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영어 필사 - 세네카, 흔들림 없는 삶의 태도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노윤기 옮김 / 베이직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원전 3세기 제논이 창시한 스토아 학파는 쾌락과 욕망을 억제하는 엄격한 도덕설을 주창했는데 이는 '쾌락 추구가 최고의 선'이라는 에피쿠로스 학파(기원전 306년)와 거의 같은 시기에 생겨나 철학을 양분했다고 여겨진다. 나에게 맞는 이론은 어떤 것일까. 어떤 부분에서는 절제하고 저 부분에서는 미친듯이 빠져들어야 하는가. 복잡한 세상, AI로 2-3분 내로 그럴 듯한 뭔가를 만들 수도 있는 시기, 나는 최근 1년 정도 쉬었다가 다시 통기타 수업을 들으러 가고 있다. 


세네카(기원전 4 ~ 65년)는 후기 스토아 철학을 역설한 로마시대의 정치가이다. 이 책, '세네카, 흔들림없는 삶의 태도, 철학하는 영어필사'는 그의 글을 엄선해 영어로 옮긴 글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려는 데에 있다.  책을 폈을 때 좌측에는 영어로 된 오늘의 문장, 한글 해석, 영단어와 숙어가 있고 우측에는 따라 쓸 수 있는 빈 공간과 뜻하는 내용을 풀어 놓았다. 100일 간 적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하루에 다섯개씩 해도 되고 일주일에 하나씩 해도 상관없겠다. 중요한 것은 여러 어렵고 힘든 상황속에서 자기 신뢰로 중심을 잡고 내 마음을 어떻게 평온하게 둘 수 있을 것인가이다. 


책에서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자주 체크할 것,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헛되이 보내기 쉬운 시간을 아껴 귀한 곳에 쓸 것, 진리를 추구하고 자유롭게 살 것,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담대하게 살아갈 것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서문에서 쓰인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외부의 일에서는 의연하되 통제할 수 있는 나자신의 이성에 집중하라는 문구는 기억할 만 하다. 


중학생 때 영어 선생님께 배운 영어 필기체 쓰기시간이 생각났다. 줄이 그어진 공책에 썼지만 삐뚤 빼뚤 잘 되지는 않았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큰병 없이 두손과 두발로 온전히 내 힘으로 걷고, 다른 이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어 필요한 곳에 쓰고, 평소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도움을 줄 만한 데가 있으면 선뜻 그럴 수 있는 기간이 오랜 시간 계속 되기를 바란다.  


"A free and lofty mind

The happy life is to have a mind that is free, fearless and steadfast. A mind that is placed beyond the reach of fear, beyond the reach of desire, that counts virtue the only good, baseness the only evil.


자유롭고 흔들림 없는 고결한 마음

행복한 삶이란 자유롭고 고결하며, 두려움이 없고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공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욕망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자리잡은 마음, 오직 덕만을 유일한 선으로 여기고 비열함만을 유일한 악으로 여기는 마음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북 - 캐릭터 설정에서 일러스트까지
메멘치 지음, 김건용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이다. 한낮에 걸었는데 그렇게 뜨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헛탕을 치는 일이 잦다. 거래를 성사시켜야 되는데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 먼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신다. 그리고 어깨를 쫙 폈다가 좁혔다가 해본다.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또 움직여본다. 팔도 길게 뻗어본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쉰다. 조금 괜찮아진 기분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소대로 하던 걸 하면서 다른 것도 준비해 본다. 그리고 스스로를 좀더 아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북', 제목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첫 구상으로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를 최대한 잘 전달하기'가 나온다. 이어서 캐릭터 테마, 아이디어 확장, 디자인과 배색, 머리카락, 화장, 상하의, 소품, 테마와 어울리는 얼굴과 체형 구상하기,  원단과 인상, 톤과 색감 맞추기, 캐릭터 포즈 찾기, 적절한 배경 구성이 나오고, 맨 끝부분에는 실제 캐릭터가 구현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레이어를 추가하고 자연스럽게 하이라이트를 넣는 방법, 2점 투사시 모습 등을 관심있게 봤다.


오늘 나는 챗지피티에게 '20대 발랄한 소녀가 80년대 한국 길거리를 걷는 모습을 그려줘'라는 소스를 주고 얼마나 잘 그려낼지 지켜봤다. 15초정도 걸렸을까.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인이 밝은 표정으로 걷는 모습이 나왔다. 거리에는 낮은 건물, 극장 간판과 휴대용 라디오, 흑백 tv, 전축 광고판, 파란 시내버스, 옛날 승용차, 예전 유행하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말로 그때 그랬음직한 장면이다. 챗지피티의 성장이 놀라운 상황이지만 독특한 창작이 필요하거나 캐릭터를 생성하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들어가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초부터 다지는 아크릴화 그리기
요네자와 타쿠야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생 때 미술학원을 간 적이 있다. 로봇이나 그리곤 했던 터라 재능은 거의 바닥 수준, 연필로 밑그림 그리기와 수채화를 그려 보다가 끝이 났다. 나이가 들어서 미술관련 책을 읽거나 전시회를 찾아가거나 스케치를 배워보거나 하는데 작품이 나오지는 않지만 나름 시간은 잘 가는 편이다.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 핸드폰만 보는 것보다는 나을 거란 생각을 한다. 


'기초부터 다지는 아크릴화 그리기', 이 책은 제목처럼 아크릴화를 처음 그리는 이가 궁금해 할만한 아크릴화의 특성, 물감의 종류, 팔레트, 지지체, 나이프, 붓 세척기, 젯소, 마스킹 테이프, 미디엄, 니스 같은 여러 도구들, 붓의 종류와 사용법, 물먹이는 순서, 붓을 쥐는 방법과 칠하는 법, 덧칠하기와 아크릴화의 기법, 실제 작품 그려보기 등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여러 기법에 관한 것이었는데, 물감을 쌓아 올려 입체감을 주는 임파스토, 선을 겹쳐 교차해서 그리는 해칭, 철망 위에서 물감을 묻힌 브러시를 문질러 세밀한 입자 형태를 튀기는 스패터링, 아크릴과 연필, 아크릴과 펜, 아크릴과 파스텔, 아크릴과 수채화, 아크릴와 유화를 조합하는 믹스드 미디어, 잡지나 신문, 사진 등을 잘라 붙이는 콜라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래 가물었다가 며칠 전 비로 상당히 해갈한 모습이다. 한번 비가 오면 다시 오기는 쉬운 건지 오늘도 흐리고 비도 조금 내렸다. 자신의 의지로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부분에서 꾸준히 한다면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룰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와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 하루, 할 수 있는 만큼을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집이든 완벽한 가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약한 부분이 있거나 아픔이 있는 집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어쩔 수 없다면 시간을 두고 덮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 자식간의 문제, 형제간의 다툼, 투자 실패, 이혼, 재산 분배 등으로 연결 고리가 깨진 경우도 있겠다. 완전히 어긋나 돌이킬 수 없는 관계라면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인연을 끊고 만나지 않는 것도 대책이라고 본다.  


톨스토이의 책은 단편집으로 읽은 적이 있고 두꺼운 책은 시작만 조금 했다가 끝까지 읽지 못했다. 이 책에는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 모두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특히 <악마>가 잘 읽히고 화두를 던져 주었다. 아버지의 사망 후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중 빚이 상당히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재산은 예브게니가 가지고 형에게는 얼마간의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합의한다. 에브게니는 교육을 잘 받은 소위 좋은 집안 출신으로 대저택과 영지를 추스르고 빚을 정리하며 어머니를 모시는 데에 힘쓰기로 한다. 


젊어서 여러 여자들을 만나왔지만 시골에 와보니 욕구를 해소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산지기를 통해 젊은 아낙네, 스테프니다를 소개받아 한번씩 만나곤 했다. 이후 에브게니는 도시를 다니다가 리자라는 젊은 여성에게 반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등 바쁘게 지내면서  그 이전의 관계는 깔끔하게 끝을 맺는다. 그러다가 집안일을 도우러 온 스테프니다를 다시 만나면서 감정이 폭풍처럼 소용돌이친다.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권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테파니다를 권총으로 세번 쏘고 누구보다도 멀쩡한 것으로 보였던 그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책은 첫장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르누아르의 그림을 30장 정도 보여준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독자는 그것을 먼저 보고 책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듯이. 저자는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 빛의 화가 르누아르의 삶을 관조하면서 사생아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은 '적당한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해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같이 들을 만한 음악도 소개하고 있고 톨스토이의 글에 알맞는 르누아르의 그림을 중간중간 삽입해 두어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독일에서 배우는 애견 훈련 - 반려견을 통해 사람이 배운다
신동석 지음 / 이비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의 주요 수출품을 검색해보니 자동차, 의약품, 자동차 부품, 항공기 등이 나온다. 대륙법이 프랑스와 독일의 법률에서 발전된 만큼 법과 체계 또한 잘 갖춰져 있을 것 같다. 뭔가 꼼꼼하고 체계가 잡혀 있는 듯한 느낌의 독일, 그 곳의 애견 훈련은 어떨지 궁금했다. 


독일에서는 vt 테스트를 통과한 개는 버스나 카페, 공원 등을 사람들과 같이 이용할 수 있고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애완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으면 벌금'이라는 현수막이나 문구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자신이 키우는 개를 잘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배변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바로 치워야 함에도 비용이나 귀찮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다. 


vt테스트의 주요 평가 항목을 보자. 사회적 안정성, 소리 자극 반응, 시각 자극 반응, 타견 반응, 기다림과 복종 명령 수행, 보호자의 통제력, 팀워크와 안정감, 도시 환경 적응력이 나오고 관찰 포인트, 감점 요인이 있다. 채점은 항목별 0에서 5점 사이이고 총 40점 중에서 30점 이상이면 통과가 된다. 특정 항목에서 심각한 공격성(리드 제압 불가, 물기 시도)이 나오면 즉시 실격된다. 뭔가 바꾸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의 변화가 우선이다. 그래야 개도 변하고 사회도 변화한다. 


독일의 반려견 제도도 보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낸다. 책임보험을 들고 대중 교통 이용시 훈련견만 허용되고 일부는 요금을 낸다. 반려견 배설물 수거 차량과 거리 청소 인력이 있다. 등록되지 않고 보험이 없는 개는 공공 장소 이용이 제한된다. 자유의 전제는 책임이다. 


왜 개에게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면 자신의 애완견이 싫어하거나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맘껏 풀어놓으려면 혼자만 지내는 넓은 사유지에서 하면 될 것이다. 사회에는 질서가 있고 규칙이 있다. 개 역시 이 사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개를 잘 훈련시켜 다른 이와 공존할 수 있게 해야 된다. 크기가 작던지, 크던지 목줄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교육이나 훈련받지 않은 개라면 다른 동물이나 아이에게 위협이나 피해를 줄 수 있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애견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교육할지를 고민하면서 책을 한권 보기를 권하고 싶다.


"기다림을 배운 개는 실내에서도, 산책 중에도, 낯선 공간에서도 항상 보호자를 먼저 바라본다. 그건 복종의 표현이 아니라 신뢰의 신호다. 기다림은 삶의 리듬을 만든다. 조급함이 줄고, 시선이 보호자에게 머물며, 세상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