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방법에 있어서도 저자는 무작정 많은 내용을 보는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시험은 지식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부 역시 문제 해결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출 분석, 약점 중심 학습, 피드백 기록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을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이 부분은 이론보다 실제 수험 현장에서 검증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크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공부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룬다. 슬럼프, 계획 실패, 의욕 저하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시스템의 오류 신호로 해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공부가 잘되지 않는 날조차도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공부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을 줄이고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최종적인 결론은 분명하다. 합격은 우연이나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의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 공부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과정을 관리하며 결과를 점검하는 일련의 흐름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너무 개인적인 의지의 문제로만 여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했음에도 흔들렸던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분명히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목표 설정, 시간 관리, 기출 분석, 루틴의 중요성 등은 공부 관련 서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소재들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혁신적인 학습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각각 따로 보면 익숙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를 합격이라는 결과 중심으로 재배치하면서 불필요한 감정과 낭만을 과감히 걷어낸다. 공부를 열정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설계의 문제로 일관되게 밀어붙인 점은 이 책의 분명한 특징이다. 특히 공부가 안 될 때조차 시스템 점검의 데이터로 본다는 관점은, 단순한 자기계발식 위로와는 결이 다르다.
합격하는 공부는 시스템이다라는 제목은 다소 단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그 문장이 선언이 아니라 설명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도 결과 앞에서 좌절했던 사람에게 특히 의미 있는 안내서이다. 공부를 삶의 한 영역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형재의 제안은 충분히 현실적인 해답이 된다. 이 책은 독자를 놀라게 하기보다는 설득하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미 공부 방법론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새로움보다 정리된 복습서처럼 읽힐 수도 있다. 반대로 공부를 감정과 의지에만 맡겨왔던 독자에게는, 이 뻔함 자체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