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기반 뼈 때리는 팩폭, 돈의 인문학
조던 김장섭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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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꽤 불편했다.

한국 사회를, 한국 사람들을 지나치게 단정 짓고 몰아붙이는 듯한 문장들도 있었고,

투자와 돈에 대해 너무 확정적으로 말하는 태도는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책장을 덮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불편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정확하게 현실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 ‘현실기반 뼈 때리는 팩폭’은 과장이 아니었다. 정말로 작정하고 뼈를 때린다.

그것도 아주 쎄게......


<돈의 인문학>은 단순한 투자서가 아니다.

조던 김장섭은 이번 책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보다

‘돈이 인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사업과 자영업의 냉혹한 현실을 짚으며,

대부분의 사람에게 남는 선택지는 투자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투자는 욕망이나 도박이 아니라,

인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한 시스템 - '메뉴얼'이다.


저자는 20대에는 학벌, 50대에는 재산, 80대에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미래가 불안한 이유는 막연하기 때문이며,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라고 단언한다.

이 관점은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날카롭다.


돈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운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와 구조의 문제로 끌어내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위로 대신 책임을 요구한다.

불편함은 바로 여기서 생긴다.

하지만 변화는 늘 불편함에서 시작된다는 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세계 1등,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

다만, 책을 읽으며 계속 걸렸던 부분도 있다.

저자는 미국 달러와 미국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반복한다.

혁신은 앞으로도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며,

달러를 대체할 자산은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은 관세 문제, 이민 정책 갈등,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적 긴장, 그에 따른 국채 매도 움직임과 증시 변동성 등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미국 투자’라는 메시지는 다소 단선적으로 느껴진다.


장기적 관점의 시스템 투자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는 보다 유연한 해석과 분산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 그래서 다시 '매뉴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기에 저자의 '매뉴얼'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저자의 핵심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다.

지금처럼 국제 정세가 불안하고 시장이 공포에 질려 폭락하면(나스닥 -3%),

매뉴얼대로 현금화해서 리스크를 피하면 된다.


세계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본은 결국 가장 힘세고 혁신적인 곳으로 흐른다.

지금의 하락장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어쩌면 더 싸게 1등 주식을 모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편은 지금의 미국 상황을 투자 기회로 보는데, 저자의 주장과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다.)


<돈의 인문학>은 친절한 책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불편한 생각을 일부러 꺼내 놓는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비로소 제대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투자를 왜 두려워하는지,

왜 늘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리고 내 인생에서 돈은 목적이었는지 수단이었는지를.


뼈를 맞은 듯 아프지만,

그 통증이 지나가고 나면 적어도 ‘돈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는 이전과 달라져 있다.

이 책은 위로가 아니라 각성을 원할 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뼈맞고 제대로 돈 공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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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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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오지 않을 거면, 엉덩이에 구멍 같은 건 필요 없지 않나."

엉덩이의 존재 이유를 이토록 절박하게 설득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이건 무네제약의 변비약 광고 카피다.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카피 한 줄에 웃음이 터지고,

평범한 문장에 눈물짓게 만드는 광고 카피.

<일본 광고 카피 도감>은 카피라이터인 오하림 저자가

18년 동안 수집한 9,000개의 일본 광고 카피 중,

뇌리에 깊게 박힌 70개를 엄선해 모은 ‘문장 보관소’다.




이 책은 단순한 광고 문구 모음이 아니다.

각 카피의 배경, 기획자 전략, 그리고 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깊이 있게 분석한다.

저자는 "모든 마음은 카피할 수 있다"는 테마로 일상의 감정을 세련되게 '번역'하는 법을 풀어낸다.


카피를 단순 마케팅 도구가 아닌,

잊힌 진실을 깨우는 '언어의 마법'으로 재해석하며,

평범한 단어가 어떻게 비범한 통찰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그 인생 - 말하면 설교, 쓰면 문학.

그 일상 - 생각하면 평범, 쓰면 문학.

그 청춘 - 말하면 건방, 쓰면 문학.

그 불만 - 말하면 푸념, 쓰면 문학.

테마는 당신 안에.“


문학상의 개최를 알리는 포스트 카피는 당장이라도 펜을 들고 싶게 만들고,


"친구로 올라가, 연인으로 내려왔다"

단순한 관광 전망대였던 도쿄 스카이트리 발렌타인 광고 카피는 썸타던 이들을 그곳으로 집결시킨다.


특히 나를 가장 울컥하게 만든 건 후쿠오카의 다이묘 초등학교 폐교 기념 광고였다.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란다."

올 3월, 다이묘 초등학교는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많은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처럼 말이죠.

우리는 평생 다이묘 초등학교의 아이로 살 테니까요.

부디 여러분,

여기에서 배운 많은 것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도록 하세요.

이것은 모교로부터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오늘은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140년간 고마웠어. 다이묘 초등학교.


사라지는 학교가 졸업생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숙제라니.

마치 어린 시절 알림장을 다시 받는 기분이었다.

‘끝’을 ‘복습’과 ‘숙제’라는 단어로 치환하는 순간,

폐교는 단순한 사라짐이 아니라 영원한 배움의 공간으로 남게 된다.

눈물이 핑 돈다.

저자의 말처럼, 평범한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울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같은 풍경도 어떤 단어를 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지루해 보이는 일상도,

스쳐 지나가는 뻔한 감정도

저자의 시선을 빌려 다시 읽으면 근사한 '한 줄'이 된다.


이 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말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말을 수집해 둔 도감이다.

문장 수집을 즐기는 사람,

혹은 무심코 지나쳤던 마음의 소리를 정확한 언어로 포착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주변의 평범한 것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곁에 두고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마음을 읽는 사전처럼 수시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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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성실 지음 / 초록서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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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봐. 이게 진짜라면 세상에 밝혀야 하지 않겠어?"

모르겠다.

정말로 밝혀야만 하는 건지.

진실이라고 해서 꼭 밝혀질 필요가 있는 건지.

세상에는 어쩌면 밝히지 않는 편이 더 나은 사실도 있지 않을까?


살아남기 위해,

더 이상 다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과 귀를 닫아버린 열여섯 살 청이.

나라면 이 불편한 진실 앞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도가니》를 잇는 2026년 문제작,

소설 <있었다>이다.




차오름보육원의 추악한 민낯이 세상에 드러났다.

원장은 구속되고 시설은 폐쇄된다.

사람들은 이를 '정의 구현'이라 환호하지만, 그 시선은 어딘가 비틀려 있다.

대중은 원장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 사실 그 자체보다,

피해 아동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묘사하는 자극적인 기사에 더 열광하고 집중한다.


그 소란 속에서 아이들의 삶은 철저히 무너진다.

보호라는 명목하에 뿔뿔이 흩어지고,

학교에서는 호기심 어린 잔인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주던 것들은 언제나 이렇듯 쉽게 사라진다. 내가 태어난 집이 그랬고, 차오름보육원이 그랬으며, 지금은 이 보잘것없는 노란 텐트가 그렇다."


주인공 청이는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가 없다.


"여기서 겪은 일들 모두 나를 도와준다는 그 '어른들'이 저지른 일이니까. 지금은 상냥해 보이는 저 눈이 얼마나 징그럽게 변하는지 나는 안다. 그래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청이는 이 모든 기억을 덮고 철저한 방관자로 남으려 한다.

하지만 한 피해 아동의 인터뷰는 그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저 말고 또 있었어요."


단순한 피해자 진술처럼 들리는 이 말에 청이는 극도로 동요한다.

도대체 청이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우리가 몰랐던 충격적인 진실,


청이는 바로 그곳의...... 였다.


아이들의 비명을 활자로 읽어내리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아무리 잔혹한 스릴러도 무덤덤하게 넘기는 나지만,

아이들의 여린 살결에 새겨진 상처만큼은 도무지 똑바로 응시하기가 힘들다.

그래서일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던 《도가니》조차 나는 차마 펼쳐들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소설 <있었다>를 덮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외면하려 했던 건,

소설 속의 끔찍한 묘사가 아니었다.

그 차가운 방, 닫힌 문 뒤에 분명히 실재했던 '아이들'이였다.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어른이 가장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버린 현실.

그 모순 속에서 아이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보호 대신 처참한 희생을 강요받았다.


이 책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상처 입은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나아가는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특정 사건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때론 우리도 불편한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봐야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용기 내어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청이처럼 청소년 독자들도 용기를 내어 보라고 응원한다.

우리가 용기를 냈을 때 달라지는 세상을 마주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우리가 진실을 직시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과거형의 '있었다'가 아닌,

현재형의 '있다'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쉴 수 있을 테니까.


진실의 무게가 버거워 주저하는 당신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펼쳐보라 권하고 싶다.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사죄이자 유일한 희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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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
홍익희 지음 / 책과삶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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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가라, 도로시.

그러나 그 길이 안전하리란 보장은 없다.”


어릴 적엔 그저 동화 속 대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문장은

우리가 걷고 있는 ‘돈의 길’을 정확히 설명하는 말처럼 들린다.


노란 벽돌길 위를 걷던 도로시처럼

우리는 지금 신뢰라는 이름의 길 위를 걷고 있다.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정말 안전한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 채로.




《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은

〈오즈의 마법사〉를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화폐와 권력의 은유로 다시 읽게 만든다.


노란 벽돌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금본위제’의 은유였고,

오즈(Oz)는 금의 무게 단위 온스(oz) 를 가리킨다.

즉, 이 동화는

“무엇을 돈으로 믿을 것인가”를 둘러싼

화폐와 권력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오즈’를 믿고 있을까?

국가와 중앙은행, 카드사와 플랫폼, 보이지 않는 서버와 알고리즘.


우리는 그들을 믿고 돈과 정보를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쿠팡, 엘지카드등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그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신뢰를 중앙에 맡기는 구조는

과연 안전한가?”


2008년 금융위기 한복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이 여덟 쪽짜리 문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사토시 나카모토.

그는 국가나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돈의 신뢰를 사람이나 기관이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규칙과 기록에 맡기도록 설계했고,

그 결과 비트코인은 중앙의 통제 없이도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되었다.


*초기 비트코인은 '정부가 감시하지 못하는 자산'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이유는 댓글에서)


그렇다고 저자는 비트코인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묻는다.

신뢰를 기술로 옮긴다는 것은 정말 더 안전한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위험을 만드는 건 아닐까?

우리는 편리함과 통제, 자유와 안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을 떠올리면,

이 질문들은 이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처럼 다가온다.


“돈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지금 벌어지는 디지털 화폐 전쟁 역시

그 신뢰를 누가,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다.”


조개껍데기에서 로마의 금화,

닉슨 쇼크 이후의 달러,

그리고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까지.


이 책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경제 이야기가 낯선 독자에게도

3,000년 동안 변화해 온 화폐의 역사를

영화와 문학을 통해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고민이 많아졌다.

부동산, 주식, 코인...

내 자산을 믿고 안전하게 투자하고 보관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우리는

편리함을 믿고,

속도를 믿고,

플랫폼을 믿고,

숫자를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이

과연 나의 삶을 지켜주는 신뢰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권력과 시스템을 유지하는 믿음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보이지 않는 돈은 쓰는 감각도, 가치의 무게도 쉽게 잊히게 만든다.

이 책은 그 무감각해진 감각을 다시 깨우며

돈을 벌기 전에, 투자하기 전에,

‘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부터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었다.


📌 2026년 이 책이 필요한 이유

재테크를 결심했다면 정보보다 먼저 필요한 건

판단의 기준이다.

《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은

어디에 투자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신뢰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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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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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지 못하면 1등 빼고 다 그만둬야 하나요? 그냥 하면 안 돼요?"

멈추는 법을 몰랐던 우리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법, 《체이스》 


0.001초의 승부.

남들보다 빨라야만 살아남는 세계.

F1 데뷔를 목전에 둔 레이싱 유망주 '재희'의 삶은 오직 속도와 기록뿐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는 그녀의 트랙을 산산조각 냈다.

'발가락 감각 이상'. 레이서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판정을 받고, 그녀는 도망치듯 엄마의 고향 '가로도'로 향한다. 


더 이상 핸들을 잡을 수 없는 레이서가 도착한 낯선 섬.

그곳에는 느리게 흐르는 바다와,

서툴지만 반짝이는 눈을 가진 드론부 아이들이 있었다.


땅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던 재희는 그곳에서 비로소 하늘을 나는 법,

아니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속도를 줄일 줄 알아야 했고, 많이 배우기 위해서는 더 많이 실수해야 했었다."

"변하는 건 용기예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문 건,

치열한 레이싱 장면이 아니라 서툰 아이들과 재희가 나누는 대화들이었다.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믿었던 재희에게, 닮이 묻는다.


잘하지 못해도, 그냥 좋아서 하면 안 되냐고.

그 무해한 질문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닳아버린 내 마음까지 툭, 건드렸다. 


특히 태오에게 건넨 재희의 마지막 말은 마치 나에게,

그리고 내 딸에게 하는 말 같아서 한참을 먹먹하게 읽었다. 


🔖 "지금 당장 좋아하는 거 없어도 괜찮아. 앞으로 다가올 모든 순간을 기회라고 생각하면 그게 뭐든 언젠가 널 찾아오지 않을까?" 


사실 나는 늘 "꿈이 없다", "하고 싶은 게 없다"며 투덜대는 딸아이를 보며 답답해했었다.

'한창 좋을 때인데, 왜 벌써부터 헬조선이니 뭐니 하며 꿈조차 꾸지 않을까.' 그런 아이의 모습이 무기력해 보여서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 속 재희의 말을 듣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정곡을 찔린 듯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꿈이 있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다.

아직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한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로 속도를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레이서 복귀 앞 트라우마 속에서도 태오를 다독이던 재희의 말은,

꿈을 강요받던 딸아이에게도, 그리고 자식 걱정에 조급했던 나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는 건 이유도 모르며 불분명한 선택지로도 괜찮은 거니까. 


이 책은 말한다.

꿈의 모양은 변할 수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가장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것 또한,

다음 트랙을 위한 가장 단단한 준비일 테니까. 


속도에 지쳐 잠시 멈춰선 당신에게,

그리고 아직 자신의 트랙을 찾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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