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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ㅣ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평점 :
예전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들의 다양한 판본들은 그냥 대제목 '1부, 2부...'순으로만 차례가 적어있었습니다.
더구나 자서전이라서 '자신의 일'을 직접 서술하는 구조라 읽다 보면 누군가의 인생을 그냥 듣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서에 목적의식을 갖추기가 매우 곤란했습니다.
'현대 지성 클래식 43'으로 나온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의 경우는 소제목까지 있어서 독서하는 데 나름 목적의식을 갖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흔히 교과서에서 '피뢰침 개발자'로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자수성가한 자본가였습니다.
왜? '자본가'라고 표현하냐면 그를 '저속한 자본주의자'로 평가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회 입성 했을 당시, 자신의 아들에게도 일을 주었고, 공적인 업무를 받아 해당 인쇄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쇄소에 맡겼습니다.
다만 선의를 가지고 공정하고 공평하게 정당한 대가로만 일을 했다는 게 다른 점일 것입니다.
현재도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자주 거론되는 '이해충돌 원칙'이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정확하게 적용됩니다.
이게 본인의 자서전이라서 좋게 썼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이 '저속한 자본주의자'라는 평가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종이와 디지털로 다 써본 나로서는 상당한 굴욕감을 얻었습니다.
1달 정도는 아주 성실하게 점검을 했지만 계속 지속하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거의 부처님, 예수님 정도는 되어야 이걸 완수할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요.
다행히 자서전에서도 이것을 만든 벤저민 프랭클린도 1년에 4번 정도 13가지 덕목을 점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벤저민도 13가지 덕목을 1년에 4번 점검했다가, 1년에 1번 점검했고, 때에 따라서 공적 업무가 많을 때는 몇 년 동안 점검하지 못했다는 소회가 적어 있었습니다.
'벤저민 조차도 프랭클린 플래너'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자서전을 통해서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개신교 청교도인이 어떻게 이렇게 진취적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갔는지 의아스러웠습니다.
모든 걸 '신의 뜻'이라고 치부하는 개신교 신자라면 쉽지 않을 선택과 결정들이 많았습니다.
책에 벤저민은 어느 교파에 속하지 않는 '이신론자'였습니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긴 했지만 더는 관여하지 않고 우주는 자체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라고 보는 사상 주의자였습니다.
그래서 벤저민의 삶에는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했고, 능동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이 코로나 백신 관련 이슈로 혼란스러울 때 어느 개신교인이 '자신은 예수님의 피로 부음을 받아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백신을 안 맞습니다'라고 말하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습니다.
벤저민 같은 미국 개신교인이 있다는 것에 상당한 의구심이 생기는 계기였습니다.
다만 '이신론자'인 벤저민의 삶에서 다양한 교파의 개신교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로 다양한 관점을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개신교 던커 파(독일계 침례교)와의 일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신교 교리는 상황에 따라서 교인들을 구속하고 시대를 못 따라가게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종교가 그런 굴레에 있습니다.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종교는 불교와 독일계 침례교 던커파가 유일할 겁니다.
불교의 경우 수행자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도 죽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교리와 계율, 관습 등 모든 걸 물리 칠 수 있습니다.
던커파에 대한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던커파는 자신의 교리와 관련 없는 교리와 관습으로 비난받는다는 불평을 벤저민에게 했습니다.
벤저민은 새로운 종파라면 의례 겪는 일이니 그들의 교리와 규율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라고 조언합니다.
던커파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처음 조직을 꾸렸을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습니다.
한때 진리라고 존중했던 교리가 잘못된 것이고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던 교리가 오히려 진리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지요......"
"... 우리가 신앙 고백을 글로 표현해 인쇄해둔다면 그 순간부터 문서화된 고백에 묶이고 구속될 것이며 더는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후손은 그것에 더더욱 구속되어 그들의 조상이며 종파의 창시자로서 우리가 행하고자 한 것을 신성하게 생각하며 그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벤저민은 던커파의 입장을 듣고 '던커파의 겸손함은 인류 역사상 유일한 사례일지도 모른다'라고 평했습니다.
예전에 정해진 규율에 묶여 시대와 맞지 않는 계율로 인해서 그 후손 종교인들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슬람교,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불교 조차도 수행자를 제외한 불교 신자들은 그런 구속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신교의 한 종파인 '던커파'의 이런 유연한 생각은 '탈무드급 격언'이었고, 이것을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절제와 근면과 자립'의 미덕을 강조한 진취적인 '모든 양키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완성된 인간이었습니다.
벤저민이 정말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도 있습니다.
벤저민의 결혼한 친구가 부인을 떠나 외지로 갔을 때 함께 가서 같이 지내면서 친구가 알게 된 부인을 금전적으로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벤저민은 그 지위를 이용해 그 부인과 성관계를 가지려다 거절당하고 그 부인이 친구에게까지 그 사실을 알려 그 친구와 절교 했던 일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에 심취하여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대화법을 곧잘 사용하던 벤저민은 간혹
상대방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나중에 자신도 비슷하게 비난받고 나서 말싸움과 토론에서 이겨도 결국 감정이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는 '데일 카네기식 인간관계론' 비슷한 이치도 배우게 됩니다.
그러한 반성에서 나온 게 바로 '12가지 덕목'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13번째 덕목인 '겸손'은 없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덕목인 '겸손'은 능력이 세상에 드러날수록 인간 본연의 천성인 '자만심'이 자라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자만심'은 상대로 하여금 '잘난 체'로 인식돼서 '호의적인 마음'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합니다.
그 '겸손'의 덕목을 체화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언쟁이나 논쟁을 삼가했고, 단정적인 언행을 기피하고 원만한 관계로 인간관계를 주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의 확장성이 닫히는 주된 원인이 바로 '겸손의 결여'라는 걸 주변이나 여러 책에서 봤는데, 벤저민 조차도 그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이런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보니 향후 몇 년후에 또 읽어봐야 할 양서이자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현대지성 클래식' 책 표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과 적당한 저항감이 있는 속지 촉감은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재질의 종이였습니다.
이 부분은 현대지성 출판사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