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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 기업가, 예언자, 감독 그리고 왕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총, 균, 쇠』로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었던 90세의 노학자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왜 하필 ‘리더십’이었을까?” 🤔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7년 만의 신작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저자의 나이가 아흔을 앞두고 있어 어쩌면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장 한 장 더욱 소중하게 넘겨보게 되었다.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성공하는 리더의 뻔한 공식'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치(왕), 비즈니스(기업가), 스포츠(감독), 종교(예언자)라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네 가지 핵심 영역을 가로지르며 묵직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사를 바꾼 건 리더 개인의 탁월함인가, 그저 기막힌 타이밍이었는가? 나아가 과연 우리에게 한 명의 '위대한 리더'란 정말 필요한 존재인가?"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다음과 같다.
1. 햄릿 테스트: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역사는 같았을까?"
셰익스피어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햄릿을 썼을까? 저자는 리더의 '대체 불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해 이 사고 실험을 제안한다.
그 결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같은 세상을 바꾼 스타 CEO들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비록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이 아니었어도 시대의 흐름상 누군가는 결국 비슷한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을 거라는 저자의 분석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물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신만의 독특한 흔적을 남긴 천재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두 가지 핵심 조건
타이밍 (적절한 시기와 장소):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카리스마를 가졌어도 시대적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재량권 (제약 없는 권력): 리더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권한이 제한된 민주적 리더보다 제약이 없는 독재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국가 경제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3. 햄릿 테스트를 통과한 '단 하나의 완벽한 리더'
저자가 꼽은 대체 불가능한 리더는 바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다.
가장 가난했던 신생 독립국에 '다이아몬드 발견'이라는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을 때, 이를 부족의 사유재산으로 두지 않고 국가 자산으로 돌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보츠와나는 흔한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내전과 빈곤에 시달렸을 거라며, 진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리더십으로 극찬한다.
솔직한 감상평을 덧붙이자면, 인류 문명 전체를 다루었던 전작 『총, 균, 쇠』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충격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총균쇠가 워낙 넘사벽의 명저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깊은 여운이 남았다. 평생을 지리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구조’로 인류의 운명을 설명했던 학자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인간의 의지와 결단’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를 곱씹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도 결국 방향을 트는 건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한 사람의 결단’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90세의 거장이 우리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위대한 리더의 필수 조건이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하니, 내 인생의 기막힌 타이밍은 아직 안 온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를 그 완벽한 타이밍을 매의 눈으로 노려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