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평점 :
"감시인은 누가 감시할 것인가?"
이 문장은 사회의 권력 남용을 비판할 때 쓰이는 날카로운 명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문장의 탄생 배경이
'아내의 불륜'에 대한 고대 로마 시인의 고민이었다는 사실.
아무리 감시인을 세워도 아내는 그 사람마저 유혹할 것이라는 풍자 시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시작했다면 이미 절반은 달성한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문, 이보다 빠른 악은 없다.”
우리가 지금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 문장들도
사실 2000년 전 고대 로마인의 말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 시대 사람들이 겪던 고민이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인류는 오래전부터
똑같이 흔들리고, 똑같이 고민하고, 똑같이 버텨온 것이다.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SNS를 통해 라틴어 어원과 명언을 알려온 ‘라티나 씨’와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 야마자키 마리가
현대인에게 가장 울림이 큰 라틴어 격언 65개를 정교하게 골라 소개한 책이다.
라틴어가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는지,
왜 영화·철학·문학·과학까지 모든 분야에서 ‘핵심 문장’으로 쓰이는지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책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의 격언 속에는
뻔하지 않은 위로가 필요할 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하고 싶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인간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그 지혜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문장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각 문장의 역사적 배경,
그 문구가 탄생한 에피소드,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두 저자가 ‘대담방식’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amantes amentes
"사랑하는 자들은 미친 자들이다."
-당시 사람들도 사랑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렸다.
(이 여자 저 남자, 미혼이든 기혼이든 남녀 모두 상당히 자유로운 연애를 즐겼다는데...)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두르라"
-서두르기만 할 게 아니라 서두르면서도 침착하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신조로 삼았던 말이다.
(천천히 하라는 건지 서두르라는 건지...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이 마치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는 미친 듯이 발이 움직이는 모습과 같다.)
Fluctuat nec mergitur
"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파리시의 공식 모토로 수많은 위기 시기마다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말이다.
단 한 줄의 문장 속에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그 문장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유머러스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지적인 재미를 더해주는 것 또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00년 전 로마인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했구나.”
모든 시대의 인간은 결국 비슷한 곳에서 흔들리고,
비슷한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일어서는 존재라는 걸
라틴어 한 줄 한 줄이 증명해 준다.
말은 생각이 되고,
생각은 믿음이 되고,
믿음은 결국 나의 인생이 된다.
나는 나를 믿고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Possunt, quia posse videntur (포쑨트, 퀴아 포쎄 비덴투르)
"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할 수 있다”를 내 인생 문장으로 품기로 했다.
만약 아직 자신을 대표하는 한 문장을 찾지 못했다면,
이 책 속에서 인생을 지탱해 줄 ‘한 문장’을 꼭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