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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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들으셨다시피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C.야트가 ..."

"...어젯밤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향년 39세입니다."


그날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작품을 그린 화가. 열네 살의 신동이라 불렸던 그의 생애 첫 회화 <바다의 초상> 원본이 지금, 열여덟 살 루이사 손에 들려있다. 부모 없이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 가출 소녀 루이사. 그녀는 왜 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그림을 갖게 된 걸까? 그림 속 세 명의 아이 중 한 명이었던 '테드'가 그녀 앞에 나타나며 25년 전의 감춰진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일 끔찍한 아버지의 가정폭력 아래서 어머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찍 주먹을 쥐어야 했던 소년 '요아르'

아픈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부끄러워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테드'

정착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늘 불안을 견뎌야 했던 소녀 '알리'

세상은 그를 '천재'라 부르지만, 소년은 그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심정으로 붓을 쥐었던 화가 (C.야트)


가정폭력, 학대, 따돌림... 어른들이 망쳐놓은 세계에서 아이들은 잔교를 유일한 안식처로 삼았다. 실없는 농담을 나누고 서로의 흉터를 외면하지 않으며, 이들은 처음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운다.


읽는 내내 먹먹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건 아이들이 마주한 '어른들의 세계'가 너무나 잔인했기 때문이다. 왜 이 아이들은 매번 죽음을 생각하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할 만큼 벼랑 끝으로 내몰려야 했을까.

그 잔혹한 풍경의 중심에는 요아르가 있다. 끔찍한 폭력 속에 자란 그의 사랑은 예쁘지도, 다정하지도 않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 깊은 헌신이 들어있다. 요아르가 없었다면 화가는 진작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은 멈추지 않았고,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를 더는 볼 수 없었던 요아르는 마침내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죽음과 함께 시작된 그해 여름은, 그렇게 또 다른 죽음과 함께 끝을 맺으려 한다.


배크만은 이 소설을 통해 말한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절에도 서로를 붙들어 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예술이란 대단한 평론가의 찬사가 아니라, 꺼지려는 희미한 불꽃을 꺼지지 않게 손으로 감싸주는 친구의 온기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열네 살의 우정은 사랑보다 치열하고 생존보다 절박하다. 요아르의 거친 사랑이 화가의 생을 붙들었듯, 우리에게도 그런 '잔교'가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숨기는 법만 배웠지, 견디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이 책은 그 '견디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기대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용감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화가의 그림이 운명처럼 가출 소녀 루이사에게 닿았듯, 우리 역시 영혼의 구멍이 닮은 이를 단번에 알아볼지 모른다. 그때 용기 내어 손을 내밀어 보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움켜잡는 것, 그것이야말로 배크만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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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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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말 좀 걸지 마!”

'저 저 싸가지...'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열이 뻗치지만 서운함에 울컥하기도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품 안의 강아지 같던 아이가 갑자기 낯선 타인처럼 변해버린 순간, 집안은 매일같이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찍는다.


아이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딘가 못나 보이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쏟아지거나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명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잠은 왜 이렇게 쏟아지는지,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만 쌓여간다.


이 모든 소동의 범인은 아이의 나쁜 인성도, 부모의 잘못된 교육도 아니다.

바로 '사춘기'라는 이름의 거대한 과학적 변화다.


이 책 실물을 영접하는 순간 표지에 반해 한동안 책을 펼치지 못했다. 아줌마 마음 이렇게 흔들기야. 내가 사춘기 오려 하네 ㅋㅋㅋ

고려대 화학과 이광렬 교수의 『사춘기는 처음이라』는 사춘기라는 거대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과 부모를 위해 쓴 ‘과학 처방전’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은 뇌과학으로, 퀴퀴한 체취와 여드름은 생물학으로, 피부 관리와 화장품의 원리는 화학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밥 먹어라"가 전쟁 선포로 들리는 이유 💢

이성적인 전두엽은 공사 중인데 감정의 변연계가 폭발하니, 부모님의 평범한 조언도 '공격'으로 오해한다.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뇌의 분노 센서가 예민해진 것뿐이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게!"의 근거 ✋

네 뇌가 드디어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려는 어른의 뇌로 넘어가는 필수 과정. 다만 전두엽(판단력) 완공 전이라 '알아서' 하려다 사고를 칠 뿐이다.


친구 앞에서 '객기' 부리다 응급실 가는 이유 🛹

뇌의 '보상 시스템'이 친구들의 환호성에 미친 듯이 반응한다. "우와!" 소리에 도파민이 폭발하니, 안전 브레이크는 고장 나고 '멋짐'에만 올인하는 거. 다치고 나서 "내가 왜 그랬지?" 하는 게 사춘기 뇌의 기본 옵션이다.


내 겨드랑이에 생태계가 조성됐나? 🦨

범인은 겨땀이 아니라 거기 사는 '모락셀라 균'이다. 이 녀석들은 웬만해선 죽지도 않고 옷에 붙어 파티를 벌인다. 이건 비누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전쟁이다. 책에는 이 균들을 잠재울 화학적 비책이 담겨 있다.


에너지 드링크의 배신 🥤

그건 '내일의 에너지를 고리로 빌려 쓰는 고금리 대출'이다. 카페인과 설탕 조합은 뇌를 중독시키고 결국 몸을 망친다. 최고의 에너지 드링크는 정수기에 있는 '물'이라는 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작가님이 우리 집 거실에서 지켜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소름 돋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이건 아이뿐 아니라 부모가 같이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쌍방 처방전'이다. 이 처방전이 안내하는 성장의 지도를 따라가면, 복잡하게 얽힌 사춘기의 비밀을 네 가지 핵심 키워드로 마주하게 된다.


💡 사춘기를 읽는 4가지 과학 키워드

1장 마음속의 뇌과학: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설계도

사춘기의 뇌는 스냅스의 가지치기 중


2장 거울 앞의 생물학: 거울에 비친 낯선 내 모습

요동치는 성장 호르몬이 만들어낸 기적


3장 본능 앞의 뇌과학: 내 의지를 꺾는 유혹의 정체

아주 작은 유혹에서 쉽게 넘어가는 사춘기의


4장 화장대 위의 화학: 내 모습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분자들의 레시피

아름다움의 기준을 찾아 헤매는 시기


어제도 친구랑 운동장에서 축구하다 다리를 접지른 아들, 올 해만해도 벌써 세 번째다. 내가 종이 인간을 낳았는가 매번 팔이며 다리며 삐고 접질리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하게 됐다. 사춘기는 단순한 '까칠한 시기'가 아니다.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 속에서 몸이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처절하고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 청소년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며 자긍심을 얻고, 부모님은 아이의 날 선 말 뒤에 숨은 혼란을 뇌과학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나 혼자 알아서 할 테니까 말 걸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아이와 “매일 스릴러를 찍는 우리 집 어떡하죠?”라고 한탄하는 부모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과학이라는 다정한 렌즈를 통해 오해는 줄고, 따뜻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오늘도 발목 삐끗한 아들,

오늘도 인상 팍 쓰고 들어오는 딸.

그래, 너희 전두엽이 한창 리모델링 중이라 그런 거지?

오늘도 이 엄마는 과학의 이름으로 평온하게 받아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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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 - 인공지능 문해력을 키우는 수학적 사고법의 힘 최소한의 지식 3
이동준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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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 유튜브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잖아"

“왜?”

“엄마는 도대체 뭘 보는 거야?”


딸이 내 취향을 알아버렸다.


넷플릭스의 '회원님을 위한 콘텐츠', 유튜브 맞춤 동영상, 인스타 탐색 탭까지…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은 24시간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이 사람 이런 거 좋아하네?” 하면서 나를 그 분야의 마니아로 만들어 버린다.


이게 바로 행렬 분해라는 수학이 하는 일이라는 걸 아는가?


《AI가 쉬워지는 최소한의 수학》은 인공지능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언어로 (나 고등학교 때 수포자였는데....) 명쾌하게 풀어낸 가이드북이다. 어렵고 딱딱한 수식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AI 기술들이 어떤 수학적 원리로 움직이는지 3단계(수학 개념 → 작동 원리 → 심화 탐구)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 왜 수학인가?

수학은 인공지능의 ‘신경이자 심장’이자 ‘핵심 언어’이다. (벡터·행렬·함수·미분·확률·통계가 AI를 움직인다)


✅ 실생활 AI × 수학

챗봇과 벡터: 챗GPT가 내 말을 알아듣는 이유는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좌표평면 위의 '벡터'로 표현해 거리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과 행렬: 넷플릭스가 내 취향을 맞추는 비결은 '행렬 분해'를 통해 데이터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데 있다.

자율주행과 행렬: 도로 위 행인을 찾아내는 돋보기 역할은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행렬'이 담당한다.

생성형 AI와 통계: 지브리 풍의 그림을 새로 그리는 창의성의 바탕은 데이터의 분포를 다루는 '통계'와 '확률'이다.

인공신경망과 미분: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오차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경사하강법'과*'합성함수의 미분'이라는 수학적 설계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동안 아이들이 “왜 수학을 배워야 해?”라고 물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수학은 낡은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자 문해력의 핵심이라고.


저자가 제시하는 AI 시대의 핵심 인간 역량

정답만 확인하는 것을 넘어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폭넓은 학습

AI의 조언을 바탕으로 최종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실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후 바둑 기사들의 실력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는 명확하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 뒤에 숨은 ‘왜(Why)’를 이해한 사람만이 그 기술을 자신의 역량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AI 도구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결과의 질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증명한다.

단순히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넘어,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능동적 실천’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이다.


수학이라면 질색하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산이 조금은 만만해 보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운 벡터, 행렬, 확률이 현대 기술의 최전선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세상이라니, 편리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섭다. 내 취향과 검색 기록, 시청 목록이 낱낱이 분석되어 수치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니 등골이 서늘하다.


결심했다. 죽기 직전, 내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반드시 폭발시키고 가리라.

내 은밀한 취향과 흑역사만큼은 인공지능의 행렬 데이터 속에 영원히 박제되지 않도록, 오늘부터 다양한 카테고리를 불규칙하게 클릭해 그 어떤 AI도 해독할 수 없는 수학 난제로 만들어버려야겠다. (불규칙 속에도 규칙이 있다지만, 어디 한번 싸워보자 알고리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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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프롬 더 탑 - 창작의 기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 66
켄 양 외 엮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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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미쳤었지.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의욕에 눈이 멀어 일주일간 집에 발길을 끊고 사무실 책상과 한 몸이 되어 밤을 지새웠다. 내가 아는 모든 디자인 기법과 아이디어를 때려 넣고 얼마나 만족했던지...
하지만 시안 발표 후 돌아온 클라이언트의 한마디는 뼈아팠다. "정말 예쁘고 멋진데... 우리가 전하려는 가치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네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본질을 놓치고 껍데기에만 집착했던 그때의 나에게 이 책, <팁 프롬 더 탑>을 건네주고 싶다.




건축가 세바스티안 슈말링은 이 책에서 명확하게 조언한다.
"첫 프로젝트에 다 쏟아부으려는 유혹을 뿌리치라"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든 상상력을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한두 가지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거다.

과유불급은 디자인이나 인생이나 매한가지다. 여백을 두려워해 온갖 '예쁜 것'들로 화면을 꽉 채웠던 그때의 나는, 정작 그 안에 담겨야 할 '메시지'가 들어설 자리까지 없애버린 셈이었다. 채우는 욕심보다 비우는 용기가 훨씬 더 고급 기술이라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책은 마치 전 세계 랜드마크를 세운 '건축계의 신' 70여 명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초호화 멘토링 세션 같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부터 롯데월드타워, MoMA를 설계한 거장들이 각자의 가치와 원칙들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고 다른 부분에서 무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설계든, 서비스든, 생산이든 특정 분야에서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인정받는다는 의미다.”_켄양
"평생에 걸친 자기 성장은 곧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다."_리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비전을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괜찮다.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는 실수가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한 반복 과정일 뿐이다."_로렌스 스카르파

책은 시작, 영감, 가치, 몰입, 과정, 자기계발, 결단이라는 일곱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스스로를 가두는 경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아가라"는 것이다. 이건 건축 실무자뿐 아니라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모든 창작자와 기획자에게 적용되는 삶의 지침과 같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본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조언이었다.
단순히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우리 몸과 마음을 건축과 연결하고 공동체의 행복을 고민하는 것.
건축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거장들의 철학이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지구와 상생하며 후대에게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내 삶이라는 건축물을 어떤 재료로 채워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디자인의 여백이 시선의 숨통을 틔워주듯, 인생의 여백은 영혼을 숨 쉬게 한다. 모든 칸을 욕심으로 빽빽하게 채운 일상은 결국 과부하로 무너지는 부실 공사가 되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 보여주려는 욕심을 '딜리트(Delete)' 키로 지워낼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국 인생이라는 마천루도 얼마나 높이 쌓느냐보다, 그 안에 얼마나 좋은 공기와 빛이 흐를 수 있는 '빈 공간'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게 아닐까.

인생이라는 마천루를 올리다가 설계 오류가 난 것 같다면 슬쩍 꺼내 보기 좋은 책!!
거장들의 조언을 다 따를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 꽂히는 벽돌 한 장만 제대로 챙겨도 부실 공사는 면할 수 있을 테니까.

내 인생의 조감도는 일단 '독서량의 수직 증축' 대신 '읽지 않은 책들의 고립주의적 적재'부터 설계해 볼까 한다. 거장들은 랜드마크를 세운다지만, 나는 거실 한복판에 '언젠가 읽을 책'으로 이루어진 마천루를 쌓고 있다. 이 견고한 종이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름신 방어벽'을 세우는 것이 이번 분기 가장 시급한 구조 보강 작업이지 않을까. 그런데 <팁 프롬 더 탑> 읽고 나니 디자인 관련 책 지름신이 내려와 날 유혹하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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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릇 - 나를 비우고 뜻을 채우는 52주간의 마음공부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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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머릿속은 거의 ‘오만가지 걱정 풀가동 시스템’이라는거. 💭🤨
안타깝게도 이 시스템의 주력 상품은 9할이 쓰레기통 직행 급인’ 헛된 공상‘이나 ’부정적인 근심‘이다.

나 또한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제어가 안 될 때가 많다.
마치 새벽 3시에 거실을 광란의 질주로 누비는 우리 집 고양이처럼, 🐈 내 생각들도 갈피를 못 잡고 제멋대로 날뛴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를 밤새도록 곱씹으며 🤕 ‘그때 이렇게 들이 받아쳤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이불 속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느라 기력을 다 쓴다. 정작 생산적인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내 마음은 이미 퇴근 시간 직전의 직장인처럼 녹초가 되어버리는 거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토록 내 것도 아닌 것 같은
’내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며 사는 걸까?


고전연구가 조윤제는 그 답을 ❛마음 그릇❜에서 찾는다. 🍵
그릇이 작으면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물이 넘치고,
그릇이 깨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채워도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우리가 괴로운 건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상황을 담아낼 내 안의 그릇이 아직 덜 빚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른의 그릇》은 <사서삼경>부터 다산 정약용까지, 수천 년간 검증된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와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일러준다.

✔️ 책의 핵심은 마음 그릇을 네 단계로 빚고, 정돈하고, 닦아내고, 키워내는 거다.

1️⃣ 빚어내기 : 나를 바르게 하는 단단한 선한 마음 가꾸기 (맹자의 성선설처럼 본래 착한 마음을 지키는 법)

2️⃣ 정돈하기 :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가지런히 다듬기 (신독, 혼자 있을 때도 삼가는 태도)

3️⃣ 닦아내기 : 해묵은 감정·욕심 씻어내고 새로운 뜻 세우기 (화 날 때 호흡 가다듬고 미리 곤란 생각하기!)

4️⃣ 키워내기 : 세상을 담을 만큼 넉넉한 성품 기르기 (공자의 “원하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는 경지까지)


읽다보니 이 책은 한꺼번에 읽고 치우는 숙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나씩, 1년 동안 내 마음을 닦아내야하는 여정같았다.

특히 많은 문장 중에서도 나를 멈춰 세운 대목은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에 관한 통찰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물질과 변화가 아무리 중요한 시대라 해도 인륜과 도덕은 개인과 사회가 지켜야 할 불변의 원칙이라고.

사람을 사랑하고(인),
올바른 삶을 위해 노력하며(의),
예의와 배려로 대하고(예),
지혜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지)이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원리라는 그 말이 유독 뼈아프게 다가왔다.


요즘 뉴스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소식과 탐욕의 끝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인의예지가 무너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며 한탄하지만, 이 거친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나만의 단단한 기준이 절실해진다. 내 그릇에는 과연 무엇을 담아 이 어지러운 시대를 건너야 할까. 내 그릇에는 과연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어른다움이란 삶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역경 앞에서도 의연하게 웃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을 스스로 갖추는 일이다.


나이만 먹으면 자동으로 ’럭셔리 도자기‘가 되는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 보니 여태 ’일회용 종이컵‘ 같은 멘탈로 살고 있었구나 싶다. 세상이 흉흉할수록 내 속이라도 단단하게 챙겨야지 별수 있나. 오늘부터 이 책이랑 1년 동안 마음 좀 제대로 굽고 와야겠다.

내년 이맘때쯤엔 웬만한 충격에는 금도 안 가고,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도 인의예지를 지켜내는 단단한 뚝배기 어른이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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