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역시 AI와 SNS 환경이 결합되며 급증한 범죄 유형이다. 가해자는 온라인에서 연인 관계를 가장해 피해자의 감정을 조작하고, 금전적 피해를 유도한다. 피해자는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심리적 충격까지 겪게 되며, 대응이 늦어질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사이버수사대 신고, 금융기관 지급정지 요청,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 병행 등의 법적 대응이 권장된다. 특히 피해 발생 직후 증거를 확보하고 빠르게 신고하는 것이 피해 회복의 핵심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의 원리를 설명하거나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AI가 악용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특히 2026년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기본법'의 핵심 내용을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풀어내며, 독자가 기술의 수용자를 넘어 능동적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AI와 공존하는 사회에서 반드시 인지해야 할 제도적 토대를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특히 2026년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기본법’의 주요 조항들을 사례와 함께 설명하며, 독자가 단순히 AI 기술의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 있는 사용자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만든다.
법의 핵심은 먼저 인공지능 기술의 다양한 유형에 대해 정의를 명확히 하는 데서 출발한다. ‘고영향 인공지능’은 생명이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의미하며, 의료나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 활용되는 기술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인간의 창작물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기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인공지능사업자’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공하는 모든 주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이러한 AI 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년마다 ‘AI 기본계획’을 수립할 책임을 지며, 대통령 직속의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설치하여 정책 심의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다. 이러한 행정 구조는 매우 중요하며, 단지 법률의 형식적 장치가 아니라,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AI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책임과 규정이었다. 생성형 AI를 사용할 경우 해당 결과물이 AI에 의해 생성되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기술의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발생 가능한 위험을 식별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고영향 AI의 경우에는 그 기술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두기에는 위험성이 큰 영역이기에, 이러한 규정의 도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느꼈다.
더불어, 해외 기업의 책임도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일정 기준 이상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AI 기업은 반드시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AI가 국경을 넘는 기술인 만큼, 이러한 ‘국내 책임화’ 조치는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법적 감독과 제재 체계 역시 구체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필요 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AI 서비스가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중단이나 시정 명령도 가능하다. 이 모든 조항은 AI 기술의 남용을 방지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를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단순한 정보 습득 이상의 현실적 긴장감이 남는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물결 속에 휩쓸려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는 이러한 불안한 질문에 확실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알려준다. 특히 인공지능기본법을 통해 기술과 법, 사회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되며, 기술의 윤리적 기준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AI 기술을 맹목적으로 환영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건강한 회의와 숙고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기술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모르는 척’ 넘어가선 안 된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내딛는 데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