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이충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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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50대의 나는 이제야 철학이 ‘쓸모 있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삶을 관조하게 되는 나이. 그동안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기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어떻게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 거울이었다.

이충녕 작가의 이 책은 철학을 ‘아는 체’의 도구가 아니라, 삶을 해석하고 살아내는 렌즈로 제시한다. 책은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핵심 개념을 짝지어, 마치 사고의 지도를 그리듯 펼쳐 보인다. 플라톤의 이데아부터 니체의 초인, 그리고 헤겔의 시대정신까지—그동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내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헤겔의 ‘시대정신’ 개념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젊은 시절엔 위대한 개인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사람을 부른다는 말이 더 실감 난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시대 그 자체다. 시대는 준비되고, 그 흐름은 누군가를 통해 드러날 뿐이라고 전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떠올렸다. 기술은 인간을 앞지르고 정치는 신뢰를 잃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이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시대의 혼란과 변화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철학이라는 느린 사유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으로 바꿔놓는다. 플라톤의 이데아, 니체의 초인, 칸트의 정언명령 등 익숙한 이름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철학은 먼 학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가장 가까운 도구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이 쓸모 있는 사고'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것은 정답을 찾는 사고가 아닌, 질문은 품고 살아가는 태도라는 점이다.


또한 이 책에서 다뤄진 철학자 중 조지 버클리와 그의 핵심 개념인 관념론을 마주한 순간, 나는 문득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나무는 내가 보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보지 않아도 여전히 거기 있는 걸까? 이충녕 저자는 이 책에서 버클리의 사유를 '우리가 믿는 현실은 과연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독자 스스로 하게 만든다. 버클리는 물질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은 지각에 의존하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현대의 가상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놀라울 만큼 시의적절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뉴스, 필터를 입은 얼굴들... 이 모든 것이 '실재'라고 믿어도 되는 걸까?

이 책은 철학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고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시작점이 된 것 같다. 버클리의 관념론은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보고 듣고 믿는 것들을 다시 묻는 태도를 갖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철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선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철학 입문자에게도 친절하다. 복잡한 개념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독자가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철학은 결국 질문하는 삶의 태도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나를 다정하게 이끌어주었다. 철학 유튜버 '충코'의 경험을 녹여낸 친절한 해설과 대중적 설명력이 책 전반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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