토머스 게인즈버러가 유희를 위해 재활용 캔버스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소년 아래부터 캔버스를 넘어가는 유령 같은 인물을 통해 잘려진 캔버스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소년의 왼쪽의 개 또한 두 번 이상의 수정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바위 더미로 대체해 그려졌음을 알게 되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은 엑스선 검사에 의해 다른 그림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보존 전문가의 오랜 작업을 통해 큐피드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덧칠된 부분에서 발견된 먼지층으로 인해 페르메이르가 광택제막을 입힌 후에 그림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수정의 이유는 알지 못한다. 수정의 이유는 앞으로 밝혀내야 할 또 다른 숙제일 것이다.



미술이 주는 상징적 표현에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비밀 이야기도 재미있다.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신교 지역에서는 종교화가 우상숭배라고 치부되었고 성상 파괴 운동으로 인해 더 이상 종교화를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리하여 다양한 주제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종교적 의미를 담았다. 특히 바니타스 정물화가 가장 많이 그려지는 소재였다.

헨드릭 안드리선의 <바니타스 정물화>를 보면 누구나 죽음을 떠올릴 것이다. 그림의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해골뿐만 아니라 주위의 물건들 또한 '메멘토 모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헛되고 헛되노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정물화이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종교적 메시지는 그 어느 것보다도 강렬하다. 종교를 떠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20일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여태껏 예술 작품을 감상해 왔던 접근법과는 전혀 다르게 작품을 감상하며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익숙한 작품과 때로는 익숙함을 파괴하며 신선하고 파격적인 작품에 접근하여 그 작품들에 나타나거나 감춰진 의미를 알아가면서 아직까지 예술작품에 대한 내 시야와 식견이 좁고 미흡하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배우고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케힌데 와일리의 작품을 보고 아직까지 가볍게 느껴지고 웃음이 난다는 것은 예술 작품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의 증거일 것이다.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여러 번 읽으면서 좀 더 유연한 사고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고 작품의 진의를 파악하는 눈을 키우도록 해야겠다.

예술에 대한 비밀의 문으로 이끌어 준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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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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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 최초의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이다.

길가메시는 어머니가 야생 암소의 여신인 닌순으로 반신이며 우루크 제1왕조의 전설적인 왕이다. 책에서는 "삼분의 일은 신이요, 삼분의 일은 인간이었네." (p.27)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나머지 삼분의 일은 무엇이란 말이지?


아무튼 우루크에 매우 강력한 성채를 건설했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았던 지혜로운 인물로 우뚝 섰던 길가메시는 처음부터 찬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초인적인 힘을 가졌던 길가메시는 우루크 성벽을 쌓으며 가혹할 만큼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였고, 여성들에게는 무절제한 욕망을 발산하며 초야권을 사용하여 성학대를 저지르는 등 우루크 백성들에게 압제를 가한다. 이에 백성들은 절망하여 신들에게 하소연했고, 신들은 길가메시에 대적할 야생 인간 엔키두를 창조하게 된다.

아루루 여신은 흙으로 빚어 엔키두를 창조한 뒤 야생동물에 의해 길러지고 생활하게 한다. 그러나 매춘부 샴하트와 엿새 낮과 이레 밤 동안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그의 야성은 사라지게 되었고, 짐승들은 더 이상 엔키두를 친구로 여기지 않고 그를 멀리한다. 엔키두 자신도 일주일 전과는 본인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기운이 빠졌고 전처럼 달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인간으로서의 이성과 넓은 이해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샴하트는 짐승과 같았던 야생 인간 엔키두를 성생활을 통해 문명으로 이끈다. 샴하트의 안내로 길을 떠난 엔키두는 목동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해 목동들을 위해 늑대를 물리치고 사자를 쫓아 버리는 등 목동들의 파수꾼이 되어 그들과 함께 지낸다. 어느 날 결혼식 초대를 받고 급히 가던 사내에게서 길가메시의 초야권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느끼며 우루크로 향한다.

엔키두가 우루크에 도착하자 엔키두에게로 많은 백성들이 몰려와 엔키두가 길가메시의 적수가 될 수 있음을 찬양한다. 길가메시는 초야권을 행사하러 혼사를 치르는 집에 가려고 나타났고 엔키두가 이를 막으며 둘은 싸움을 벌인다.

길가메시는 한 발을 땅에 딛고 무릎을 꿇게 되는데 무릎을 꿇는 순간 신기하게도 가슴속 분노가 가라앉는 것을 느끼고 싸움을 끝낸다. 싸움이 끝난 뒤 엔키두는 길가메시의 우월성을 인정했고, 길가메시는 강한 엔키두를 보고 자신의 꿈이 알려준 것처럼 강한 동지이자 구원자이자 친구가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 끌어안고 화해하며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불멸의 명성과 영광을 얻기 위해 삼나무 숲 원정 계획을 세우고 숲을 지키는 훔바바를 죽이러 길을 떠난다. 엔릴의 명으로 삼나무 숲을 지키고 있던 훔바바는 길가메시와 엔키두를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닌순의 간구에 태양신 샤마쉬가 길가메시를 돕자 크게 당황하고 목숨이 위태로움을 느낀다. 이에 울면서 간절하게 길가메시에게 살려달라고 빌지만 엔키두는 차갑게 그를 죽이자고 말한다. 마음이 흔들리던 길가메시는 훔바바를 죽이라는 엔키두의 말을 듣고 검을 빼들어 훔바바를 죽인 뒤 우루크로 돌아온다.


한편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쉬타르는 훔바바를 쓰러뜨린 자신감까지 더해진 당당하고 멋진 길가메시의 모습에 반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며 그를 유혹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여러 이유를 대면서 이쉬타르를 조롱하고 면박을 주며 구애를 거절한다.

이에 분노한 이쉬타르는 천상으로 달려가 아버지 아누에게 부탁해 하늘 황소를 달라고 한다. 아누는 이쉬타르를 말렸지만 그녀는 분노해 말을 듣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하늘 황소를 그녀의 손에 쥐여준다.

이쉬타르는 하늘 황소를 이끌고 우루크에 나타났고, 하늘 황소가 나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고 우루크는 피해를 입었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도움으로 하늘 황소를 무찌르고 심장을 도려내 태양신 샤마쉬 앞에 바친다.

이 모습을 보며 비통해하는 이쉬타르에게 엔키두는 하늘 황소 어깨를 찢어 내던지며 그녀를 모욕한다.


엔키두는 꿈에서 아누, 엔릴, 에아, 샤마쉬 등 천상의 신들이 회합하여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하늘의 황소를 죽이고, 훔바바를 죽인 것에 대한 벌로 둘 중 한 명을 죽게 하자는 것을 듣는다. 엔릴은 길가메시가 아닌 엔키두가 죽게 하자고 이야기한다. 엔키두는 또다시 꿈을 꾸고 거기에서 저승으로 끌려가 저승 환상을 본 뒤 앓아누웠고 병세가 깊어져 신이 자신을 저버렸음을 한탄하며 죽는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죽음을 애도하고 장례를 성대하게 치른다. 그리고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다.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길가메시는 영생을 얻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데…….


길가메시는 무려 126년 동안 왕으로 있으면서 성벽을 건설하고 신전을 세우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길가메시는 위대한 왕이자 영웅이었고 영생을 바랐으나 결국 영생은 얻을 수 없었던 필멸의 존재였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영생을 얻지 못했지만 길가메시의 이름은 영원히 살아남아 그가 죽은 뒤에도 사람들은 길가메시를 잊지 않고 그의 일생을 신비로운 모험담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가 최초의 고대 서사시인 것처럼 주인공인 길가메시는 세계 최초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용기, 끈기, 도전, 고난에 굴욕하지 않는 정신, 고결함 등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이 지녀야 할 덕목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이야기에 나오는 영웅들의 시초와 본보기가 길가메시가 아니었을까.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나 헤라클레스, 아이네아스 등 많은 신화들의 영웅 이야기를 보면 『길가메시 서사시』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들은 길가메시에 대적할 엔키두를 창조하고는 야생에서 생활하게 한다. 아마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도 포악하며 제멋대로였던 길가메시를 보며 엔키두는 자연에서 무언가 배우기를 바라며 짐승들과 살게 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신들은 서로 협력하다가도 때로는 경쟁했고 사람들을 도와주다가도 재앙을 일으켰다. 신들은 길가메시를 돕기도 하지만 시련을 안겨주어 길가메시가 기쁨과 분노와 좌절이 엇갈리는 자신의 운명과 맞닥뜨리고 헤쳐나가게 한다.

길가메시는 결국에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지친 몸으로 우루크에 돌아오지만 결코 빈손으로 모험을 마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긴 모험을 통해 그 누구도 갖지 못한 용기와 지혜와 통찰력을 얻게 된다.

그의 탐험은 실패로 끝나지만 그것은 결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고대 원문을 복원하여 원문의 형식을 그대로 드러내 마치 점토판에 쓰인 이야기를 지금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점토판의 공백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들이 적혀 있어 읽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 그리고 시적인 요소를 강조해 옮김으로써 마치 노래를 읊조리듯 쉽고 자연스럽게 읽혀진다.


최근 개봉된 마블의 <이터널스> 영화에 나오는 길가메시를 우리나라 배우 마동석이 연기함으로써 영화나 길가메시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현대에 각색된 길가메시를 만나기 전에 본연의 길가메시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길가메시 이야기를 기록했을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정서와 느낌이 물씬 느껴지며 노래처럼 읽히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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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가 업무에서 자주 물어보는 101가지 컴퓨터 활용팁
반병현.이효석 지음 / 생능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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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활용 기술이 점점 떨어져서 기능좋은 컴퓨터가 다 소용이 없네요. 이 책을 따라하며 멋지게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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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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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전수 비단옷을 입은 남자가 바람처럼 빠른 흑마를 타고 있었다. 핏빛 석양이 남자의 이목구비에 짙은 윤곽을 드리웠다. 피를 뒤집어쓰고 붉은 석양에 잠긴 채,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서슬 퍼런 그 기세가 실로 압도적이었다.

p.81



간우 낭자의 도움으로 제전에 초청된 옥성반의 일원으로 거안국에 간 황재하와 주자진은 감옥에 갇혀있던 왕온을 발견하고 그를 빼내 거안국에서 도망쳐 나오는 모험을 단행한다. 하지만 민첩하고 용맹하며 말 타는 실력이 뛰어난 거안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뒤쫓아 왔고, 황재하와 주자진은 죽을힘을 다해 처절하게 도망쳤음에도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며 왕온뿐 아니라 그들의 목숨도 위협을 받는다.

바로 그때….

꺄아악~ 디엔샤~

~\(≧▽≦)/~

여기가 내가 누울 자리인가 보다.

(´▽`ʃƪ)

사랑하는 여인이 걱정이 되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온 데다가 이렇게 멋지게 등장하면 어쩌라고요.

디엔샤는 이미 내 마음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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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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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군중의 일반적 특성으로 심리학적으로 본 군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르 봉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군중이라는 말을 심리학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중이란 한 장소에 국적이나 직업, 성별과 상관없이 그리고 그들을 모이도록 한 계기와도 관계없이 개인들이 모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는 군중이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정 상황에서 형성되는 개인의 무리는 그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과 무척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의식의 개성은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통일되고 모두 일정한 방향을 향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집단정신이 형성되며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뚜렷한 특징을 갖게 된다. 이러한 개인들의 집단을 '조직된 군중' 혹은 '심리적 군중'이라 부른다.


르 봉에 의하면 심리적 군중의 일반적 특성 중 하나가 과도한 피암시성이며 모든 인간 무리에서 암시가 전염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감정과 생각이 통일되고 일정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이유이다.

심리적 군중은 쉽게 암시에 사로잡히는데 그 암시되는 사상은 어떤 것이든 절대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갖출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군중에게 호소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형태로 제시해야 된다. 군중은 이미지로만 생각할 수 있기에 이미지로만 감동을 받는다.

군중을 자극하는 것은 강렬하고 명확한 이미지 형태이다. 다시 말해 군중에게 노출되는 이미지는 간결하고 단순하고 강력하며 경이롭거나 신비한 이미지여야 한다.

군중은 깊이 생각하거나 이성적으로 추론할 능력이 없기에 비현실적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것이 군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문명이든 분석해 보면 경이로운 것과 전설적인 것이 그 문명의 진정한 기반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보다 중요했다.

정복자나 국가의 권력은 군중의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그들의 상상력을 이용하면 군중을 쉽게 이끌 수 있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기술을 아는 것이 바로 군중을 지배하는 방법이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을 여러 요인의 영향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질적 군중과 동질적 군중이다. 이질적 군중은 다시 익명 군중과 비익명 군중으로, 동질적 군중은 파벌, 폐쇄집단, 사회 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르 봉은 동질적 군중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이질적 군중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이질적 군중이란 평범한 개인들로 구성되며 그들의 직업이나 지능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예전 촛불 시위를 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이들은 이질적 군중이면서 익명 군중들이다. 반면 재판의 배심원단은 이질적 군중이면서 비익명 군중이다. 유권자 군중은 이질적 군중인 동시에 익명 군중이다. 의회 군중은 이질적 군중인 동시에 비익명 군중의 표본이다.



앞에서 군중은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감정과 기초 연상 작용으로 잘 암시된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이끌 수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전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만 판단하고 행동했다면 인류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문명의 길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적 충동에 해당하는 이 감정들은 지금까지 모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데 커다란 원동력이 되어왔다. 지금까지 모든 문명을 일으킨 명예, 희생정신, 신앙, 조국애 등은 이성에 반해 생겨난 것이다. 르 봉은 우리를 이끄는 무의식적 산물인 환상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결국 전통적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 오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군중을 파악하여 그들을 사회,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이끌어 사회에 올바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방법의 모색인 것 같다.

이성을 중시하는 지식인들은 비논리적인 군중심리를 비판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봤던 것처럼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군중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왔음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전문가들이나 정치 지도자들, 종교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공동체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회와 문화와 문명의 창조에 힘쓰기 위해 『군중심리』를 꼭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확연히 다양한 군중의 시대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여 군중들이 새로운 이상적 문명 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도록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도자가 대업을 이끄는 가장 필요하고 확실한 길을 보여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군중심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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