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밖으로만 떠돌며 사고 치고 딸을 로또 취급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생계를 위해 평생 과일 가게에서 일하며 고생하는 엄마를 둔 단역 아역배우 민아는 항상 밝은 태도로 매사에 노력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출연료가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힘든 촬영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한 태도로 열심히 했고, 공부도 학원 수업이나 과외 없이 스스로 독하게 해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민아였지만 혈액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민아와 엄마는 무너져 내렸었다.

하지만 민아는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의연하게 병을 마주했다. 1차 항암을 굳건히 버텨냈고 이제 2차 항암을 앞두고 있었다.


명문대를 나온 엄마의 완벽주의 때문에 항상 일상이 숨 막히면서도 지루했던 혜주는 엄마로부터의 도피처로 병원을 선택했다. 혜주는 아픈 곳이 없음에도 무조건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등의 꾀병을 부려 상습적으로 병원에 입원해서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병원을 쏘다니며 의료진들을 난감하게 하는 아이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민아는 겉으로 아주 멀쩡해 보이는 혜주가 소아청소년 병동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혜주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건다.


동수는 병원에 오기 전에는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재미있고 유쾌한 성격이었기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었다. 그러나 방과 후 태권도 학원에서 여느 때처럼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중 정도 없이 장난을 거는 친구들에 의해 동수의 몸은 우두둑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렸고, 평생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병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수는 발가락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사력을 다해 노력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만난 민아, 혜주, 동수 세 사람은 동수가 발견한 병원 신관의 끝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수는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와는 다른 번호판과 두 개의 비상버튼, 사다리 보관함의 이상한 글씨체를 지적했고, 신중한 민아와는 달리 삶이 지루했던 혜주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상한 비상버튼과 사다리 보관함의 이상한 글씨를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멜로디가 나오더니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옆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아이들을 가까운 미래에 해당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인 샤이어로 데리고 가는데….



사람들은 사랑이든 건강이든 자유든, 잃기 전에는 그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생각지도 않고 그것이 당연히 자신에게 부여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다가 그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잃고 고통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각자가 꿈꾸는 현실이 실현 가능한 신세계로 가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현실 도피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현실에 오롯이 맞서 이겨냄으로써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잘못도 아닌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누구보다 억울하고 화가 나고 슬플 텐데, 엄마가 마음 아프지 않도록 억지로라도 겉으로는 밝게 지내며 속으로 슬픔과 좌절을 삼키는 동수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누구보다 착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가혹한 병을 얻은 민아의 상황이 가슴 아팠다.

그랬기에 샤이어라는 세계도 갔다 오는 SF 소설인 만큼 현실에서의 꿈같은 기적을 바라면서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민아, 동수와는 달리 혜주 같은 경우는 아무리 그 입장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기적인 중2병에 걸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혜주는 자식과 학생으로서의 본인의 의무와 도리는 하지 않고 권리와 요구만 내세우며 지나치게 반항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도 무언가 대단한 결론을 내린 것처럼 엄마에게 부모 말 듣기 싫고 공부도 안 할 테니 그 모습 보기 싫으면 자신이 유학 가거나 기숙학교 가겠다는 말을 한다. 비싼 유학을 보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는 아닌데 할 도리는 안 하고 요구만 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전에 공부도 안 할 거라면서 무슨 유학? 노력과 구체적인 계획 없이 돈을 많이 모을 거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끝까지 해대는 철없는 모습에 헛웃음만 나왔다.

혜주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여러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불완전한 미래로 희망의 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슴 찡한 감동과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과 위로를 읽어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독일의 갑작스러운 소련 침공이 있었지만 세라피마가 사는 주민 수가 마흔에 불과한 작은 농촌 마을 이바노프스카야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고, 1942년 가을이 되면 세라피마는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 패주하다 길을 잘못 들어 마을로 들어온 독일군 소대에 의해 세라피마의 엄마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무참히 학살당했고, 세라피마 역시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 마을을 찾은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구조된다.


하지만 붉은 군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성 병사는 공황에 빠진 세라피마를 위로하기는커녕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엄마의 시신을 걷어차고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다. 처음엔 겁에 질려 정신이 없던 세라피마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만행에 분노하며 엄마를 죽인 독일군을 죽인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여성 병사도 죽여버리겠다고 악을 썼다.

그 대답을 들은 여성 병사는 초토작전을 지시하여 마을 사람들의 시신과 마을 전체를 불태웠고, 유일한 생존자인 세라피마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그렇게 세라피마가 간 곳은 '중앙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였고, 세라피마를 데려간 여성 병사는 저격병 훈련학교의 교관장으로, 당시 러시안인들의 영웅인 여성 저격병 류드밀라의 파트너 저격병으로 싸웠던 이리나였다.

그곳에서 세라피마는 각기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똑같이 독일군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소녀들을 만나 함께 피를 토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끝까지 버텨낸 끝에 여성 저격병으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세라피마와 소녀들은 첫 임무로 전쟁을 좌우할 요지 탈환을 위해 스탈린그라드로 투입되는데….



이 소설은 일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전쟁이었던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잔혹한 전쟁의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부터 정말 읽고 싶었던 소설 중 하나였기에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판이 출간되어 정말 반가웠다.


소설은 단순히 전쟁의 잔혹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터지면 누구보다 피해가 큰 여성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여성들은 피해자로 남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하여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남을 보호하고 자유를 위하는 등 각자의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세라피마 역시 나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들을 죽이는 것을 넘어 궁극에는 적군과 아군에 상관없이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러한 세라피마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한 행동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겹치며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향을 잃고 가족도 잃고 같이 싸우던 전우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인간성까지 잃어버리는 참혹한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목숨을 걸고 싸워봤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얻을 수 없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욱 큰 것이 전쟁인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여성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남을 죽이는 행위, 즉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다가오며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훗날 사람들로부터 '직업 혁명가'라고 불릴지언정 지금은 초푸라(곰보), 게자(절름발이), 인간 백정이라 불리며 살인마 또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사내는, 1907년, 러시아 제국 변방에 있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은행에서 거액을 탈취한 뒤 거리낌 없이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로부터 6년 후 러시아에서도 가장 혹한의 땅인 시베리아 투루한스크로 유형을 가게 된 사내는 으레 그랬듯 유형을 떠나기 전날 밤에 어머니 집을 찾았다. 사내로부터 유형지 이름을 들은 늙은 어머니는 끊어낼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느끼며 투루한스크에 얽힌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1835년 몰락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리센코는 뛰어난 천재성으로 일곱 살의 나이에 당시 차르인 니콜라이 황제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서유럽에서 최신 학문, 특히 박물학을 공부한 뒤 스물두 살의 나이에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온다.

그는 새로 황제가 된 알렉산드르 2세에게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의 유전'에 입각해 추위를 잘 견디는 형질인 '한랭 내성' 형질의 획득과 유전을 실험하여 황제에게 추위를 타지 않는 러시아 백성을 만들어 바치겠다고 약속하며 지원을 요청한다. 이에 황제는 20년의 기한을 설정하며 리센코에게 후작 작위와 아낌없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한다.


리센코 후작은 제국에서 가장 추운 투루한스크를 자신의 실험지로 정했고, 그곳에 있는 유쥐나야라는 마을 인근에 자신의 유전학, 우생학을 실험하기 위한 두 개의 쌍둥이 마을 '동서 홀로드나야'를 건설한다. 그것은 리센코 후작이 거주하게 될 수도원 아래를 흐르는 큰 개울을 기점으로 쌍둥이가 마주 본 것처럼 똑같았다. 또한 산속 마을과는 별개로 유쥐나야 안에 500명의 아이를 수용할 기숙 학교도 지었다.



후작은 홀로드나야 완공 후 동서 홀로드나야에 각각 250명의 신생아부터 아홉 살까지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분리하여 수용했고, 마을 내 기숙학교에는 500명의 아이를 입소시켰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후작의 지휘 아래 군인과 하녀, 연구원들의 감시와 보살핌을 받으며 영하 50도의 날씨임에도 얇은 속옷 차림으로 생활하며 매일 두 차례 저수지에서 '입수 기도'라는 의식을 통해 한랭 내성을 키우는 삶을 살아간다.


사내의 어머니 케케 또한 홀로드나야 출신이었고, 그녀는 한 살 갓난아기 때부터 구멍 바구니에 들어가 저수지에 입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케가 들어간 바구니를 들고 입수했던 소녀가 얼어 죽으면서 바구니를 놓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구니는 꽤 오랜 시간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지만 바구니 속 케케는 죽지 않고 살아나 그때부터 그녀는 홀로드나야에서 '기적의 케케'로 통했다.


홀로드나야가 생긴 지 9년째 되던 해 첫 결혼식이 열렸는데, 주인공은 예전에 케케를 저수지 바닥에서 건져냈던 언니이자 엄마 같은 존재인 열일곱의 나타샤와 동홀로드나야의 동갑내기 청년이었다. 케케는 행복한 신부 나타샤를 위해 화관을 만들기로 했지만 꽃을 얻기 위해선 규율을 어기고 홀로드나야의 경계를 벗어나야만 했다. 결국 케케는 금기를 깨고 홀로드나야 바깥 숲속으로 가 아름다운 꽃을 꺾었다. 하지만 홀로드나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던 케케에게 반팔 반바지 내의 차림의 남자 어른이자 훗날 케케의 남편이 될 베소가 다가와 도움을 준다. 그때 케케는 베소에게서 진한 짐승의 냄새를 맡고는 아랫배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데….



이 소설은 한국 작가가 쓴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 인이 등장하는 한국 소설이다. 그래서 러시아 소설보다 확실히 스토리나 흐름,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이 간단 명료하여 읽기 편하고 가독성이 뛰어났다.(러시아 소설에서는 한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이 많아 개인적으로 너무 난해하고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 소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칫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소설은 처음엔 무심한 상황 서술로만 되어 있어 조금 지루한 듯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점점 이야기 속 홀로드나야 시절 케케에 몰입되어 같이 마음 졸이고 가슴 아프고 분노하게 했다.


독재자 스탈린을 등에 업고 자신에 반하는 바빌로프를 포함한 과학자들을 가차 없이 숙청했던 20세기 가장 악명 높은 과학자 중 한 명인 리센코와 달리, 소설 속 리센코 후작은 훨씬 이른 시기에 태어나 황제를 등에 업고 나치 수용소 같은 마을에 아이들을 수용해 잔학한 인체 실험을 벌이면서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서히 후천적으로 악이라는 형질을 획득하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윤리는 저버리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통계 숫자 조작을 위한 열성 개체 제거에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점점 아이들을 인간이 아닌 실험실 실험쥐로 대하는 경악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소설은 그 '악'이란 획득 형질이 유전되는가 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소설의 전개 부분에선 책장이 미친 듯이 술술 넘어가며 몰입되다가 끝부분에 이르러 사내의 출생의 비밀을 언급하듯 사내의 발가락을 묘사하는 부분에 이르러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어?'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무런 DNA 구조 조작 없이 사고로 얻은 외형이 다음 대에 유전이 된다고?

양쪽 귓불 없이 태어난 아이들 묘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어서 현재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 친구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내가 아는 한 불가함. ㅋㅋ"

결국엔 '작가님이 그냥 소설은 소설로 봐달라는 의미에서 무리한 설정을 넣으셨구나'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내의 정체.


소설은 시중에 떠도는 사내의 유배지 사생아 썰과 친부가 따로 있다는 썰도 풀어내고 있다. 실제로 사내가 유배지에서 사생아를 여럿 두었다는 썰은 많지만 어디까지 한쪽의 입에서 일방적으로 나온 말들이니 걸러서 잘 들어야 되고, 또한 베소와 사내는 실제 완전 닮은 외형을 가졌다고 하니 친부 썰도 어디까지나 가십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아무튼 후천적으로 획득한 악이 유전되는가?

나의 대답은 '아니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논쟁 중 하나로, 단연코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간의 인식 사이의 경계와 구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소피스트들부터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 독일의 철학자 칸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주장을 펼쳐 왔다.


몇몇을 예로 들자면, 가장 오래전 고대 그리스에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의 지각의 중요성을 그 무엇보다도 크게 보았던 프로타고라스가 있다.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인간들이 지각하는 한에서는 동물들의 지각과 인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그 무엇도 인지 능력을 지니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관점으로는 데카르트가 주장한 심신이원론 사상을 떠올릴 수 있는데, 영혼이 있는 존재만이 정신을 가지고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는 등의 지각적 능력을 구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의 입장 또한 여럿 존재하는데, 프린스턴대 교수인 피터 싱어의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톰 레건과 함께 대표적인 동물권 보호 사상가로 우리나라 중등 교육과정에서도 자주 언급되는데, 이들의 주장은 동물들 또한 고통을 느끼고, 기쁨 또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고통을 인간의 것과 다르게 다루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 속에는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이 지닌 지각 능력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지각 능력을 지녔다면, 이들 또한 인간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인간과 어느 정도는 유사한 감정과 사고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 또한 인식과 지각에 대한 큰 의문의 흐름에 녹여내어 해답을 모색해 나가고,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토대로 동물과 인간의 인식 차이, 그리고 현상적 자아가 동물에게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인간의 자아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찾아나가는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그 흐름의 중심이 되는 것이 저자의 반려견 버니로, 저자는 한 앵무새가 여행이 끝난 후 여행 중 있었던 일에 대해 나름의 수다를 떠는 것과 비교해 버니가 산책 전 밥을 다 먹고 갔는지를 상당히 명확히 기억한다는 점을 들어 동물들에게 각각 차이는 존재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최소한 그것과 관련된 인식이 있다는 추론을 하였다.

또한 저자가 힘들어할 때 버니가 와 위로를 하는 것만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점을 떠올리며 다른 여러 사례들과 연결 지어 동물들이 가질지 모르는 연민과 관련된 인식의 존재를 고민하면서도, 버니가 울부짖는 사슴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던 것을 비롯해 다른 동물들 또한 심할 경우 자신의 집단 내의 개체들에게도 잔혹하다 할 수 있는 대우를 하는 점을 비추어 보아 그 연민과도 같은 인식의 확장 범위를 재고해 보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저자는 조금 열린 결말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저자가 보조를 해 주는, 일종의 배려와 같다고도 생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니컬러스 험프리는 이 책에서 과학과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물들의 지각에 대한 연구를 고찰하여 의식과 지각을 분석하고 정의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어떠한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독자들 스스로가 저자가 질서정연하게 제시한 사례들이며 여러 요소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지각과 의식에 대해 이해하고, 아직도 많은 동물학자와 인류학자, 철학자, 생명과학자 등의 논쟁거리로 존재하는 의식의 본질과 동물에서의 존재 여부와 같은 논점들에 슬그머니 한 발을 직접 올려보게 하고 있다.


그가 말한 현상적 자아와 지각에 대한 논의 과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보는 새로운 개념과 진화적 가치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이 인식과 지각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자신의 자아의 근원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몇 가지의 가능성과 해답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환상의 손 그리는 법 - 한눈에 압도하는 독보적 작화법 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손 그리는 법
가가미 다카히로 지음, 김종완 옮김 / 이아소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들 취미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전 코로나19 사태 때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요.

따로 배우지 않아 기본기는 없고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인데요, 인체는 흉내 내어 스케치를 하는 것조차 정~말 어렵더라구요. 가끔 인체 중 제 손을 보고 그리기도 했는데 결과물은 거의 항상 목각 피노키오의 손 같아서 결국엔 손을 포함한 인체 그리기는 포기한 상태였어요. 강습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었죠. 😥


그런데 정말 대박 아이템(?)을 만났습니다.

바로 『가가미 다카히로가 알려주는 환상의 손 그리는 법』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유명 애니메이션 《유희왕》, 《데스노트》 등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총작화감독을 맡은 가가미 다카히로가 '손 그리기'를 주제로 저술한 책인데요, 1편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나온 2편이랍니다.


1편이 손 그리기 기본에 관한 책이었다면, 2편은 다양한 상황에 맞는 감정이 담긴 손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거기다가 손만이 아닌 손과 연결된 '팔' 그리는 법과 입체감을 주는 '그림자' 그리는 법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 정말 유용해요.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1장에서는 손과 팔의 작화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손과 팔의 기본부터 남녀·연령·체격별 구분에 따른 손과 팔 작화법, 그림체별 구분에 따른 차이에 이르기까지 정말 자세하고도 쉽게 손과 팔을 그리는 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저도 책을 보면서 여기에 나온 설명에 따라 그려봤는데 완전 대박 생동감 있는 인간의 손이 완성되었답니다.



2장에서는 정성껏 그린 손이나 팔에 생생한 입체감을 주기 위한 비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바로 그림자 그리는 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광원을 의식한 그림자의 기본부터 다양한 광원에 대한 설명, 사진에서처럼 그림자를 간략화하여 실전 그림자를 그리는 방법, 다양한 손 포즈에 따른 그림자 연출 등 손이 비로소 실제와 같아 보이게 되는 단계랍니다.



마지막 3장에 이르러서는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환상의 손 그리기가 나옵니다.

작가는 환상의 손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손, 연출한 손, 박력 있는 손, 구도로 강조한 손' 이렇게 4가지 표현법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 하나의 동작을 나타내는 손 모양에 셀 수 없이 다양한 감정을 넣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멋진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책에 나온 손들을 따라 그려 보았답니다.

제 실력을 알기에 은근 겁을 먹었는데 그리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어? 진짜 손처럼 그려지는데? 대~박! 이게 되는 거였어?'하구요. 😆


물론 그림 배우신 분들이 보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겠지만 초보자인 저에게는 완전 신세계를 경험한 수준이랍니다.

또한 손그림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가 그린 손은 이제 더 이상 목각인형의 손이 아니에요~. 😉



책의 마지막에는 114점에 이르는 '손 포즈 사진 자료'가 나와 있어 다양한 손 그리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QR코드가 있어 '도구 소개와 선화 과정', '그림자 그리기 과정', '애니메이션 작화 연출' 등의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해 생생한 그리기 과정과 해설을 볼 수 있어요.

이 책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하면 앞으로 더욱더 멋진 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그런데 독자는 행복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비법을 전부 공개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


인체, 특히 손과 팔 그리기에 자신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초보자, 아니 생초보자들에게조차 확실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확언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가가미 다카히로 같은 멋진 애니메이터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나올지도….

우리 이 책으로 손과 팔 그리기를 열심히 연습해서 청출어람이 되어보자구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