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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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재작년엔 무슨 일인지 해돋이를 보러 가지 않은 것 같다. 올해 1월 1일엔 새벽 5시쯤에 눈을 뜰 수 있었다. 주섬 주섬 챙겨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해돋이 장소에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서 차 안에 앉아 있다가 나와서 주변을 걸었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올해는 떡국나눔 행사를 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로 하지 않은 것 같다. 구름이 약간 있어서 그런지 '언제쯤 올라오려나' 기다림이 생각보다 길었다. 몇 분간의 불꽃놀이는 탄성을 자아냈고 덕분에 덜 심심했다. 구름을 뚫고 멀리 산 위쪽의 나무가 점점 불그스름해 졌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예전보다 더 간절하게 염원했던 것 같다.

새학기를 맞은 대학교의 봄날, 누군가와 잘 어울리지 못했던 3학년생인 '다혜'는 자전거를 탄 '민우'와 부딪혀 넘어진다. 의학과 학생인 민우는 미처 가져가지 못한 수첩에서 다혜가 불문과 3학년생인 것을 알아내고 돌려주려고 하지만 조용한 성격탓인지 어긋난다. 민우는 하나뿐인 까진 친구 '현태'가 있어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가까스로 만나게 된다. 회사를 운영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고 사업이 무너지고 돈을 받으러 난리치는 남자에게 폭행을 하여 민우는 감옥에 가고 만다.

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배다른 형이 알려준 이모를 찾아가보니 미군들에게 술을 파는 마담이란 것을 알고 실망한다. 다혜와의 사랑이 이어지지 못하고 이모가 있던 술집 여자 '은영'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키우게 된다. 민우에게 학비 등 여러번 도움을 받은 현태는 어떻게든 그를 복학시키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고 민우는 이모를 도와 밀수한 물건을 매매하는 일을 하다가 죽고 만다. 다혜와 결혼한 현태는 몇년이 지나 같이 민우의 아이를 만나러 간다.

이 책의 제목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에서 따왔다고 하고 1945년생인 최인호 작가가 1984년부터 1년정도 신문에 연재한 것을 출판했다고 하며 2005년에 약간의 수정을 하여 다시 펴냈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히트쳤다고 하는데 나는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보다 한 세대 윗분들께 가장 좋을 것 같은 책이지만 풋풋한 사랑과 어긋남, 젊은이들의 충동과 고민, 병듦, 여러 사건 등이 있고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뮤지컬을 보거나 소제목과 같은 곡이 많기에 슈베르트의 노래를 들으면서 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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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2 : 매장편 - 변화하지 않는 매장의 생명은 끝이다 장사 교과서 2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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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7년 가까이 하고 있다. '생각보다 잘 버틴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나름 오래 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나 새로운 손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이웃들을 만나고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 책을 볼때 눈으로 빠르게 읽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고 요약하면서 보기도 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가 하는 장사와 현재 상황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었던 것 같다. 뭐든 소소하게 기록해두면 나중에 찾기가 수월해진다.

 

저자는 안경학과 졸업 후 25살 무렵 작은 안경원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장사와 컨설팅한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각 장마다 요약한 부분이 있어서 이후에 볼 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부 <공간의 법칙>편에서는 어디서 장사할 것인지 고르는 방법으로 차가 많이 다니고 주차할 수 있으며 인구가 많은 곳을 권한다. 1대 1.3 법칙으로 차별화를 두라는 것과 넓어보이는 인테리어를 하되 직원 동선이 짧게 하고 꼭 믿을 만한 도우미 한명을 두라고 말한다.

2부 <신규 고객을 부르는 프로모션 법칙>에는 개업식으로 시선 집중시키고 오픈 3개월 후에도 손님이 방문하도록 하는 방법, 단골 만드는 방법으로 가격, 편의성, 전문성과  메뉴얼의 중요성도 얘기한다.

3부 <강력한 마케팅의 법칙>에서는 입소문과 sns 마케팅을 이용하기, 인사와 감사의 표현하기, 변화를 주고 트렌드를 감지하기 등의 내용이 있다.

4부 <재방문을 부르는 매장관리 법칙>에는 매장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상품구성과 배치를 하는 방법,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 등이 나온다.

5부 <매장에서 오가는 대화의 법칙> 에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고객 파악과 신뢰 쌓는 방법이 중요 요소이다.

6부 <보이지 않는 숫자의 법칙>에는 임대료를 예산의 15%정도로 잡기,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가격인상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 투자금 회수와 세금, 확장과 2호점내기 등의 내용이 있다.

 

내 경우에는 거래가 되든 안되든 있는 대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어떻게 하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억지로 하거나 욕심을 부리면 문제가 생겨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쳐야 할 가게의 부분은 손질을 하고 잘한 점은 좀더 발전시켜서 다가오는 2024년은 좀더 나은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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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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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킬리언 머피'를 알게 된건 넷플릭스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를 보고서이다. 3시즌까지 봤는데 분위기가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쉘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버밍엄 가족중심 갱단을 조직한 두목으로 점점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남은 시리즈를 하나씩 볼 생각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번째는 오펜하이머와 주변인, 그 당시 상황에 관한 조사, 두번째는 배우 및 스탭 캐스팅과 세트장을 만드는 작업, 세번째는 톤과 대사 및 사운드와 그래픽 등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이겠다.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오펜하이머의 반대 스탠스를 취하는 관료로 등장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내로 분한 '에밀리 블런트', 군부 측 동료로 나온 '맷 데이먼', 물리학자로 등장한 '조쉬 하트넷', 연구소 소속 과학자 '라미 말렉' 등 다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한 배우가 몇컷 안되는 장면을 위해 애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소소한 장면이지만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많은 이들의 애정과 열의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책에는 여러 배우들의 사진과 대사가 나와 있고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을 얘기하고 있으며 배우가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들과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1920년대 오펜하이머가 방문한 '로스앨러모스'(핵개발이 이루어진 장소)라는 지역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스케치를 먼저 하고 스티로폼으로 건물 여러 동과 전봇대 등을 만들고 꼭 필요하지 않겠다 싶은 학교, 병원, 식료품점 등은 제외시키기로 결정한다. 땅을 파고 기초를 쌓고 건물을 배치하고 완성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폭발 실험을 한 '트리니티 실험현장', 상원 인준 청문회 회의장 등도 관심있게 보았다. 공간에 인물을 두고 어떤 분위기와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비교적 큰 책으로 잡지책 같은 종이질로 빳빳해서 오래 간직할 수 있어 보인다. 영화를 보고 책을 봐도 되고 그 반대도 상관없겠다. 개발자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보고 극렬한 반대 운동가가 되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전, 하마스와 이스라엘전도 그렇고 전쟁은 참 냉혹하면서 슬픈 일이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충분한 전쟁 억지력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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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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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얇은 화일에 A4 서류를 넣을 수 있는 가방이었으면 했는데 지퍼를 달고 바느질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넉넉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가방을 만든 경험으로 같은 디자인과 방식으로 조금 더 크게 만들면 될 것 같다. 선생님께 단계별 과정마다 물어가면서 하다 보니 두달 정도로 오래 걸렸고 깔끔하게 나오진 않았으나 나름 만족한다. 뭐든 처음부터 잘하기는 어렵다. 손재주가 없는 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방 다음은 간단한 카드지갑을 만들 생각이다.

 

1919년에 발표된 이책 데미안의 원제목은 '싱클레어 어느 소년 시절의 이야기'로 주인공 소년 싱클레어가 여러 사람과 사건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열살 무렵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에 다녔는데 평판이 안좋은 재단사의 아들 '프란츠 크로머'에게 약점을 잡힌다. 하지도 않았지만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떠벌린게 화근이었다. 크로머는 과수원 주인에게 말할 거라면서 싱클레어에게 큰돈을 요구한다. 몇번 약간의 돈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누이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만들라고 위협한다. 그때 등장한 새로 전학온 몇살 많은 '데미안'이 크로머 문제를 해결해주고 둘은 어울리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고 상급학교를 다니며 꿈, 충동, 본성, 갈망. 성경의 다른 해석 등 자아를 찾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여자와 술에 빠지기도 하고 자주 꿈을 꾸면서 인물화를 그리게 되는데 흐릿했던 모습이 점차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데미안인 줄 알았으나 훗날 데미안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음을 알게 된다. 산책을 하다 들린 오르간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교류하게 되지만 관계의 끝을 알리는 말실수를 하고 만다. 이후 싱클레어는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예전에 중학생 때인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봤던 적이 있다. 그 책은 너무 안읽혀서 한달정도 고집스럽게 잡고 있었는데 내용이 정리가 되지 않고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이 책 '데미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페이지가 잘 넘겨지진 않는다. 그래도 초반에 크로머에게 협박을 받고 데미안을 만나 해결하는 장면과 시간이 몇년 지난 후 우연히 만나 자주 토론하던 피스토리우스에게 '골동품 같다'라는 말로 어긋나 버리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책은 한국어와 영어 각각 합본으로 되어 있어서 공부를 하면서 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인정하는 의무와 운명은 단 하나였다. 우리들 각자가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자연이 그 사람에게 심어 놓은 능동적인 씨앗에 완전히 충실하고 그 씨앗의 성장을 이뤄내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이 닥쳐와도 놀라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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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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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사주, 별자리, 혈액형보다 mbti는 개개인이 스스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하기에 성향 파악이 용이하다. 그렇다고 딱 정해진 건 아니어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나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해보진 않았으나 내향형(I)에는 들어가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약간 외향성을 띄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 한 통을 받았다'로 책은 시작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사장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고 이틀간의 휴가를 얻는다. 양로원에 도착해서도 슬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담담해 하는 것에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같이 살지 못하고 양로원에 모셨지만 서로간에 깊은 애정이 있거나 앙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뫼르소는 크게 감정을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주변 인물들과 싫은 부분이 있어도 참고 어울릴 수 있는 속내를 알 순 없어도 무던하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뫼르소에게는 마리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마리는 뫼르소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 결혼을 할지에 대해서 묻는다. 뫼르소는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마리가 결혼식을 하길 원하면 결혼하자고 답한다. 이웃인 '레몽'과도 말동무가 되어 지내다가 해변으로 놀러가기로 한다. 레몽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두들겨 패기도 했는데 이것은 해변으로 쫓아온 그녀의 오빠를 만나면서 더 큰 일이 되어 버린다. 아랍 사람이었던 그 오빠는 레몽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고 뫼르소는 총을 들고 가서 그를 죽이고 만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 때문이었을까. 

 

뫼르소는 재판에 회부되고 배심원단의 결정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른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크게 슬퍼하지 않았고 밥과 커피를 마시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를 만나고 해변을 다니고 사건의 가운데에서 총알을 다섯발을 쏘는 과정은 뫼르소에게 '죽어마땅한 범죄자'라는 인식을 자리잡게 한다. 자신의 범죄의 이유에 대해 선처를 바라며 종교를 믿는다거나 여러 주장을 해야 되었지만 사형의 결정에도 불복의 항소조차 하지 않는다.

 

뫼르소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사형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울분을 부속 사제에게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 뫼르소가 사형을 당할 만큼 크나큰 범죄를 저질렀는가. 물론 사람을 죽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다른 이였다면 어땠을지. 사회가 부조리하다고 느꼈을까. 책은 고전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읽을 만하다. 뫼르소가 어떤 mbti 유형일지 생각하면서 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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