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에서 저자는 직감을 단련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직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는 주장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집중된 추상화, 몸의 감각과 감정의 울림을 인식하는 연습, 그리고 직감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실천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자기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특히 직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관점은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알게 된 점은 직감이 언제나 즉각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직감은 빠르게 떠오르지만, 그 해석과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저자는 직감을 느낀 직후 바로 결정하기보다, 그 직감이 어떤 유형인지 점검하라고 말한다. 이는 직감을 맹신과 훈련된 판단 사이에 위치시키는 태도이다. 나는 이 균형 감각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에서 몇 가지를 수정하고 싶어졌다. 먼저, 불편한 감각을 무시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정보의 양을 늘리기보다 정보의 질을 정리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직감을 느꼈을 때 그것을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그 신호가 어디에서 왔는지 관찰해보기로 한다. 직감은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알려주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례가 주로 글로벌 기업의 CEO나 엘리트 리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상의 소소한 선택에 대한 사례가 조금 더 많았다면 일반 독자에게 한층 더 밀착된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직감 훈련을 위한 실습 파트가 다소 개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스스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리더와 관리자, 분석에 지쳐 결정을 미루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싶지만 근거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특히 데이터와 감각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하나의 기준점을 제공할 것이다.
직감을 신비화하지 않고 직감을 해부하고, 단련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끌어내리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직감을 믿으라는 책이 아니라, 직감을 책임 있게 다루라는 책이라고 느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책이 말하는 직감은 감정이 아니라 훈련된 판단이며,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내면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