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집중력 찾기 - 명화 속 다른 그림 찾기로 시작하는 몰입 습관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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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나면 명화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기보다, 한 장면 앞에 오래 머무는 법을 조금은 배운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집중이 필요한 이에게, 그리고 잠시 멈출 이유가 필요한 이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초대장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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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집중력 찾기 - 명화 속 다른 그림 찾기로 시작하는 몰입 습관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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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술관에서 집중력 찾기>는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집중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63점의 명화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원작과 미묘하게 달라진 또 하나의 그림을 함께 제시하며, 독자에게 차이를 찾아보라고 조용히 요청한다. 그 순간부터 독서는 정보 습득이 아니라 몰입의 행위로 전환된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명화 속 다른 그림 찾기라는 형식이다. 얼핏 보면 가벼운 퍼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우리는 평소 그림을 '본다'기보다 '스쳐본다'. 제목, 화가, 대략적인 인상만 기억한 채 다음 이미지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감상 습관을 허용하지 않는다. 차이를 찾기 위해서는 같은 화면을 여러 번 들여다봐야 하고, 색의 농도, 사물의 위치, 인물의 시선 같은 세부를 의식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반복적인 응시는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불러온다.

책의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인물에서 시작해 풍경, 일상, 색과 모양, 상상과 추상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장은 집중의 방향을 점차 확장한다. 처음에는 비교적 인지하기 쉬운 얼굴과 몸짓에 집중하게 되지만, 뒤로 갈수록 형태와 색, 상징처럼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요소를 바라보게 된다. 이는 단순히 작품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집중의 깊이를 넓히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한 작품을 네 개의 전시관, 즉 여러 페이지에 걸쳐 감상하도록 구성한 방식이다. 이 구성은 ‘빨리 넘기지 말 것’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독자의 속도를 늦춘다. 실제 미술관에서 한 작품 앞에 서서 몇 걸음 물러나 다시 바라보는 경험과도 닮아 있다. 책장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관람 동선이 되는 셈이다.




QR코드로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정답이 있다는 사실은 불안을 줄여주지만, 그 정답이 독서의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얼마나 맞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바라봤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틀려도 괜찮고,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태도는 이 책을 평가의 도구가 아닌 회복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스마트폰과 빠른 정보에 지친 독자에게 부담 없는 시간, 하루 10분이라는 현실적인 제안을 하면서도 예술 감상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다. 미술 지식이 많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고, 동시에 이미 명화를 알고 있는 독자에게도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고 확장성은 높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차이를 찾는 형식에 집중하다 보면, 작품 자체의 역사적 맥락이나 화가의 의도를 더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이 책은 의도적으로 해설을 절제한다. 이는 장점이자 한계다. 감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지적 갈증을 느끼는 독자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찾기’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형식이 반복적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서 집중력 찾기>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집중력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머물 수 있는 환경과 방식의 문제라는 것. 이 책은 우리에게 더 잘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보도록 돕는다. 그 차이가 크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명화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기보다, 한 장면 앞에 오래 머무는 법을 조금은 배운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집중이 필요한 이에게, 그리고 잠시 멈출 이유가 필요한 이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초대장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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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 - 초단기 합격의 신이 알려주는 5가지 절대 법칙
이형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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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한 리뷰입니다




공부에도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의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성실하게 공부한다고 느끼면서도 그 노력이 반드시 합격이라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한다.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결과가 불확실할 때, 문제는 의지나 재능이 아니라 방법에 있는 것은 아닐지 되묻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 공부를 개인의 노력 문제가 아닌 구조와 설계의 문제로 바라본다.

이형재는 입시와 각종 시험 현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합격하는 사람들의 공부에는 공통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저자는 공부를 감정과 기분에 맡기는 행위가 아니라 목표를 중심으로 한 관리의 영역으로 규정한다. 동기부여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이 책은 합격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의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 목표 설정, 시간 관리, 학습 전략, 점검과 보완의 단계로 이어진다. 먼저 많은 사람들은 공부를 막연히 열심히 하는 데서 그치고 있다. 저자는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공부는 쉽게 소모적인 노동이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합격이라는 목표를 세분화하고,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스템 공부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시간 관리와 학습 방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저자는 긴 공부 시간보다 반복 가능한 일상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루의 컨디션에 따라 공부량이 요동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루틴 안에서 공부가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부 계획을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행 여부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과정까지 시스템의 일부로 본다는 점이 중요하다. 계획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계속 고쳐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관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학습 방법에 있어서도 저자는 무작정 많은 내용을 보는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시험은 지식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부 역시 문제 해결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출 분석, 약점 중심 학습, 피드백 기록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을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이 부분은 이론보다 실제 수험 현장에서 검증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크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공부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룬다. 슬럼프, 계획 실패, 의욕 저하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시스템의 오류 신호로 해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공부가 잘되지 않는 날조차도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공부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을 줄이고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최종적인 결론은 분명하다. 합격은 우연이나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의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 공부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과정을 관리하며 결과를 점검하는 일련의 흐름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너무 개인적인 의지의 문제로만 여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했음에도 흔들렸던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분명히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목표 설정, 시간 관리, 기출 분석, 루틴의 중요성 등은 공부 관련 서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소재들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혁신적인 학습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각각 따로 보면 익숙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를 합격이라는 결과 중심으로 재배치하면서 불필요한 감정과 낭만을 과감히 걷어낸다. 공부를 열정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설계의 문제로 일관되게 밀어붙인 점은 이 책의 분명한 특징이다. 특히 공부가 안 될 때조차 시스템 점검의 데이터로 본다는 관점은, 단순한 자기계발식 위로와는 결이 다르다.

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라는 제목은 다소 단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그 문장이 선언이 아니라 설명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도 결과 앞에서 좌절했던 사람에게 특히 의미 있는 안내서이다. 공부를 삶의 한 영역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형재의 제안은 충분히 현실적인 해답이 된다. 이 책은 독자를 놀라게 하기보다는 설득하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미 공부 방법론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새로움보다 정리된 복습서처럼 읽힐 수도 있다. 반대로 공부를 감정과 의지에만 맡겨왔던 독자에게는, 이 뻔함 자체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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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의 힘 - 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라 후앙 지음, 김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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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직감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이 책의 서평을 출발해 보겠다. 직감은 흔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나 운에 가까운 감각으로 오해되지만, 로라 후앙이 말하는 직감은 그와 다르다. 직감은 충분히 축적된 경험과 정보, 맥락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무의식이 표면으로 밀어 올리는 판단의 결과이다. 즉 직감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생각한 끝에 더 이상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결론이다. 나는 이 정의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동안 직감을 믿는다는 말이 막연한 자기합리화처럼 느껴졌다면, 이 책은 직감을 하나의 판단 장치로 다시 위치시킨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미 직감을 수없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껴지는 미묘한 거리감, 어떤 선택지 앞에서 이유 없이 마음이 끌리는 방향, 반대로 모든 조건이 좋아 보여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순간들이 그렇다. 직감의 장점은 빠르다는 점이다. 분석이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로 위험을 감지하거나 기회를 붙잡게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직감이 방향 감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하다. 경험이 충분하지 않거나 편견이 개입될 경우, 직감은 착각이나 감정적 반응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직감을 무조건 신뢰하라고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직감을 믿어야 하고, 언제 의심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구분해준다.

<직감의 힘>은 직감을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구조의 영역으로 다룬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직관과 직감을 명확히 구분한다. 직관은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며, 직감은 그 과정이 끝났을 때 도달하는 결과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충분한 과정 없이 떠오른 느낌을 직감이라 착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직감의 신호를 듣지 못하는 이유와, 잘못된 직감을 직감이라 믿게 되는 함정을 차분히 짚어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촉이 안 좋았다’고 표현했던 순간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미완의 직관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에서 제시하는 직감의 세 가지 형태는 이 책의 핵심이다. 해석 없이 결론이 튀어 오르는 유레카의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으로 위험을 알리는 스파이디 센스, 강렬한 전율로 행동을 촉발하는 졸트의 순간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분류이다. 특히 스파이디 센스에 대한 설명은 인상 깊었다. 직감은 늘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멈추라고 말하는 경고음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는 과거에 불편함을 느끼고도 논리로 덮어버렸던 선택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불편함은 감정이 아니라 직감의 신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직감을 단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직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는 주장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집중된 추상화, 몸의 감각과 감정의 울림을 인식하는 연습, 그리고 직감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실천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자기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특히 직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관점은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알게 된 점은 직감이 언제나 즉각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직감은 빠르게 떠오르지만, 그 해석과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저자는 직감을 느낀 직후 바로 결정하기보다, 그 직감이 어떤 유형인지 점검하라고 말한다. 이는 직감을 맹신과 훈련된 판단 사이에 위치시키는 태도이다. 나는 이 균형 감각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에서 몇 가지를 수정하고 싶어졌다. 먼저, 불편한 감각을 무시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정보의 양을 늘리기보다 정보의 질을 정리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직감을 느꼈을 때 그것을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그 신호가 어디에서 왔는지 관찰해보기로 한다. 직감은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알려주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례가 주로 글로벌 기업의 CEO나 엘리트 리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상의 소소한 선택에 대한 사례가 조금 더 많았다면 일반 독자에게 한층 더 밀착된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직감 훈련을 위한 실습 파트가 다소 개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스스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리더와 관리자, 분석에 지쳐 결정을 미루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싶지만 근거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특히 데이터와 감각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하나의 기준점을 제공할 것이다.

직감을 신비화하지 않고 직감을 해부하고, 단련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끌어내리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직감을 믿으라는 책이 아니라, 직감을 책임 있게 다루라는 책이라고 느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책이 말하는 직감은 감정이 아니라 훈련된 판단이며,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내면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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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전대호 지음 / 해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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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과학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과학 속에서 인간의 자리를 자주 잊는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AI는 사고의 일부를 대신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탄, 망설임, 책임, 윤리는 뒤로 밀린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과학을 냉정한 공식과 성과의 축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선택, 사회적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과학은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의 삶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잊히기 쉬운 사실을 차분히 되돌려 놓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학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보나치의 <계산 책>을 통해 과학과 상업, 기술이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고, 마리 퀴리의 특허 포기를 통해 앎의 윤리와 공유의 의미를 묻는다. 과학은 순수한 진리 탐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특히 논문 저자 1000명의 시대, AI와 인간의 관계, 디지털화로 인한 감탄과 체험의 상실을 다루는 대목은 책을 읽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학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하는 문제를 생각하도록 한다.

책의 구성은 과학의 온도, 모험성, 사회성, 상실과 획득, 그리고 철학으로 이어진다. 초반부에서는 과학이 차갑다는 통념을 깨고, 중반부에서는 과학이 본래 모험과 위험을 동반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후 과학이 사회와 맺는 관계, 대중과의 동맹, 제도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짚고, 마지막으로 과학적 합리성 너머의 철학적 질문으로 이끌어간다.

흐름은 느슨하지 않고,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인간 중심의 과학이라는 주제를 향해 수렴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설명하지 않고 해석한다는 점이 아닐까. 전문 지식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물리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깊이가 있다. 사건과 인물을 통해 논의를 풀어내 읽는 이의 사유를 자극한다. 과학 번역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이력답게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사유의 여백을 남긴다.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도 배제하지 않으며, 과학을 아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반면 아쉬운 점도 느껴진다. 과학 정책이나 기술 발전의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소 관조적인 태도에 머무른다는 인상이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비판은 공감되지만, 대안적 실천이나 구체적 방향 제시는 제한적이다. 또한 에세이 형식인 만큼 논증의 밀도가 고르지 않고, 어떤 글은 문제 제기에 그친다. 날카로운 결론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장하석의 능동적 실재주의는 과학이 성공하는 이유를 아주 다르게 설명한다. 과학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세계의 진짜 모습을 정확히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개념과 실험 방식이 현실에서 잘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은 이미 정해진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기보다, 인간이 세계와 끊임없이 손을 맞잡으며 쓸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과학 이론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절대적으로 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이론은 당시의 세계를 다루는 데 매우 유능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된 이론들조차 과학의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발판이 된다.

이 내용을 읽으며 과학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과학은 전능한 진리의 창고가 아니라, 인간이 현실과 부딪히며 만들어온 가장 효과적인 도구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성과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숭배하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디까지 믿을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과학의 발전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다. 둘째, 앎은 공유될 때 비로소 앎이 된다는 철학적 정의가 오늘날 과학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의 감탄 능력과 체험의 깊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기술 발전을 무조건 긍정해 태도를 돌아보게끔 한다.

이 책은 과학 교양서를 찾는 독자보다는 과학을 둘러싼 삶과 태도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것 같다. AI 시대를 살아가며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독자, 과학과 철학의 접점을 탐색하고 싶은 독자, 기술 발전에 막연한 불안이나 피로를 느끼는 독자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과학을 좋아하지만 과학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과학을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인 듯 싶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과학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과학을 고민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과학의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사유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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