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 Escape Room
크리스토퍼 엣지 지음, 최지원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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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인공 에이미를 위해 에이미의 아빠는 방 탈출의 끝판왕 이스케이프(ESCAPE)의 이용권을 선물해 주셨고, 에이미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게임을 하러 왔다. 입구를 겨우 찾아 들어간 이스케이프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안내 데스크 위의 이름표만이 에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게임을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아쥬아라는 여자아이가 나타났고, 차례로 오스카, 이브라힘이 회전문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네 명이 팀을 이룬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민이 나타나 다섯 명이 한 팀임을 이야기하는 것과 동시에 게임은 시작된다.

팀 이름은 파이브 마인드(Five Mind).


이스케이프의 호스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로비 내부 벽 화면에 얼굴만 비췄다. 그는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다섯 아이들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반드시 해결책을 찾으라는 호스트의 말과 동시에 화면에는 '해결책을 찾으라. 세상을 구하라'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렸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문 너머로 들어갔다.


첫 번째 방은 다락방 같은 곳으로 오래된 컴퓨터 본체와 키보드, 모니터, 하드 드라이브 등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검은 쓰레기 봉지에 전선, CD, DVD가 넘쳐났고 여기저기 온갖 전자기기가 가득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탈출구는 없었고 방 안의 유일한 문은 바닥 한가운데 나 있는 것이었다. 그 문은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았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자던 아이들은 벌써부터 방 탈출 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말다툼을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에이미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방을 둘러보던 중 방 저쪽 끝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앞에는 게임 준비를 마친 체스판이 놓여 있었다. 민의 말에 의하면 그는 250여 년 전에 체스를 위해 발명된 로봇과 비슷한 오토마톤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느닷없이 체스를 두기 시작했고, 체스 챔피언인 에이미는 그와 체스 시합을 하게 된다.

체스 시합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전개되다가 마지막 한 수에 에이미가 "체크메이트"를 외치며 이긴다. 드디어 방을 탈출할 수 있게 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남자는 분노에 떨며 체스판을 뒤엎어 버렸다. 그것과 동시에 빨간 조명등과 사이렌이 울리며 다락방 가득 있던 모니터에는 자폭 시퀀스 가동이라는 글자가 반복해 나오며 숫자가 카운트되기 시작하는데…….



정말 단순한 방 탈출 게임에 관한 오락 소설로 생각하고 읽었다. 그런데 웬걸?

소설은 게임이라는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서 인류가 직면한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말하고 있다.

'세상을 구하라.'

소설이 전개될수록 게임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생각이 더해지며 대체 어디까지 상상력을 발휘해야 되는지 갈피를 못 잡게 했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책에는 인류의 과거 마야의 신전부터 미래의 화성 식민지 개척까지 상상력의 나래가 무한히 펼쳐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식스센스급으로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결코 예단하지 말고 예측하지 말라.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아이들이어서 그렇지 내용상으로 보면 영어덜트나 어른용 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하고 준비해야 될 지구의 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어 가슴에 와닿았다.

인류의 더 나은 미래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되는 것일까?

책을 덮었지만 이야기의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에이미와 아이들은 탈출구를 찾아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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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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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회사의 기사였던 스물여덟의 가와이 조지는 모범적인 샐러리맨으로 검소하고 성실하고 재미없을 정도로 평범하며, 아무 불평, 불만도 없는 소위 '군자'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직장인치고 높은 급여를 받으며 도쿄에서 혼자 생활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촌사람이기는 했지만 체격도 좋고, 품행도 방정하고, 그럭저럭 남자답고 회사에서 평판도 좋았기 때문에 그가 결혼하고 싶어 했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중매를 서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결혼 풍습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중매'라는 것이 싫었다.


그는 어린 소녀를 집에 들여 천천히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마음에 들면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그 소녀를 친구로 삼아 매일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밝고 명랑하게 놀이 기분으로 한집에 사는 것이 정식으로 가정을 꾸리는 것과는 다른 각별한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카페의 병아리 호스티스 나오미를 점찍고 그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는 틈만 나면 그 카페에 들러 나오미와 친해질 기회를 만든다. 나오미는 열다섯에 이름이 서양인처럼 세련된 느낌인데다가 생김새도 어딘지 서양인 같고 무척 영리해 보였기에 카페의 여급으로 두기에는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카페에 손님이 없어 한가한 어느 날, 조지는 나오미를 테이블에 불러 앉히고는 그녀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공부도 시켜주고 돌봐주며 훌륭한 여자로 키워주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나오미는 아무런 주저 없이 승낙한다.


그 후 오모리에 집을 빌려 같이 살기 시작한 두 사람의 생활은 조지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리고 나오미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두 사람 사이에 무언의 '이해'가 생겨 둘은 육체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양쪽 부모의 허락하에 법률상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일반적인 부부가 아닌 친구처럼 살자고 약속한다.


조지는 점점 더 나오미의 비위를 맞추며 그녀에게 빠져드는 한편 나오미는 점점 더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난폭하고 학문적으로 아둔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리하지 못한 나오미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조지는 일부러 나오미의 허세에 놀란 척을 해주고 게임에도 져주는 등 그녀를 기쁘게 해 줬지만, 나오미는 점점 더 건방진 자신감이 가득해지고 득의양양해졌다. 조지는 나오미를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점점 더 질질 끌려다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오미가 열여덟이 되던 해의 가을, 여느 때보다 회사일이 빨리 끝나 일찍 집에 돌아오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 소년이 나오미와 정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조지를 보자 얼굴을 감추듯이 모자챙을 누르고 가버렸고 나오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소년은 자신의 친구 하마다 씨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성악 교실에서 만난 친구로 사교댄스 클럽을 만드니까 가입하라는 말을 전하러 왔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오미가 강하게 주장하여 조지는 그녀와 함께 댄스 클럽에 함께 가입해서 배우러 가게 된다. 그런데 나오미는 같이 간 교습장에서 마주친 구마가이라는 학생이나 그곳 점원들과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스스럼없이 인사를 주고받는데…….



이야기는 조지의 서술로 전개되고 있다. 8년 전 아내인 나오미를 만나는 무렵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지는 처음부터 그들 부부관계가 남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조지는 나오미를 몹시 아름다운 부인으로 만들어 데리고 다니며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오미의 실체를 아는 회사 사람들에 의해 문란한 여자를 데리고 다닌다는 조롱만 당한다.

결국 조지와 나오미의 관계는 조지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어린 나오미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휘둘리게 된다. 부부임에도 조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보다도 못하게 무시당하고 돈은 돈대로 가져다 바친다. 그리고 나오미는 그런 조지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사치와 성적 문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지는 왜 그런 그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영혼까지 바치는 비굴함으로 모든 것을 갖다 바친 것일까? 과연 그것이 사랑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괜히 읽었다는 찜찜함만 남았다. 전혀 유쾌하지도 아름답지도 슬프지도 애잔하지도 않은 소설이다. 지울 수 있다면 이 소설 내용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오미는 범죄자 수준의 악녀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즘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남편을 가스라이팅 해서 죽인 '계곡 살인 사건' 이야기가 자꾸 겹쳐져서 떠올랐다.

만약 조지에게서 더 이상 돈이 나오지 않았다면 분명 나오미는 조지를 버렸을 것이고, 아마 지금처럼 보험금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처럼 자신의 내연남들이랑 공모해 충분히 조지를 죽이고도 남았을 인간인 것 같다.

과연 조지가 나오미 곁에 남아 있는 것이 행복일까? 그것이 또 다른 부부관계의 한 형태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글쎄, 내가 보기에는 조지는 나오미 곁에서 분리시킨 후 정신과 상담이 시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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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 나의 첫 다문화 수업 4
김하늘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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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운 호주는 백호주의를 시행했던 나라로 법률적으로는 백호주의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로 배웠었다. 아마 학교 시험 문제에서도 호주의 정책이 무엇이냐는 식으로 출제가 되곤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대학교 다닐 무렵에는 해외 유학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고 호주와 워킹 홀리데이 협정이 체결되면서 영어권 어학연수를 알아보던 대학생들이 용돈을 벌면서 여행도 하고 영어를 배우는 시스템이라며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리에게 한층 친숙한 나라로 다가왔다.


나는 대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호주로 한 달 정도 휴가를 떠난 적이 있었다. 비록 시대가 바뀌었지만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종차별은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호주는 내가 교과서로 배웠던 인종차별이 심하거나 치안이 불안한 곳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배려를 잘 해주어 역시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길을 잘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는데 그 사람이 유독 친절한 사람이었는지 15분 정도를 같이 걸어 그 장소까지 직접 데려다주는가 하면, 눈이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치안 관련 문제도 여행 중 점심 즈음에 시드니 시내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경찰과 경찰차, 기마경찰들이 나타나 도로 두세 블록 정도를 통제하기에 무슨 큰일이 났는 줄 알았는데, 앞쪽 카페에서 개인끼리 시비가 붙어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통행을 통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한국으로 치면 멱살 드잡이 정도인데 타인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과할 정도로 대응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어느 나라든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니 그것은 논외로 하겠다.


어쨌든 호주는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라이고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나라였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들려와서 '다시는 호주에 못 가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지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첫 직장까지 호주에서 경험한 작가님이 쓴 『있는 그대로 오스트레일리아』를 보고 지금의 호주를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어서 책을 들게 되었다.



나는 호주라고 부르는 것이 편하지만 공식적인 명칭이 오스트레일리아이므로 지금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부르겠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기후, 지형, 언어, 지리 이야기부터 교육제도와 식문화, 대표적 관광지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1768년 8월, 영국의 제임스 쿡은 금성 관측 임무와 타히티 섬에서의 식물 채집의 임무로 인데버호를 타고 타히티 섬으로 향했다. 금성 관측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임무가 끝나자 제임스 쿡은 자신에게 내려진 비밀 지령인 미지의 남방 대륙을 찾아 출항해 1770년 4월 뉴질랜드를 발견한다. 그로부터 8일 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동해안에 배를 정박시키고 그곳을 탐방했다. 쿡은 그 미지의 땅에 '뉴사우스웨일즈'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영국 영토로 선언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여섯 개의 주와 세 개의 준주로 되어 있다. 그중 오스트레일리아 준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캔버라를 중심으로 한 준주이고 뉴사우스웨일즈주에 둘러싸인 오스트레일리아 유일의 내륙주이다.

캔버라는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된 계획도시이다.


〈오스트레일리아식 영어 배워보기〉라는 부분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쓰는 줄임말과 은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 생활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게 교육제도와 학교생활, 여가 활동, 정치 체제, 스포츠를 중시하는 문화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명소들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면 누구나 바로 떠올릴 오페라하우스부터 그 유명한 블루마운틴 공립 공원, 골드코스트,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카두 국립 공원, 울루루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나와 있다.


이 외에도 자국민에게도 생소한 특별 영토 지역, 그들의 다양한 언어, 그들의 국가 가치관이 담긴 공휴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부터 위험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생물들까지 이 책 한 권에 오스트레일리아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관한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참고하여 저술되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며, 다 읽은 후에는 마치 내가 그들 문화 속에서 잠시 살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19로 여행 가는데 아직 자유롭지 않은 지금, 이 책 한 권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 전반을 알 수 있으니 너무나 좋았다.

흥미를 끄는 다양한 사진 자료와 알기 쉬운 간략한 설명으로 눈을 떼지 못한 시간이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고 세상에 대한 좀 더 다양하고 넓은 시각을 키웠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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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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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은 너무나 상식이 되어버린 일들이 상식이 아니었던 시대, 뻔히 눈에 보이는 의사들의 비위생적인 행동 하나로 환자들이 수없이 죽어나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해 환자들은 분명한 인재人災임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결코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손 씻기'가 있다.

출산열이라고도 불리는 산욕열은 고대부터 모든 어머니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나마 부와 권력을 누리던 계층은 집이나 별장에서 아이를 낳음으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하찮은 부르주아나 하층민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산욕열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산욕열은 보통 출산 후 첫 24시간 안에 시작되는데, 산모는 몸에 열이 오르고 복통을 호소했고 산모의 배를 만져보면 복부의 벽이 딱딱해져 있었다. 당시의 의사들은 산욕열의 원인도 알지 못했고 그것을 통제하지도 못했을뿐더러 그에 대한 의학계의 설명 또한 신통치 않은 추측들뿐이었다.


1847년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라는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손에 죽어가는 산욕열 환자들을 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골몰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는 산욕열 환자의 수가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좌절감으로 잠시 일을 쉬기로 했다. 그러나 3주의 휴가 후에 돌아온 병원에서는 자신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였던 의사 야코프 콜레치카가 부검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멜바이스의 휴가 기간 동안 한 학생이 실수로 콜레치카의 검지를 베었고, 그로 인해 염증이 온몸에 퍼져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슬픔을 억누르고 그를 해부해 복막염, 가슴막염, 심장막염의 증상을 발견했고 그것이 산욕열로 사망한 여자들의 증상과 똑같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으로 제멜바이스는 부검실에서 곧장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 부검했던 손으로 막 출산한 산모들의 복부를 검진했던 의사들의 손이 문제의 죽음의 손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하여 제멜바이스는 병적으로 손 씻기를 강조했고, 손 씻기 만으로 사망률이 완전히 줄지 않자 염화석회 용액에 손을 담그는 급진적인 방법까지 시행해 산욕열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제로로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환자의 목숨을 살려낸 손 씻기는 의사나 간호사, 의대생들에게는 고문이었다. 그들의 손은 항상 벌겋게 달아오르고 쓰리고 가려운 증세를 보였다. 시간이 흘러 손 씻기 위생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후에는 더욱 심해졌는데, 1889년 당시에는 제멜바이스가 보기에도 손 씻기 규정이 다소 과격했다.

의료진은 우선 비누로 손을 씻은 후 과망가니즈산칼륨 용액에 다시 손을 세척한 다음 뜨거운 옥살산에 손을 담근 후, 독성 염화수은 용액에 또다시 세척을 해야 했다.

당시 존스 홉킨스 병원의 외과 수석 간호사였던 캐럴라인 햄프턴은 이런 손 씻기 과정 때문에 손 피부가 피부암에 걸린 것처럼 붉게 변했고 껍질이 벗겨지는 심각한 피부 트러블을 겪으며 외과 간호사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했다. 이에 수석 외과 의사이자 그녀를 연모하고 있던 윌리엄 스튜어드 할스테드가 그녀를 걱정해 그녀의 손과 팔뚝 모형을 본떠 뉴욕의 굿이어 고무 회사로 보내 돈이 얼마가 들건 그녀의 손에 맞는 얇고 정교한 수술 장갑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했다.

이 획기적 수술용 고무장갑의 발명은 외과 수술 환자들의 감염률을 확연하게 낮춰줬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손을 독한 화학약품들로부터 보호하는 획기적인 일이 되었다.


이 밖에도 외과 수술의 고통과 공포에서 환자들을 구원해 준 마취제 에테르를 발명한 윌리엄 모턴, 이후 에테르 마취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것을 대체할 마취약으로 클로로폼을 발견해 임상실험을 통해 마취 효과를 발견한 제임스 영 심슨, 지그문트 프로이트로부터 소량의 코카인을 건네받으며 들은 약의 효과 중 혀를 마비시킨다는 효과에 집중해 국소마취제로서의 코카인의 기능을 발견한 카를 콜러 등의 이야기가 일반인들이 읽어도 아주 쉽게 이해가 잘 가도록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잘 이어지며 재미있는 소설처럼 펼쳐진다.


또한 제멜바이스의 논문을 통해 청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전염병과 감염으로부터 크림전쟁의 부상자들을 지켜낸 '등불을 든 여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솔페리노 전쟁을 겪은 지역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끔찍한 전쟁의 피해에 대한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저술한 후 그러한 전쟁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조 기구인 적십자사를 설립한 앙리 뒤낭의 이야기 등 무려 23가지에 달하는 세상을 구한 의학 이야기가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른이 아닌 청소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에 소개된 의학의 획기적 발명이나 발견을 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획기적 치료제의 개발로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낸 이야기도 책에 쓰여질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한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손 씻기 등의 기본적 공중보건에 더욱 신경 쓰며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학의 역사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는 분명 이 상황들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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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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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로 남자는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남자는 여자의 우월감을 쉽게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재앙은 거기서 비롯됩니다.

p.101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가와이의 호적에 올라가 정식으로 부부가 된 나오미와 조지는 서로의 동의하에 친구처럼 살게 된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해서 조지의 마음에 들겠다고 했던 나오미는 시간이 갈수록 영리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조지를 실망시켰지만, 한편으로 조지는 그녀의 육체에 매혹당하고 만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아둔한 나오미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조지는 일부러 나오미의 허세에 놀란 척을 해주고 게임에도 져주는 등 그녀를 기쁘게 해 줬지만, 점점 더 나오미는 건방진 자신감이 가득해지고 득의양양해졌다.

혹 게임에서 조지가 이길 기미가 보이면 어렸을 때 집에서 언니가 어떤 남자에게 부렸던 육체적 교태를 부려 조지를 농락하며 자신이 꼭 승리하고 마는데….


읽을수록 같은 여자지만 나오미가 몸서리치게 싫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를 이렇게나 농락할 수가 있는가 싶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교활할 수가 없다. 역시 가정환경이 중요한가.

조지는 사랑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가 보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빨리 정리를 해야지. 정말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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