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이 책은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우리의 시각 자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그러면서도 실용적 해답까지 제시하는 놀라운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자연은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며, 살아 숨 쉬는 존재이다. 이 책에서 엔리크 살라는, 자연을 그저 아름답다 여기는 감상의 대상으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생태계의 정교한 구조와 기능을 이야기하며, 결국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가장 본질적인 시스템으로 재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이 복잡한 생태적 그물망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저자는 인간을 자연 속 하나의 '종'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인간을 ‘초핵심종’이라 명명하며, 인간이 단지 생태계의 구성원이 아니라 그 구조 자체를 설계하고 재편할 수 있는 압도적 영향력을 가진 존재임을 강조한다. 초식 동물이나 포식자처럼 먹이망의 특정 층위를 차지하는 일반적인 핵심종과 달리, 인간은 산업화, 도시화, 농업, 에너지 개발을 통해 전 지구적 스케일에서 생물권의 질서 자체를 바꾸는 유일한 생물이다. 그러나 그 힘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을 동반한다.
우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도 마땅한 도덕성과 윤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순환 공동체’의 일부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공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연을 소모하지 않고 순환시키는 시선, 인간이 자연을 조율하거나 정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큰 시스템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시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단지 개인의 철학이나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 과학과 문화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여겨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을 생태계 구조를 설계하고 재편하며 대규모로 변형시킬 수 있는 ‘초핵심종’으로 규정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농업, 산업, 도시화 등으로 자연을 설계하고 재편하는 인간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책임이 동반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자연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윤리적 전환이 절실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1991년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의 실패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이 인공 생태계를 만들려 했던 이 실험은 식량 부족, 산소 고갈, 생물 멸종 등의 문제로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자연을 대신할 수 없다. 자연은 인간이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겸허히 그 일부가 되어야 할 거대한 순환체계다.
저자는 다양한 실례를 통해 자연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수십 년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던 아타카마 사막이 비 한 번에 꽃으로 뒤덮이는 장면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씨앗은 묻혀 있던 땅 밑에서 수십 년을 버틴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 신비는 인간이 가진 어떤 공학보다 정교하며 깊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통찰도 날카롭다. 엔리크 살라는 숲을 단일 작물 농장으로 바꾸는 인류의 행위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생태적 퇴보'임을 지적한다. 다양성 없는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니다. 자연을 설계하고 변형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인간은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엔티크 살라는 그들에게 ‘초핵심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은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수반하며, 자연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인간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존재가 되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