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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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군중의 일반적 특성으로 심리학적으로 본 군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르 봉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군중이라는 말을 심리학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중이란 한 장소에 국적이나 직업, 성별과 상관없이 그리고 그들을 모이도록 한 계기와도 관계없이 개인들이 모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는 군중이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정 상황에서 형성되는 개인의 무리는 그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과 무척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의식의 개성은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통일되고 모두 일정한 방향을 향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집단정신이 형성되며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뚜렷한 특징을 갖게 된다. 이러한 개인들의 집단을 '조직된 군중' 혹은 '심리적 군중'이라 부른다.


르 봉에 의하면 심리적 군중의 일반적 특성 중 하나가 과도한 피암시성이며 모든 인간 무리에서 암시가 전염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감정과 생각이 통일되고 일정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이유이다.

심리적 군중은 쉽게 암시에 사로잡히는데 그 암시되는 사상은 어떤 것이든 절대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갖출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군중에게 호소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형태로 제시해야 된다. 군중은 이미지로만 생각할 수 있기에 이미지로만 감동을 받는다.

군중을 자극하는 것은 강렬하고 명확한 이미지 형태이다. 다시 말해 군중에게 노출되는 이미지는 간결하고 단순하고 강력하며 경이롭거나 신비한 이미지여야 한다.

군중은 깊이 생각하거나 이성적으로 추론할 능력이 없기에 비현실적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것이 군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문명이든 분석해 보면 경이로운 것과 전설적인 것이 그 문명의 진정한 기반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보다 중요했다.

정복자나 국가의 권력은 군중의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어 그들의 상상력을 이용하면 군중을 쉽게 이끌 수 있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기술을 아는 것이 바로 군중을 지배하는 방법이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을 여러 요인의 영향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질적 군중과 동질적 군중이다. 이질적 군중은 다시 익명 군중과 비익명 군중으로, 동질적 군중은 파벌, 폐쇄집단, 사회 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르 봉은 동질적 군중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이질적 군중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이질적 군중이란 평범한 개인들로 구성되며 그들의 직업이나 지능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예전 촛불 시위를 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이들은 이질적 군중이면서 익명 군중들이다. 반면 재판의 배심원단은 이질적 군중이면서 비익명 군중이다. 유권자 군중은 이질적 군중인 동시에 익명 군중이다. 의회 군중은 이질적 군중인 동시에 비익명 군중의 표본이다.



앞에서 군중은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감정과 기초 연상 작용으로 잘 암시된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이끌 수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전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만 판단하고 행동했다면 인류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문명의 길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적 충동에 해당하는 이 감정들은 지금까지 모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데 커다란 원동력이 되어왔다. 지금까지 모든 문명을 일으킨 명예, 희생정신, 신앙, 조국애 등은 이성에 반해 생겨난 것이다. 르 봉은 우리를 이끄는 무의식적 산물인 환상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결국 전통적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 오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군중을 파악하여 그들을 사회,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이끌어 사회에 올바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방법의 모색인 것 같다.

이성을 중시하는 지식인들은 비논리적인 군중심리를 비판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봤던 것처럼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군중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왔음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전문가들이나 정치 지도자들, 종교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공동체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회와 문화와 문명의 창조에 힘쓰기 위해 『군중심리』를 꼭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확연히 다양한 군중의 시대이다. 이 사실을 명심하여 군중들이 새로운 이상적 문명 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도록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도자가 대업을 이끄는 가장 필요하고 확실한 길을 보여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군중심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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