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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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또는 강연을 들을 때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와 품격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리 교양 있는 척해도 수준 낮은 어휘들이 섞인 말에서는 그 사람의 진짜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책을 가까이하며 언어의 결을 바르게 쓰고자 노력해 왔지만, 갈수록 자극적이고 격해지는 세상의 말들을 대할 때마다 피로를 느낀 적이 많다.

대치동에서 고등 국어를 가르치며 의미있는 어휘의 필요성을 느낀 저자가 펴낸 책이 바로 <단어의 쓸모>이다. 평범한 대화 속에서 더 근사하고 품격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표현 하나만으로도 생각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두꺼운 사전을 펼쳐놓고 어려운 한자어나 고사성어를 주입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일상 대화부터 SNS, 직장 내 보고서와 이메일,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뉴스의 맥락까지 모든 삶의 영역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상세하게 소개한다.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개존맛이나 빡침, 느좋 같은 거친 축약어 이면의 온전한 감정을 어떻게 격조 있게 채워 넣을 수 있는지, 혹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결정장애라는 말 속에 타인을 향한 어떤 차별의 시선이 숨어 있는지를 조목조목 전달한다.

"오늘 저녁은 그야말로 용미봉탕이 따로 없네요" (p16)

이 집 설렁탕 국물이 정말 진진하다.(p17)

"미안, 내가 좀 트릿해서 그래!"(p20)

"선생님, 이 사안에서는 저와 궤를 조금 달리하시네요."(p62)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만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필터 버블에 갇혔어.(p233)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 한마디에 묻어나는 배려가 곧 그 사람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가 제안하는 어휘의 변화들은 고스란히 마음에 와닿는다.

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는 것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마주한 상대에게 꼭 맞는 온도의 언어를 건네는 것이 진짜 능력인 것 같다. 내 마음속 감정은 다채롭고 복잡한데 가진 어휘가 빈약하면 표현은 자꾸 좁아지고, 진심과 달리 차가운 오해를 남길 수 도 있다. 어휘력이란 지적으로 보이기 위함이 아니고 타인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내 가치를 지켜내는 성숙한 태도인 것이다.

직장 생활 속에서 메일의 마지막 단어 하나를 고르는 센스, 타인의 기획서를 보고 공손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방식은 사소해 보이지만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표현이 작으면 생각도 축소되고, 결국 인간관계까지도 좁혀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SNS, 릴스나 유튜브 쇼츠처럼 직관적이고 빠르게 읽힌다. 시사 어휘나 고급 어휘도 다루고 있지만, 깊이있게 파고들지는 않고 당장 실전에 활용하기 좋은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의대생인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내 언어 습관을 바꿔봤다. 예전 같으면 엄청난 학업량에 치여 지친 딸에게 그저 '피곤하겠다'라는 말로 위로를 했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서 힘들지, 혼자 차분히 침잠할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하며 정교한 단어를 사용해봤다. 딸아이의 반응은 '엄마가 내 마음을 진짜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워요' 하며 눈빛이 달라지며 나에게 안겼다. 어휘를 바꾸는 작은 시도가 가족간에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게 해 준다.

자신의 언어 수준을 올려 타인에게 신뢰를 주고, 스스로의 평판을 가꾸고 싶은 독자는 읽어보길 추천한다. 단어를 바꾸는 작은 시도만으로도 내 삶의 변화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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