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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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젊을 때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재미가 컸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이기심과 교만이 보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과 잘 공존하고 있다고 안심해 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다 인간만의 착각이고 이기적인 가짜 공존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공존한다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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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지낸 이정모 관장이 강력히 추천한 이 책은, 핀트로상, 즉 예전의 황금부엉이상으로 불렸던 네덜란드어권의 유수 문학상을 석권한 저자의 국내 첫 번역서라는 점에서도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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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가 16세기 항해일지 기록으로부터 오늘날의 환경 위기까지 종횡무진 엮어내는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전달받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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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현대판 동물에 관한 기록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일각돌고래부터 레밍, 유럽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그리고 왕게에 이르기까지 북극의 서식지에서 길을 잃거나 고통받는 일곱 동물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보여준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런 의심 없이 쓰던 공존이나 보호라는 단어가 얼마나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인 언어였는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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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도 2년 정도 어미와 사냥을 다니다 보면 인간을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터득한다. 인간이 그래봤자 자신들을 겁주는 것뿐이라는 걸 북극곰들도 잘 안다. … 보통은 발톱만 휘들러도 인간이 도망갔는데, 최근엔 인간 한 명을 완전히 쫓아내기 위해서 일곱 번이나 물어야 했다. (P262)

이 대목은 이 책이 고발하는 인간 중심적 시선의 모순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동안 인간은 북극곰을 빙하 위에서 외롭게 굶어 죽어가는 불쌍한 보호 대상(가짜 공존)으로 보거나, 반대로 문명을 위협하는 흉포한 무법자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곰들의 진짜 시선은 다르다. 그들에게 인간은 그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약해 빠진 사냥감이자 기이한 야생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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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을 두고 문명을 파괴하는 무법자라고 비난하다가도 빙하 위의 외로운 약자로 동정하는 인간의 시선,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뱀장어의 물길을 댐으로 막아버린 인간의 업적을 보며 나 또한 자연을 소유하고 통제하려 들었던 이기적인 인간 사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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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적 견해와 저널리스트 특유의 집요한 취재력이 엿보인다. 인간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동물을 어떻게 대상화하고 오독해 왔는지 가짜 공존의 역사를 들춰낸다. 인간의 언어로 재단된 자연은 결코 진정한 자연일 수 없는 슬픈 진실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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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불만과 불안이 쌓여가던 20세기 말 무렵 서양의 생태학자들은 이미 이 외래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토종 생태계는 이 침입자들에 대체로 무력했다. 이 새로운 종엔 '침입 외래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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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침입자로 전락한 왕게 군단의 이야기나 인간의 구획 정리로 이방인이 되어버린 순록의 사연을 접하면서 과연 이 지구상에서 진짜 침입자이자 무법자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들어낸 제도와 과학, 정치와 문화라는 틀이 얼마나 지극히 인간적인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지 이 책은 동물의 시선을 빌려와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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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21세기의 현대적 사건들을 조화롭게 엮어서 마음의 울림을 준다. 예를 들어 400여 년 전 극지방 원정대의 실패담과 오늘날 급변하는 기후 위기의 현장을 교차시키는 서사 방식이 그렇다. 자연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경고처럼, 무너진 서식지에서 동물들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은 결국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세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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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되어야 영원한 포식자라는 거만한 가면을 벗고, 우리 역시 그저 야생의 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연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말조차 동물들에게는 냉소적인 독백으로 들릴지 모른다. 오랜만에 지적 해갈과 동시에 가슴 아픈 반성을 안겨준 이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꼭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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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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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또는 강연을 들을 때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와 품격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리 교양 있는 척해도 수준 낮은 어휘들이 섞인 말에서는 그 사람의 진짜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책을 가까이하며 언어의 결을 바르게 쓰고자 노력해 왔지만, 갈수록 자극적이고 격해지는 세상의 말들을 대할 때마다 피로를 느낀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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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서 고등 국어를 가르치며 의미있는 어휘의 필요성을 느낀 저자가 펴낸 책이 바로 <단어의 쓸모>이다. 평범한 대화 속에서 더 근사하고 품격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표현 하나만으로도 생각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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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꺼운 사전을 펼쳐놓고 어려운 한자어나 고사성어를 주입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일상 대화부터 SNS, 직장 내 보고서와 이메일,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뉴스의 맥락까지 모든 삶의 영역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상세하게 소개한다.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개존맛이나 빡침, 느좋 같은 거친 축약어 이면의 온전한 감정을 어떻게 격조 있게 채워 넣을 수 있는지, 혹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결정장애라는 말 속에 타인을 향한 어떤 차별의 시선이 숨어 있는지를 조목조목 전달한다.

"오늘 저녁은 그야말로 용미봉탕이 따로 없네요" (p16)

이 집 설렁탕 국물이 정말 진진하다.(p17)

"미안, 내가 좀 트릿해서 그래!"(p20)

"선생님, 이 사안에서는 저와 궤를 조금 달리하시네요."(p62)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만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필터 버블에 갇혔어.(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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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말 한마디에 묻어나는 배려가 곧 그 사람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가 제안하는 어휘의 변화들은 고스란히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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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는 것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마주한 상대에게 꼭 맞는 온도의 언어를 건네는 것이 진짜 능력인 것 같다. 내 마음속 감정은 다채롭고 복잡한데 가진 어휘가 빈약하면 표현은 자꾸 좁아지고, 진심과 달리 차가운 오해를 남길 수 도 있다. 어휘력이란 지적으로 보이기 위함이 아니고 타인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내 가치를 지켜내는 성숙한 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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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속에서 메일의 마지막 단어 하나를 고르는 센스, 타인의 기획서를 보고 공손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방식은 사소해 보이지만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표현이 작으면 생각도 축소되고, 결국 인간관계까지도 좁혀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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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이 SNS, 릴스나 유튜브 쇼츠처럼 직관적이고 빠르게 읽힌다. 시사 어휘나 고급 어휘도 다루고 있지만, 깊이있게 파고들지는 않고 당장 실전에 활용하기 좋은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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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의대생인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내 언어 습관을 바꿔봤다. 예전 같으면 엄청난 학업량에 치여 지친 딸에게 그저 '피곤하겠다'라는 말로 위로를 했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서 힘들지, 혼자 차분히 침잠할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하며 정교한 단어를 사용해봤다. 딸아이의 반응은 '엄마가 내 마음을 진짜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워요' 하며 눈빛이 달라지며 나에게 안겼다. 어휘를 바꾸는 작은 시도가 가족간에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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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어 수준을 올려 타인에게 신뢰를 주고, 스스로의 평판을 가꾸고 싶은 독자는 읽어보길 추천한다. 단어를 바꾸는 작은 시도만으로도 내 삶의 변화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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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 with 구글 안티그래비티 - 코드 한 줄 몰라도 내 손으로 만드는 12가지 웹/앱 서비스
노성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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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제들을 하나씩 정복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네트워크 기반의 프로그램이나 실제 상용 서비스의 핵심 기능까지 내 손으로 뚝딱 구현해 내는 순간도 올 것 같다. 책만 따라하기엔 아직 좀 버벅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창작자가 되는 것 같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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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 with 구글 안티그래비티 - 코드 한 줄 몰라도 내 손으로 만드는 12가지 웹/앱 서비스
노성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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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개발자가 직접 한 땀 한 땀 코드를 타이핑하는 대신, 인공지능에게 말하듯 자연어로 지시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개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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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술의 작동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공지능과의 유기적인 대화와 그 흐름, 느낌(Vibe)만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기술을 다루는 하드 스킬보다 인공지능을 부리는 기획력과 상상력이 개인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AI 기반 개발 도구인 구글 안티그래비티를 이용하여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는 우리 세대에게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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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 이해하기, 안티그래비티 소개, 바이브 코딩 무작정 시작하기,바이브 코딩으로 멀티 프로그램 만들기, 바이브 코딩으로 실용적인 서비스 만들기, 바이브 코딩으로 전문 개발자 되기 이렇게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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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인공지능 툴을 다루는 매뉴얼은 물론이고 독자가 바이브 코딩을 통해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설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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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이나 다른 브라우저에서 'Antigravity'를 검색하거나 URL을 직접 입력하여 접속한다. 자신의 운영체계에 맞는 안티그래비티 버전을 설치한다. 안티그래비티란 구글에서 출시한 AI 협업 프로그래밍 도구이다. 안티그래비티 실행 하면 편집기 프로그램이 열린다(에디터). Agent Manager만 잘 써도 바이브 코딩은 충분히 할 수 있다. Google Anti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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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부터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바이브 코딩을 직접 따라 해보면서 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바이브 코딩에서는 어떻게 개발을 하는지 흐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책 속에는 독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친절한 실습 자료 링크가 제공되어 있어 화면을 켜고 차근차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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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던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인공지능에게 명확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공지능이 첫 번째 결과물을 내놓으면, 그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대화를 거듭하며 오류를 수정하고 기능을 덧붙여 나가는 점진적인 빌드업 과정 자체가 바로 바이브 코딩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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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느낀 것은, 개발이란 영역이 장벽이 아니라 흥미로운 놀이나 대화처럼 느껴진다. 링크를 통해 제공되는 실습 예제들을 하나씩 구현해 나갈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코드를 타이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희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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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상상만 하고 기술적 한계 때문에 포기했던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유능한 조수를 만나 마법처럼 눈앞에 구현되는 순간이라니......문과적 소양을 가진 이들이나 기술에서 소외되었던 중장년층도 나만의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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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익힌다는 것은 인공지능에게 모든 주도권을 넘겨주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예리하게 알아보되 그 결과물을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다. 다가올 미래를 주체적으로 리드하기 위해 인간이 갖춰야 할 비판적 조율 능력을 훈련하는 연습장으로 실습자료를 통해 공부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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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컴퓨터 언어를 모르는 내가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깊은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검은 화면에 가득한 복잡한 기호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소외감이 점점 줄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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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이 가져올 극도의 효율성은 참 좋지만, 인간의 깊은 사유와 논리적 절차가 생략된 채 거대 언어 모델이 주는 답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인간의 지적 자립성이 퇴화하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하지만 이 변화의 파도를 외면할 수 없다면 우리는 파도를 타는 서퍼가 되어야 한다. 매일 아침 수많은 언론사를 뒤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분야의 소식만 쏙쏙 골라 모아주는 관심 있는 뉴스 자동 수집 사이트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지인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간단한 SNS, 그리고 인공지능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언제든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AI 영어 학습 앱까지 그 범위도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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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을 읽으며 세상의 변화를 기록해두고 싶었던 나에게 뉴스 수집 사이트나 나만의 SNS를 만드는 과정은 지적 활동을 확장해 줄 나만의 비밀 서재를 짓는 것처럼 설레는 경험이었다. 이 예제들을 하나씩 정복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네트워크 기반의 프로그램이나 실제 상용 서비스의 핵심 기능까지 내 손으로 뚝딱 구현해 내는 순간도 올 것 같다. 책만 따라하기엔 아직 좀 버벅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창작자가 되는 것 같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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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 인간의 비합리성을 밝혀낸 행동경제학, 그 시작과 완성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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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승자의 저주> 이 책이 가진 시대적 무게감이 꽤나 크게 전달된다. 33년 만에 데이터와 실증 연구를 전면 보완하여 돌아온 업데이티드 에디션(전면개정판)이다. 행동경제학의 거두 리처드 탈러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연구의 결정판으로 소위 말하는 벽돌책(?) 하지만 묵직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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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합리적 인간이라는 환상을 사정없이 깨부순다. 저자는 사람들이 언제나 계산적으로 이익을 쫓아 행동한다는 기존의 대전제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베이의 2,500만 건 빅데이터와 NFL 드래프트, 심지어 밈 주식과 TSMC의 주가 괴리 현상까지 동원하며 시장의 비합리적 본성을 증명하는 대목들을 읽다가 문득 서재 한편에 꽂혀 있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의 정신이 직관적인 빠른 생각에 휘둘려 얼마나 자주 통계적 오류와 편향에 빠지는지 고발한 그 책의 심리학적 뿌리가 이 책의 실증 데이터들과 연관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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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의 10%를 주겠다는 제안에 "불공정한 제안을 받아들이느니 아예 안 받고 말지"라고 답하는 셈이다(p94).

3장의 최후통첩 게임과 이베이 협상 빅데이터를 다룬 버전은 흥미롭게 읽었다. 누군가에게 10달러를 주고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가지라고 할 때, 고전 경제학자들은 상대방이 1달러만 제안해도 이득이므로 무조건 수락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인간들은 모욕적인 금액을 받느니 차라리 제안을 거절하고 같이 굶는 보복을 선택한다. 이베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흥정 속에서도 정확히 50 대 50의 공정한 분배 법칙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실증은 놀랍다. 인간은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공정함이라는 도덕에 더 가치를 두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공정하게 행동하는 것 vs 공정해 보이는 것 이 대목은 인간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찌르는 주제다. 고전 경제학이 인간을 순수한 이기주의자로 보았다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공정함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공정함이 언제나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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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실험적 증거를 보면, 사람들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고 보복의 위험이 없는 상황(독재자 게임)에서는 슬그머니 자신의 몫을 더 많이 챙기는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시선이 있거나 상대방이 불공정한 제안에 보복할 수 있는 구조일 때 비로소 공정해 보이도록 행동을 수정한다는 의미다. 시장의 기업들 역시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해 공정하게 행동하기보다, 평판이 깎여 불매운동 같은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고 공정한 척 가면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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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꽤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아무도 보지 않는 밀실이나 나에게 아무런 해가 없는 상황에서도 똑같이 공정할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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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삶에서 보면, SNS에 보여주기식 선행을 베풀거나 남들의 시선 때문에 도덕을 지키는 모습들이 모두 '공정해 보이는 것'에 매몰된 결과로 느껴진다. 진정으로 단단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나 보복의 두려움이 아니고 내면의 준엄한 기준에 따라 진짜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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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밌었던 부분은 4장의 '초기 부존 효과'와 타이거 우즈의 사례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은 어떤 물건이든 일단 자기 소유가 되는 순간 그 가치를 전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조차 버디를 잡을 기회보다 보기를 피해야 하는 순간에 손실 회피 본능이 극대화되어 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된 전문가라 할지라도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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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는 세월의 증거들을 집대성하다 보니 챕터마다 추가된 학술적 분석들이 많아 교양서로 가볍게 읽기에는 벅차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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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금의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천적인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이 책이 인간의 비합리성과 결함을 파헤치는 작업이라면, 전에 읽었던 <넛지>는 그 불완전한 인간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실천적 대안이다. 수학적 최적화보다 내 안의 비합리성을 먼저 인정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이 결국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무기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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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중심을 잃고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는 투자가들이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후회와 자책을 반복하는 결단력이 유약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코인이나 주식,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소외감(FOMO)을 느끼며 덜컥 무리한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나에게 이 책은 차가운 이성의 브레이크를 밟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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