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 - 5천만 원으로 17억 만든 수익 불패 황금 공식
파돌댁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급 100만 원씩 모아 마침내 10억을 달성했다. 축하한다. 이제 당신의 나이는 113세다."


30세부터 매월 100만 원씩 꼬박꼬박 저축한다고 가정해 보자. 10억 원을 모으려면 83.3년이 걸린다. 뼈를 깎는 인내로 83년을 버텨 10억 원을 손에 쥔다 한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그 돈의 가치는 현재의 1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노동과 저축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맹신은 자본주의가 던지는 가장 잔혹한 기만이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주식 계좌조차 없던 이들까지 '나도 한번 해볼까'라며 기웃거리는 형국이다. 요행을 바라는 대중의 불안과 탐욕이 교차하는 지금, 평범한 공무원에서 전업 투자자로 변신한 파돌댁의 『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는 시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들이밀며 서늘한 현실 감각을 깨운다.


이 책은 월급 210만 원의 평범한 공무원이 어떻게 4년 만에 순자산 17억 원을 만든 전업 투자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법을 담아낸 치열한 실전 기록이다. 하지만 화려한 매매 기법이나 남들보다 빠른 정보를 자랑하지 않는다. 대신 분산투자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성향과 목적에 부합하는 단 3개의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과거 10년간 서울 아파트가 약 139% 상승할 때 미국 나스닥100 지수는 513% 성장했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부동산이 아닌 미국 성장주 투자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더불어 철저히 기업 데이터에 기반하여 '절대 흔들리지 않는 성장주 포트폴리오 설계의 모든 것'을 다음과 같이 낱낱이 해부한다.


■ 절대 흔들리지 않는 성장주 포트폴리오 설계

개인별 투자 성향 판단 및 포트폴리오 구상 A to Z

0원에서 10억 원까지 자산 성장 3단계 로드맵

텐배거 종목을 찾는 발굴의 기술과 매수 전 체크리스트

손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매도의 기준

장기 투자를 위한 국내외 주식투자 절세 방법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좋은 종목을 고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원칙을 잃기 때문이다. 스스로 기업을 분석하지 않고 매수한 종목은 하락장이 시작되는 순간 공포와 의심으로 변질되며, 결국 가장 저점에서 손절매하는 패착으로 이어진다.


결국 투자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혹독한 공부다. 1억 원부터 모으라는 뻔한 조언을 반박하며, 소액이라도 투자를 목적지에 닿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없이 개인의 존엄을 온전히 지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은 '안정'이라는 환상에 기대어 자신의 재무적 미래를 방치하는 이들의 게으름을 날카롭게 찌른다. 단순히 3,300%라는 자극적인 수익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기업 분석과 멘탈 통제라는 투자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시장의 소음에 휩쓸려 타인의 수익을 질투하기보다, 지금 당장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기준을 세워야 할 때다. 정답 없는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싶은 자들에게,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이고 묵직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참고로, 책 부록에 알차게 정리된 '돈 공부를 할 때 읽으면 좋은 파돌댁의 추천도서' 목록은 댓글로 남긴다.


113세까지 휠체어에 앉아 적금 만기를 기다릴 계획이 아니라면, 우리도 이제 요행 대신 원칙으로 조금은 안락하고 편안한 노후를 함께 설계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아내를 먹지 않았어. 어떻게 된 거냐면, 아내한테 닭 몇 마리가 있었는데, 내가 그걸 한 마리 먹었어. 아내의 목을 비튼 다음에, 닭의 목도 비틀어서 끓여 먹었다고."

섬뜩하면서도 기이한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 대사는 데니스 존슨의 유작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 에 수록된 단편 중 「교살자 밥」에 등장하는 한 죄수의 횡설수설이다.

환각과 금단 증상 속에 사탄에게 편지를 쓰는 알코올 중독자, 병상에서 기이한 환영에 휩싸인 모습, 갓난아기의 무덤을 도굴하는 장면 등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시공간의 경계가 흩어지고 몽환적인 감각에 사로잡힌다. 마치 젊은 시절 방황과 중독으로 헤매던 작가 자신의 환각이 날것 그대로 활자에 묻어나는 듯하다.

이 책은 매끄러운 기승전결을 거부한다. 철저히 파편화된 플롯과 서사 구조를 통해, 삶이란 논리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조각들의 위태로운 연속임을 증명한다.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굵은 축은 바로 '죽음'과 '고독'이다.

총 다섯 편 중 인상 깊었던 작품 3편을 소개하자면,

✔️ 교살자 밥
1970년대 아이오와의 교도소가 배경이다. 수감자인 18세의 화자가 약물과 범죄로 얼룩진 밑바닥 인생들의 부조리한 대화와 기행을 관찰한다. 서두에 인용한 대사처럼,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군상들을 날카롭고도 기묘한 유머로 포착해 낸다.

✔️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
문예창작과 교수인 화자와 제자 마크의 수십 년에 걸친 기묘한 관계를 좇는다. 천재적인 시적 재능을 가졌으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고 쌍둥이 형제가 그를 대신했다"는 음모론에 미쳐가는 제자의 모습을 통해, 예술가의 광기와 무너져내리는 현실의 경계를 그린다.

✔️ 바다 여인의 선물 (표제작)
성공한 60대 광고인이 삶의 저물녘에 이르러 과거를 회고한다. 떠나간 동료, 어긋난 관계, 찰나의 만남 등 두서없이 병치되는 기억의 몽타주 속에서 다가오는 죽음과 노화 앞의 근원적인 고독을 담담하게 관조한다.

작가는 암 투병 중 죽음을 앞두고 쓴 이 마지막 소설들에서 인간을 섣불리 위로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육체의 쇠락과 소멸이라는 거대한 숙명 앞에 놓인 인간의 철저한 고독을 정직하게 응시할 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가장 비루하고 절망적인 순간, 삶에 깃든 기이한 은총을 문장으로 건져 올린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엉망진창의 인생조차도, 한 치 앞을 모른 채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부조리한 여정마저도 결국 대가 없이 불쑥 주어지는 '예기치 못한 선물'이라는 서늘한 깨달음.

이 책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끝을 향해 가면서도, 기어이 삶의 허무한 농담에 동참하게 만든다.
이것은 아마도 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처연하고도 압도적인 거장의 마지막 작별 인사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공의 배신 - 노력하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
베른트 크라머 지음, 이은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 터지게 공부해서 최고 대학 졸업장을 거머쥐는 순간, 드디어 퀘스트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빛나는 종이 쪼가리가 더 이상 마법을 부리지 않는 순간이 온다. 성공을 향해 남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완벽하게 코스를 밟았건만 누구는 떡상하고 누구는 미끄러진다.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다. 어안이 벙벙해진다. 대체 내 노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서늘한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성공의 배신》이 낱낱이 파헤친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베른트 크라머는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능력주의'가 사실은 거대한 기만이자 정교한 제비뽑기 게임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책에서는 이름이 알파벳순으로 앞일 때 명문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는 식의 사소한 '우연'이 미래의 성공을 가른다고 지적한다. (물론 저자는 프로 스포츠 선수의 출생 달이 1~3월에 집중된 것도 우연의 법칙으로 꼽았다. 하지만 솔직히 이 부분은 또래 중 일찍 태어난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먼저 발달해 어릴 적부터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 유리하다는 점에서, 온전한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엔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관통하고자 하는 핵심은 뚜렷하다. 우리의 성공은 결코 온전한 개인의 '피땀눈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연이라는 변수가 지워진 능력주의 사회에서 승자는 자신의 특권을 당연히 여기고, 패자는 끝없이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자책의 늪에 빠진다. 우리는 왜 불가능해 보이는 성공에 목을 매고 뻔히 보이는 불공정 게임의 룰에 자발적으로 순응할까?

책은 우리가 다음의 '7가지 성공 굴레' 속에서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야심은 몰래 숨겨라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을 거라고 믿어라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노력이 부족했음을 탓하라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내 능력과 노력 덕분이다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으로 돌아올 것이다
내게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니 희망을 놓지 말자

이 지점에서 김영훈 저자의 《노력의 배신》과 나란히 놓고 읽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노력의 배신》이 '노력하는 능력조차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의 결과일 수 있다'며 심리학적 관점에서 무한 노력주의의 환상을 꼬집었다면, 《성공의 배신》은 사회학적 시선으로 '성공을 예찬하는 사회 구조 자체'를 해부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AI 시대, 갈수록 인간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데 우리는 계속 이 환상에 매달려야 하는가?

압도적인 기술과 자본이 인간의 노동과 지능을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에서, 과거의 잣대인 '성실함'만으로 무언가를 쟁취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스스로를 더 깊은 패배감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이제는 노력의 양으로 승부하는 낡은 성공 신화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무작정 쳇바퀴를 돌리기보다는, 우연과 구조적 불평등이 지배하는 이 사회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성공'이라는 단일한 트랙 밖에서 우리 삶의 가치를 재정의해야 할 때다.

세상이 강요하는 '노오력' 프레임에 지쳐 무기력해진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당신이 목표에 닿지 못한 이유는 결코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발버둥 칠수록 옭아매는 성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매일 긁어도 꽝이 나오는 이 기울어진 복권 게임의 실체부터 직시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 여인이 울고 있었고, 흐느낌은 더욱 격렬해졌다.


페테르부르크의 해가 지지 않는 기묘한 '백야', 우연히 마주친 낯선 여인의 눈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26세에 쓴 청춘의 연가,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는 우리에게 『백야』라는 제목으로 익숙하다. 이번에 176년 전의 고전이 감각적인 새로운 제목과 번역, 그리고 원작의 숨결을 담은 러시아어 원문까지 품고 완벽한 문학적 오브제가 되어 돌아왔다.


📖 단 4일간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찰나의 기록


첫 번째 밤

우연한 만남

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헤매던 고독한 몽상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스텐카를 위험에서 구해주며 인연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내일 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저는 내일 반드시 바로 이 시간에 여기 이곳으로, 이 자리로 다시 올 것이고, 오늘 일을 떠올리며 행복해할 겁니다."


두 번째 밤 & 나스텐카의 이야기

비밀스러운 고백

서로의 삶에 대해 털어놓으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나스텐카는 1년 전 떠나간 옛 연인이 바로 오늘 밤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했다는 비밀을 고백하고, 몽상가는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정확하게 1년이 지났어요. 그 사람도 돌아와서 벌써 사흘째 여기에 있고요. 그런데, 그런데....."


세 번째 밤

절망과 위로

약속한 연인은 나타나지 않고, 나스텐카는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몽상가는 곁에서 그녀를 다정하게 위로하며 남몰래 키워온 자신의 사랑을 자각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그렇죠?"


네 번째 밤

엇갈린 찰나

끝내 연인이 오지 않자 나스텐카는 몽상가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이려 마음을 연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던 가장 눈부신 순간......


아침

......


단 4일.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기엔 터무니없이 짧아 보일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한다지만 이렇게까지 빠질 수 있나? 사랑 참 쉽네'라고 생각하다가도, 책장을 덮을 때쯤엔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의 사랑은 참 아프고 쉽지 않다는 것을.


이것은 아마도 17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 때문일 것이다. 이 낡은 고전이 영국 베스트셀러를 휩쓸고, 전 세계 Z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역주행을 기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화려하게 연결된 SNS 속에서 오히려 철저히 고립되어 가는 현대인의 외로운 민낯을, 소설 속 몽상가의 짙은 고독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텐카는 끝내 옛 연인에게 달려갔지만, 몽상가는 원망 대신 그녀의 행복을 빈다.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맑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나 밝고 구김 없기를, 한없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 그대에게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 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게 했으니!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 p.130


단 한 순간의 눈부신 기억만으로도 인간은 남은 평생의 고독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는 것일까. 비록 신기루처럼 흩어진 사랑일지라도, 찰나의 온기가 누군가에게는 삶 전체를 구원할 수 있나보다. 하지만 몽상가여 이제 공 속 사랑에서 깨어 현실 속 찐사랑으로 하루빨리 모솔탈출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의 스토킹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2
알렉스 안도릴 지음, 백주연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맹세코 저는 멀쩡해요. 하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에요."

"스토커가 있어요. 제 약혼자예요. 그런데 그는 죽었어요. 죽은 내 약혼자가 날 스토킹해요"


아름다운 여배우 '비앙카'의 연기가 한참인 무대 위, 3년 전 죽은 약혼자가 공연장 객석에 나타났다.

과연 이것은 상실감과 불안이 만들어낸 환각일까, 아니면 누군가 치밀하게 설계한 잔혹한 연극일까.


북유럽 스릴러의 대명사 알렉스 안도릴의 신작 『죽은 자의 스토킹』은 이 기이하고 압도적인 대사로 시작해 단숨에 독자의 멱살을 잡고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전작 『아이가 없는 집』이 폐쇄된 숲속 저택에서 벌어지는 밀실 미스터리였다면, 이번 무대는 화려한 조명 뒤 시기와 은폐된 욕망이 들끓는 낯설고 매혹적인 '극장'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유명 배우 비앙카의 주변에서는 발코니에 끼인 죽은 까마귀, 분장실의 갑작스러운 화재, 리허설 중 동료배우의 죽음 등 섬뜩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야심한 밤, 침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죽은 약혼자를 목격한 비앙카. 엄청난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그녀는 사설탐정 율리아 스타르크를 고용한다.

"어떻게 사망 소식을 듣게 됐나요?" "니콜라스 어머니가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메일을 보냈어요." "이메일로요?"

약혼자의 죽음을 고작 이메일로 전달받고, 장례식장조차 초대받지 못했던 비앙카의 기괴한 과거. '니콜라스는 정말 죽은 게 맞을까?' 소설은 초반부터 전제 자체를 뒤흔들며 독자의 의심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탐정 율리아의 시선을 따라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대 위 모든 인물은 용의선상에 오른다.


🕵️‍♂️ 탐정 율리아의 무대 뒤 '용의자 보드'

동료 배우 (미코): 3년 전 죽은 니콜라스와 폭력적인 충돌을 빚었던 인물.

프롬프터 (우르술라): 비앙카에게 배역을 빼앗긴 상처와 질투를 품은 자.

전 남자친구 (소니): 여전히 비앙카에게 집착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자.


누구 하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자가 없다. 그들은 저마다 비앙카를 향한 애증과 질투, 오래된 죄책감을 무대 뒤 어둠 속에 숨긴 채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독자 또한 사건이 전개될수록 '네가 범인이구나' 싶다가 반전, '그럼 이번엔 너인가' 하다가 또 반전이 터지며 독자를 거대한 혼돈 속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범인 찾기에 머물지 않는다. 인물의 심리와 관계의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현실과 환각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진실을 말하는 자와 완벽한 연기를 하는 자가 뒤섞인 무대에서 독자가 세운 가설은 엔딩 직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끊임없이 전복된다.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은 전작을 뛰어넘는 정교한 심리 묘사와 촘촘한 서스펜스를 증명했다. 단순히 사건 자체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율리아라는 탐정 캐릭터가 지닌 내밀한 서사와 예리한 감각이 '극장'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탐정의 과거사로 의문이 확장된다. 베일에 싸인 그녀의 과거는 물론, 앞으로 새롭게 파헤쳐 갈 다음 시리즈의 미스터리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화려한 커튼 뒤에 숨겨진 인간의 기만과 광기!!

이 숨 막히는 연극의 관객이 되어 마지막 진실을 마주해 보길...


"언제부터 내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하기 시작했죠?"


난... 처음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