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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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의 갑작스러운 소련 침공이 있었지만 세라피마가 사는 주민 수가 마흔에 불과한 작은 농촌 마을 이바노프스카야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고, 1942년 가을이 되면 세라피마는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 패주하다 길을 잘못 들어 마을로 들어온 독일군 소대에 의해 세라피마의 엄마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무참히 학살당했고, 세라피마 역시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 마을을 찾은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구조된다.


하지만 붉은 군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성 병사는 공황에 빠진 세라피마를 위로하기는커녕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엄마의 시신을 걷어차고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다. 처음엔 겁에 질려 정신이 없던 세라피마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만행에 분노하며 엄마를 죽인 독일군을 죽인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여성 병사도 죽여버리겠다고 악을 썼다.

그 대답을 들은 여성 병사는 초토작전을 지시하여 마을 사람들의 시신과 마을 전체를 불태웠고, 유일한 생존자인 세라피마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그렇게 세라피마가 간 곳은 '중앙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였고, 세라피마를 데려간 여성 병사는 저격병 훈련학교의 교관장으로, 당시 러시안인들의 영웅인 여성 저격병 류드밀라의 파트너 저격병으로 싸웠던 이리나였다.

그곳에서 세라피마는 각기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똑같이 독일군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소녀들을 만나 함께 피를 토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끝까지 버텨낸 끝에 여성 저격병으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세라피마와 소녀들은 첫 임무로 전쟁을 좌우할 요지 탈환을 위해 스탈린그라드로 투입되는데….



이 소설은 일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전쟁이었던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잔혹한 전쟁의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부터 정말 읽고 싶었던 소설 중 하나였기에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판이 출간되어 정말 반가웠다.


소설은 단순히 전쟁의 잔혹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터지면 누구보다 피해가 큰 여성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여성들은 피해자로 남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하여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남을 보호하고 자유를 위하는 등 각자의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세라피마 역시 나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들을 죽이는 것을 넘어 궁극에는 적군과 아군에 상관없이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러한 세라피마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한 행동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겹치며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향을 잃고 가족도 잃고 같이 싸우던 전우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인간성까지 잃어버리는 참혹한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목숨을 걸고 싸워봤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얻을 수 없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욱 큰 것이 전쟁인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여성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남을 죽이는 행위, 즉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다가오며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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