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 - 두려움을 다스리고 나를 알아차리는 불교 심리학 공부
페터 베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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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불안은 몇 가지나 되는가?

사랑받지 못할까 불안하다.

잘하지 못할까 불안하다.

실패할까 불안하다.

혼자 남게 될까 불안하다.

아플까 불안하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불안하다.

비난받을까 불안하다.

거절당할까, 뚱뚱해질까, 상처받을까, 후회할까........ 불안하다.


단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는 흔히 불안을 없애야 할 부정적인 감정, 싸워서 이겨야 할 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명상 코치인 페터 베르는 신간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에서 "불안은 삶이 보낸 초대장"이라며, 불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수천번의 공황 발작을 겪으며 오랜 고통 속에서 사투를 벌였던 저자는 심리학과 불교 공부, 그리고 명상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불안에서 나오고 싶다면 불안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야 한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피하려 할수록 불안은 뇌의 경보장치를 더 세게 울리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와 불교의 사성제(고집멸도)를 결합하여 불안을 극복하는 4단계 행동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고(苦): 불안한 상태임을 알아차리는 것

집(集): 불안의 원인이 욕망과 생각의 과잉임을 깨닫는 것

멸(滅): 불안은 실체가 없으며 생각과 감정의 사슬을 끊으면 평온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도(道): 마음챙김을 통해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삶을 달라지게 하는 것


여기에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처법도 소개한다.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구명줄 질문 던지기', 불안한 생각에서 벗어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감사 산책', 호흡에 집중하며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마음챙김 호흡'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나의 경우, 맡은 일을 끝까지 완벽하게 완수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이 유독 큰 편이다. 일을 그르치는 상황에 대한 상상은 솔직히 어젯밤 가위에 눌려 귀신을 본 것보다 훨씬 더 큰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억지로 생각을 지우려 애썼는데, 책에서 말한 명상과 마음챙김 가이드에 따라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관찰해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불안은 미래의 경험을 피하려는 저항이다"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 것>은 단순히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통해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진정으로 충만하고 본질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침서다. 불안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면 완전히 새롭고, 더 의식적이며 진정으로 충만하고 본질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저자의 당부가 깊은 울림을 준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맨날 불안 녀석한테 멱살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밤마다 이불킥 시전하는 삶은 이제 그만 청산하자.

불안이라는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눈물 콧물 짠물까지 다 들이켜지 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파도 위에 서핑보드 하나 척 얹고 폼 나게 올라타 보는 거다.

타다가 좀 미끄러져서 물 냅다 먹으면 또 어때? 우리에겐 책과 또 함께하는 북스타 친구들이라는 아주 튼튼하고 빵빵한 구명튜브가 있는데!

자, 오늘 밤엔 나를 지키느라 유난 떠는 내 안의 불안에게 여유롭게 윙크 한 번 날려주고, 다들 두 발 뻗고 꿀잠 자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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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 - AI부터 양자역학, 청색기술까지, 오래된 상상력의 비밀
이인식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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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액정 AS를 받아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수리 비용에 차라리 폰을 바꾸고 말지라며 발길을 돌린 적도 있겠지만, 만약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화면에 금이 생겼을 때 화면이 스스로 복원하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이는 마법이 아니라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자연 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는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가져올 머지않은 현실이다. (빨리 이 기술이 적용되면 너무 좋겠다는.. 내 폰 지켜~)


우리는 흔히 이러한 인공지능, 신소재,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 기술이 21세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등장한 과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류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연결고리를 밝혀주는 책이 바로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 이인식 저자의 신작, 『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이다.


이 책은 그리스, 중국, 이집트, 북유럽 등 고대 신화 속에 담긴 인류의 상상력이 어떻게 오늘날의 과학기술로 피어났는지 흥미롭게 추적한다. 각 장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청색기술과 신소재: 앞서 언급한 스스로 복원하는 기술이나 강철보다 강한 신소재의 아이디어는 거미와 누에의 신화 속 생체모방공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복잡하고 빠져나오기 힘든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현대 자율주행과 AI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과 원리적으로 맞닿아 있다.

빅뱅 우주론과 나비효과: 중국 창세 신화에서 거인 반고가 쪼갠 '우주의 알'은 천물리학의 빅뱅 이론을 똑같이 닮아 있으며, 태초의 혼돈(카오스) 신화에서는 현대 복잡성 과학의 '나비효과'를 읽어낸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영생을 향한 인류의 욕망이 투영된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영원불멸을 소망한 고대 이집트의 미라 처리 기술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시체의 부패를 막는 여러 방법으로 발전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인체 냉동보존술이다. 몸에 있는 피를 다 뽑아내고 온몸의 털을 제거한 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혈액을 모두 퍼낸 자리에는 특수 액체를 집어넣어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처리한다. 이후 냉동보존실로 옮겨 특수 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 뒤 액체질소로 급속 냉각시킨다.


놀랍게도 이 보존 재단을 설립한 회장 본인 역시 106번째 고객으로 현재 냉동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과연 냉동인간들은 훗날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결과를 과연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이렇듯 첨단 미래 기술이 이미 고대 신화 때부터 인간이 먼저 그려본 미래였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대단히 흥미롭다. 저자가 깊게 파고든 고전의 흔적들을 읽다 보면, 마치 고대인들이 미래를 훤히 예측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인들에게 몰래 메시지를 남겨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신화는 허구가 아니라, 인간이 가장 먼저 그려본 미래다!"


책을 덮는 순간 이 카피가 완벽하게 이해된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선으로 절묘하게 이어지며 맞아떨어지는 서사는 책을 읽는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포인트였다.


단순히 신화를 과학에 재미로 끼워 맞추는 것을 넘어, 이 책은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이라는 인류의 절실한 과제에 대해 자연을 모방하는 '청색기술'이라는 명확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한다.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 어떻게 과학으로 실현되었는지, 그 경이로운 지적 탐험을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신화가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인류의 미래가 시작됨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질문하나, 만약 수백 년 뒤 온전하게 눈을 뜰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기꺼이 액체질소 풀장에 뛰어들어 냉동인간이 될 생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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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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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노인네는 왜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공짜로 나눠주고 난리람? 수상해도 너무 수상해. 🤔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내 솔직한 심정이랄까. 낯선 노신사가 카페 벽에 걸린 연필 초상화 92점을 몽땅 사들여서는, 그림 속 주인공들을 찾아다니며 아무 대가 없이 돌려준다니? 매사 분석하기 좋아하고 의심병 많은 내게, 요즘 세상에 이런 '무한 친절'은 행운의 편지보다 더 경계해야 할 수상한 일이었다. 🤨


배경은 미국 남부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소도시 '골든'. 어느 날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노신사 '테오'가 나타난다. 그는 마을의 한 카페 벽을 가득 메운 92점의 연필 초상화를 유심히 보다가 묘한 결심을 하게 된다. 뛰어난 솜씨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걸려있던 이 그림들을 전부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은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상화 속 얼굴의 진짜 주인공이나 그 가족을 수소문해 찾아낸 뒤, 마을 중앙의 벤치로 초대해 그림을 하나씩 돌려주는 일. 아내를 잃고 아픈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 수십 년간 후회 속에 살아온 여인,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 용사,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은 청년까지. 테오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들의 숨겨진 사연을 묵묵히 들어준다.


그렇게 잃어버린 얼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상처와 후회로 앙상했던 골든 마을에는 조금씩 따뜻한 금빛 물결이 번져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테오는 왜, 무엇을 위해 이런 수고로운 친절을 베푸는 걸까?


"왜 이런 걸 하는 겁니까? 아저씨 누구예요? 나 어떻게 알아요?" (캔드릭의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ㅋㅋ)


재미있는 건 책 속의 인물들도 처음엔 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거다. 대가 없는 선의에 경계심을 품고 의심의 눈초리로 테오를 바라본다. 심지어 그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만약 무조건적인 감동만 강요했다면 자칫 유치한 동화로 끝났겠지만,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들 덕분에 이야기가 훨씬 더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무엇보다 압권은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

분명 가슴 따뜻해지는 힐링 소설이라고 알고 펼쳤는데, 결말에 이르러서는 "잠깐, 이거 스릴러였나?" 싶어 다시 한번 앞표지를 들춰봤을 정도다. 다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왜 그렇게 놀라워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대가 없는 선의,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경청, 그리고 서로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공동체의 유대감. 작가는 좋은 예술이란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며, 한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정하게 대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테오를 통해 보여준다.


"92점의 연필 초상화, 이 그림 속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모든 얼굴은 하나의 이야기니까요."

책 뒤표지 문구를 읽다가 거울에 비친 내 팍팍한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나이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내 초상화 장르가 '분석과 불만의 스릴러'가 되면 곤란하니까. 🤣 오늘부터라도 다정하고 따뜻함 한 스푼 덜어봐야 아니.. 추가해야겠다.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도파민 콘텐츠들에 지쳐있다면, 슴슴하지만 묵직한 감동에 얼얼한 마라맛 반전이 제대로 더해진 이 소설을 꼭 만나보길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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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화 클럽
허안나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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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글해진 파김치들이여. 만화와 함께 영혼의 주름을 펴자!”


내 독서의 첫 시작은 만화책이었다. 만화책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늘 책을 곁에 두는 독서인으로 자라지 못했을 만큼, 만화는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던 날이 생생하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집어 든 건 일본 만화였는데 제목이 '뛰뛰빵빵'이었다. (아주 순박한 초딩이 고를 법한 너무 귀여운 제목이지? ㅋㅋ) 그걸 시작으로 나의 본격적인 덕질이 불타올랐다. 이미라 작가님의 《늘 푸른 이야기》 속 푸르매를 앓기 시작해서, 원수연의 《풀하우스》, 천계영의 《오디션》,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윤미경의 《하백의 신부》,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까지... 아, 나 정말 밤새 말하고 싶은데 누가 날 좀 말려줘! 🤣


그래서인지 만화 덕후였던 나에게, 스스로를 '만화 그리는 사람'(만화가라는 말은 왠지 어색하시다는 작가님)이라 부르는 허안나 작가의 에세이 《파김치 만화 클럽》은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너무나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은 작가님이 인생의 거대한 고비들을 한꺼번에 맞닥뜨렸던 시절에서 출발한다. 전세 사기를 당하고, 코로나는 터지고, 사랑하는 반려묘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말 그대로 기력을 다 잃고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쭈글쭈글해진 그 힘든 시기에도 언제나 곁에 있던 '만화' 덕분에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화로 위안을 얻던 작가님은 자신과 비슷한 파김치들을 모아 '파김치 만화 클럽'을 만들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만화를 읽고 감상을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주름을 펴나간 다정한 기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클럽에서 함께 읽은 《룩 백》, 《루브르의 고양이》, 《연기수업》, 《주말엔 숲으로》 같은 명작들은 물론, 작가님의 삶을 지탱해 준 인생 만화들이 경험담과 엮여 펼쳐지는데, 읽다 보면 당장 만화책을 잔뜩 쌓아두고 귤 까먹으며 읽고 싶어진다. (허안나 작가님이 제발 봐달라고 목놓아 외쳤던 닉 드르나소의 <연기 수업> 바로 대출 신청함)


누구나 살다 보면 마음의 바닥에 모래알이 구르는 것 같고, 흐느적흐느적 파김치가 되는 날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섣부른 응원이나 뻔한 위로 대신 이렇게 말준다. 지쳐버린 채로도 괜찮다고. 파김치라도 괜찮다고. 쭈글해진 채로도 무언가를 푹 좋아하는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갓 담근 파김치도 맛있고, 새콤하게 익은 파김치도 맛있지 않은가.

대단한 성공이나 극적인 반전이 없어도, 내 안의 축축한 이끼 숲을 햇볕에 말려주는 한 편의 만화와 하나의 문장이면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만화 속 주인공들은 늘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않던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쭈글쭈글한 우여곡절 뒤에도 분명 근사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인생의 고비 앞에서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있다면,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그때의 마음을 다시 소환해 보자. '좋아하는 마음'이 가진 묘약 같은 힘을 믿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우리 다 같이 좋아하는 만화책 한 권 품고, 얼굴 주름과 함께 영혼의 주름 한번 쫙쫙 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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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 관계, 마음, 나를 만나는 어느 심리학자의 인생 수업
이서원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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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에 잔뜩 체한 날,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심리학자의 문장들.


요 며칠, 머릿속이 유독 시끄러웠다. 풀리지 않는 고민과 꽉 막힌 스트레스로 조바심이 극에 달해 있던 참에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책 뒤표지의 문장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우리는 100년이란 시간을 달리는 기차 여행의 승객이다."


묘하게도 이 평범하고 담담한 비유 한 줄에 팽팽했던 마음의 줄이 스르르 풀렸다. 무작정 책을 펼쳐 목차의 소제목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잘 벼려진 명언집 한 권을 씹어 삼킨 듯한 묵직한 포만감이 밀려왔다.


30년간 3만 명의 마음을 들여다본 심리학자 이서원의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의 소음에 휩쓸린 현대인들에게 단호한 처방을 내린다. 남의 이야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감정조차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의 세계'로 건너오는 가장 확실한 도구로 '글쓰기'를 쥐여준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유독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파고든 문장들이 있다.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눈을 들어 하늘을 봐도 푸른 하늘이 기적이고, 눈을 내려 땅을 봐도 붉은 흙이 기적인데, 나는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어떤 기적도 없다고 믿으며 시시하게 삶을 살아왔구나. 삶이 시시한 것이 아니라, 삶을 시시하게 사는 내가 있을 뿐이었구나."


이 문장을 읽고 생각해 보니, 내 곁에 당연하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실은 기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거대하고 눈부신 성과를 거머쥐어야만 행복이라 믿으며, 일상의 작고 평범한 조각들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것이다. 일상의 무감각함을 예리하게 찌르는 이 성찰은 메말랐던 마음에 깊은 파동을 일으켰다.


더불어, 완벽주의에 빠져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조언은 든든한 위로가 된다.


"매일 쓰려고 하지 마세요. 바빠서 중간에 몇 주 혹은 몇 달을 쓰지 못해도 그만두지 마세요. 1년에 하나를 쓰더라도 괜찮으니 계속 써나가세요. 어쨌든 쓰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책에는 이처럼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이 등장한다.

내가 문제를 내고 내가 답을 쓰는 다섯 줄 글쓰기

속마음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

주고받는 글쓰기 대화 수첩

범사에 감사하는 기념일 노트

시간 날 때마다 글쓰기, 시기

사물이 알려주는 인생의 이치, 그림과 글쓰기

따라 하다 닮아가기, 따라쟁이 글쓰기 등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방식은 '내가 문제를 내고 내가 답을 쓰는 다섯 줄 글쓰기'였다. 고작 다섯 줄이니 금방 쓰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쥐어짜 내는 과정은 엄청난 고민의 연속이었다. 긴 글쓰기보다 짧은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글쓰기의 막막함을 덜어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위로를 받으며 책장을 넘기다, 뜻밖의 반가운 대목과도 마주쳤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시선, 전문가와 글쓰기' 파트에서 예전에 직접 마케팅을 진행했던 이서원 작가와 이명숙 변호사의 공저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한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계속 써나가라던 저자가, 실제로 다른 전문가와 각자의 언어로 치열하게 하나의 사건을 조망하고 기록해 나갔던 과정이 담겨 있어 묘한 내적 친밀감마저 느꼈다.


저자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기술이 아니다. "치료는 밖에서 안으로 약이 들어오는 것이고, 치유는 내 안의 상처가 밖으로 나가 스스로 약을 바르는 것"이라는 통찰처럼, 글쓰기는 엉킨 속내를 가장 안전하게 꺼내어 스스로를 돌보는 치유 의식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하루 다섯 줄이어도 충분하다. 아침에는 날것의 감정을, 밤에는 깊어진 사유를 나의 언어로 정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는 단단한 닻이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져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그러나 내 감정을 똑바로 응시하고 가장 정직한 '나의 언어'로 뱉어낼 때, 비로소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쇼윈도에 전시된 타인의 서사에 주눅 들거나 휩쓸릴 필요 없다. 타인의 삶을 구경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방치해둔 이들에게, 이제 그 소음을 끄고 텅 빈 나만의 인생 노트를 펼쳐 스스로를 치열하게 파고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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