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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건너다
홍승연 지음 / 달그림 / 2018년 10월
평점 :
그림책은 힘이 있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책은 언제나 적당한 여백이 있어서 좋다.
여백 안에 나의 생각을 담아서 만들어 가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바로 그림책의 큰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이라서 짧은 글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여백을 주는 느낌이 좋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는 항상 여운이 오래 가게 돼서 좋다.
이 책 ‘슬픔을 건너다’는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요즘 눈길이 가는 색깔인 빨간색이 정말 눈을 사로잡았다. 빨간색과 슬픔이라니... 어울리는 듯 아닌 듯 하다. 슬픔을 견디는 마음을 빨갛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빨간 배경 앞으로 하얀색의 모습은 오히려 슬픔을 어깨 위에 많이 짊어지고 있는 듯...
저자 홍승연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그림책 작가로 다시 일하게 되었단다. 그림책에 매료되었다는 말의 어감이 참 좋다. 사실 이 책은 빨간색 표지로 색감이 예쁘지만 내용은 좀 어두운 편이다. 슬픔이 꾹꾹 눌러 모아둔 느낌이 든다.
‘홀로 견뎌야 하는 막막함이’
라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슬프고 힘든 상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더 견디기 힘들다. 물론 나의 슬픔은 아무나 도울 수 없다. 남이 도와서 해결된 슬픔은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홀로’의 느낌이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하다. 내가 극복하지 못한 슬픔은 누구도 구제해 주지 못한다.
젊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 때는 슬픔이 쌓일 일들이 많지 않다. 물론 쌓이더라도 금방 털어낼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는 마지막 한 줄이다. 그리고 그림은 녹색의 나무를 정성스럽게 만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전혀 달라진 모습은 내가 꿈꾸는 모습이다. 달라지고 늘 달라져야 한다. 마음먹기는 힘들지만 마음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
하지만 달라진 느낌으로...
오랜만에 마음의 여백을 채울 수 있는 그림책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